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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는 만렙부터라는 말, 사라져야 합니다.
게시물ID : wow_20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돼슴도치
추천 : 21
조회수 : 6846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3/11/26 18:21:05

만렙달성은 와우안에서 하나의 커다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건 사실이지만

만렙부터 시작이라는 말은 거짓입니다.



우리는 왜 게임을 합니까?

즐거우려고 하는 것이죠?

근데 어째서 와우를 하는 사람들은 중간과정은 재미없다고 믿고

어떻게든 만렙까지 빠르게 넘기고싶어서 안달이 나있을까요.


솔로잉 RPG 컨솔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어째서 게임을 할가요?

게임을 진행하는 그 시간이 재미있어서가 아닌가요?

엔딩 스토리만이 유일한 목표라면, 

그냥 인터넷에서 흔하게 떠돌아다니는 공략집과 스포일러들만 찾아서 읽고나서

"아 게임 참 재미있었다." 라고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컨솔게이머들은 훌륭한 스토리에 감동받고

자신이 그 스토리의 한 부분을 기여했다는 즐거움을 즐길줄 압니다.


그런데 어째서 와우는 레벨업 하는 과정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것인 냥

'와우는 만렙부터' 라는 말이 서슴없이 사용되는 것일까요.


와우에는 만렙을 찍어야만 하는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존재하고

그 재미가 상당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처음 와우를 접하는 사람들이 광대한 와우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모험의 여정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블리자드가 몇개월마다 한번씩 커다란 패치를 통해 만렙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만렙인 상황 때문에 다들 착각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블리자드는 저렙 컨텐츠 또한 엄청난 공을 들여서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와우가 찬양받는 이유는 전세계에서 수도없이 쏟아지는 양산형 MMORPG들과는

차원과 깊이가 다른 스토리와 게임 생태계, 

그리고 유저와 유저, 유저와 엔피씨, 심지어 엔피씨들 간의 

상호반응 관계를 구축해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확팩 때 추가되는 올드비 유저를 위한 구간보다

처음 시작하는 와우저들을 위해서 매우 체계적으로 구현되어있습니다.


게다가 매 확팩마다 이러한 저렙 구간을 어떻게든 더욱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블리자드는 늘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제일 큰 가공할만한 저렙존 변화는 '대격변' 때였죠.

오로지 만렙 이후의 컨텐츠만 중요하다면

도데체 어떤 미친 게임이 이미 잘 짜여져있던 레벨업 과정을 쓸데없이 

다시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뒤집어 엎을까요?

그 부분들은 절대 만렙유저만을 위한 변화가 아니었죠.

대부분이 새로이 캐릭터를 생성하고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당시에 6,7년 동안 쌓여온 수천개가 넘는 퀘스트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대부분을 새로운 지형과 변화에 맞춰서 업데이트까지 하였습니다.


단순히 만렙컨텐츠만 집중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블리자드는 너무 큰 공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신규 유저들은 블리자드를 믿고 충분히 이런 과정을

즐겁게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결과지상주의에 휩쓸려

오로지 최대한 빨리 목표를 달성하는데에만 급급하여

와우의 세계를 좀 더 깊이 음미하는 즐거움을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리자드가 알면 매우 섭섭해 할 일이죠.


레이드만이 전부가 아니고

전장과 투기장만 즐기면 되는게 다가 아닙니다.

와우는 하나의 또 다른 세상이고

거기에는 그냥 눈길 한번만 주고 지나기치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와 재미가 숨겨져있습니다.


만렙은 처음 와우를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하나의 원대한 목표로서 자신이 이 게임을 왜 계속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플레이 도중 틈틈히 루즈해지는 기분을 다잡는 목적이 되어야지

미친 수능에 쫓겨 허우적대는 고3처럼 그 시간을 쏜살같이 허비하는건 멍청한 일입니다.


와우를 즐길만큼 즐겼다고 말하려면

11개의 직업을 13개의 종족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만큼 키워보고

얼라이언스와 호드에 존재하는 모든 퀘스트의 스토리를 즐기며 완료하고

모든 대륙의 한 부분 한 부분을 다 둘러보고

숨어있는 엔피씨들, 보스몹들, 희귀몹들을 찾아보고

각각의 인던과 레이드던전이 어떠한 스토리로 인해 생겨났고 그 보스몹들은 어떤 배경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찾아보고

전장은 어떠한 연유로 생겨났으며 세계관에서 어떤 목적을 갖는지 찾아보고

필드와 투기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각각의 직업군을 상대할 수 있는지 연구해보세요.


그 뿐이 아니죠.

업적달성도 해야되고

존재하는 모든 탈것들도 모아보고

펫들도 모아보고

평판도 모조리 확고 찍어보고 (폐인업적은 아시나요?)

몇달마다 있는 와우 이벤트 주간도 계속 즐겨야되고

모든 전문기술과 보조기술도 올려보고

낚시로 거북이 탈것도 낚아보고 (극악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수영속도 상승 탈것)

히든 무기들도 모아보고 (판다리아 필드에서 랜덤으로 젠되는 계정귀속 무기들 아시나요?)

요즘 블자가 밀고있는 와켓몬도 모아봐야죠.

사냥꾼 직업을 택햇으면 희귀 소환수 컬렉션도 해볼만 합니다. 생각보다 짜릿합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와우가 준비해둔 모든 컨텐츠를 소모하려면

밥먹고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와우에만 투자해도 

1년 이상 걸릴겁니다.

문제는 2년마다 확팩까지 추가된다는 점이죠.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미 기존에 와우를 즐기시던 유저분들은

뉴비가 처음 와우를 시작할 때 

일단 만렙부터 찍어라 라는 말은 삼가해주시면 어떨까 라는 것입니다.


쫓기듯이 업하는데 급급해서 레벨업 과정을 지겨운 시간들로 기억하게 하지 마시고

조금씩 강해지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며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세요.


제가 처음 와우를 시작했을 때 만렙을 찍는데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당시 불타는 성전이 막 풀렸을 때 였는데,

멍청하게 화염법사로 힘들게 2마리잡고 물마시고 하면서 했었습니다.

근데 저에게 그 시간은 너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퀘스트를 하다가도 이쁜 숲과 바다의 모습에 눈이 돌아가 하염없이 걷기도 하고,

귀여운 중립 몹들을 구경하다 갑자기 나타난 늑대에 물려죽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약초를 캐다가 어느샌가 적진영 땅까지 들어가서 우왕좌왕도 해보고

걸어서 아제로스 땅끝 부터 땅끝 까지 구경하면서 부동산 땅부자라는 별명도 들어보고,

계속되는 도적들 뒤치기에 핏대 세우며 2:1일이지만 같이 하던 형과 함께 역관광도 시켜보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캐릭터와 와우에 대한 애착이 생겨서 아직까지 하고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험공부하는 고3처럼 기계같이 빨리빨리만 외치지 마시고

게임을 즐겨주세요.

그러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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