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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까지 넘보려는 기독교 창조론
게시물ID : sisa_207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틱레버스
추천 : 4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6/08 14:11:14
[사설] 과학까지 넘보려는 기독교 창조론
기사전송 2012.06.07 19:16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근 한국의 진화론 반대자들이 주류 과학계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셜 네트워크 포럼인 ‘레딧 세계뉴스’는 ‘한국, 창조론자에 굴복’이라는 기사에서, 고교 과학교과서가 진화의 증거를 없애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이 기사엔 “고마워요 한국인들, 우리를 덜 멍청하게 해줘서”라는 내용도 있었다. 창조론 쪽 청원에 따라 교과서에서 진화론 증거들이 삭제되고 수정되는 현실이 지금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조물주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독교 교리에서 보면, 우주의 창조자이자 설계자인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진화론은 악마의 주장이다. 중세 때 지동설이나 근세의 진화론이나 다를 게 없다. 성경의 모든 어귀를 진리로 인정해야 하는 근본주의 개신교에겐 더욱 그렇다. 미국의 근본주의자들과 이들보다 더 근본적인 한국의 개신교계가 교과서의 진화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한국 기독교계는 이를 위해 2009년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해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를 결성했다. 뉴라이트 학자들이 역사교과서를 물고 늘어지는 동안 이들은 과학교과서의 진화론을 흔들었다.

한국 과학교육의 상징인 카이스트에 한때 창조과학전시관이 설립된 것이나, 올해 들어서 시조새와 말의 진화 과정이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것은 그 결과다. 교진추 청원에 따라 과학교과서 출판사 7곳 가운데 6곳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으로서 시조새를 삭제하거나 그 의미를 바꿨다. 말의 진화 관련 그림도 7곳 가운데 3곳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창조론자로선 승리를 자축할 만하다.

하지만 진화의 증거로서 시조새나 말은 1970년대부터 이미 학계에서 적잖은 논란이 벌어졌던 터였다. ‘확인된 사실만 가르친다’는 학교 입장에서는 일찍이 조정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생물학계의 태만을 나무랄 일이지, 창조론의 승리 운운하는 건 터무니없다. 그러나 교진추 쪽은 이번 기회에 인류의 진화, 섭식에 따른 핀치새 부리의 변화, 후추나방의 변색 배경 등 진화의 근거들에 대해 일제 공세를 펼 계획이라고 한다. 진화론을 정설로 규정한 교과과정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시비를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신화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고, 믿음을 증거라고 들이대선 안 된다. 종교가 정치와 결합해 얻은 권력으로 과학까지 지배하려 해선 더더욱 안 된다. 이는 줄기세포 조작으로 늪에 빠진 우리 과학을 더 깊은 수렁에 처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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