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힘으로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 이름 하여 “사무라이 플라멩코”
오늘 소개할 애니메이션은 2013년 4분기~2014년 1분기 노이타미나에 방송되고 있는
『사무라이 플라멩코』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사무라이 플라멩코』는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가 진짜 히어로가 돼가는 이야기…
라고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만 주목한다면 말은 맞지만 공감이 잘 되지는 않더군요.
『사무라이 플라멩코』가 내건 카피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에게―」입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그러니까 철없는 어른들의 이야기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가 만나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니 저 스스로는 더 공감이 갔습니다.
‘철없는’ 어른들이, ‘철없는’ 어른들을 통해 보여주는 ‘철없는’ 이야기
그런 마사요시에게 말려들어버린 경찰관 고토 히데노리는 마사요시와는 달리 현실에 물들어 자기 편의를 위해서는 사소한 규칙까지 지킬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평범한 어른이었습니다. 그러나 귀찮아하면서도 마사요시를 계속 걱정해주고 구해주기도 하면서 고토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마사요시의 유일한 친구이자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극중에서 나오는 어른 중 그나마 어른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일면이 있어서 그 이유가 나오게 될지, 그 이유가 철없는 어른으로서의 고토를 보여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기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마야 마리도 히어로를 꿈꾸던 인물로, 가수로서의 재능이 넘치고 분위기 메이커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마이 페이스여서 주변을 휘둘리게 하는 아가씨입니다. 마사요시에게 히어로로 데뷔하는 것에 선수를 빼앗긴 걸 분하게 생각하고, 그 뒤로 히어로 활동에서 동료로서, 또는 라이벌로서 등장합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정의관이나 행동은 마사요시보다도 더 철이 없어서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극복 양상은 성장과는 또 다릅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도 우리가 어린 시절 생각해오던 어른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자기가 편하기 위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귀찮다고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괜히 말려들까봐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극 중 어른들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들과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반부에 마사요시가 그런 어른들에게 날리던 일침들에 조금은 반성해보게 됩니다.
특히, 2화에서 나온 우산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남의 우산을 쓰고 갔다 다른 아이가 아팠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지금까지 우직하게 비가 내려도 우산을 쓰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내 사소한 행동에 누군가는 상처받지 않았을까 반성했습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민폐남 취급을 받다가 점차 인정받게 되는 마사요시의 모습에서 철없는 어른이기에 오히려 현실에 치이던 사람들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사무라이 플라멩코』는 처음부터 ‘초전개’를 표방해왔는데, 중반부에 본격 히어로물로 진행되면서 급하게, 그리고 히어로물을 종류별로 밀어 넣은 느낌을 주는 진행 방식 때문에 스토리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이야기’랄까. 저 또한 이런 전개에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진행된 이유를 히어로가 되기를 강렬하게 원했던 마사요시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진 또한 ‘철없는 어른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니 납득이 갔습니다.
시리즈 구성을 담당하신 쿠라타 히데유키 씨가“『사무라이 플라멩코』는 히어로의 전부를 실어, 매우 발정난(メガ盛り)것 같은 흐름으로 만들고 있다” 라고 대담에서 언급했고,
공식 홈페이지의 INTRODUCTION에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될 수 없는 제작진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정의의 이야기」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면 제작진들이 ‘철없이’ 만들었단 표현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서 중반부부터는 히어로물에서 흔히 나올 법한 동료나 라이벌과의 대립이나 히어로로서의 고뇌보다 점점 강해지는 적에 맞서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고, 그 탓에 조금 아쉬운 이야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면이 복잡한 설정을 넣어서 머리가 아파지는 애니메이션이 많아진 지금 편하게 볼 수 있는 나름의 개성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철없다’는 표현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설명해왔지만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는 히어로물이기 때문에 보통 히어로물과는 다르게 어른스러운 점도 보입니다.
먼저, 제법 현실적인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SNS의 화젯거리가 되어서 관심과 곤란을 겪는 모습, 악인과의 싸움이 일상이 되어버리자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져버리는 모습, 언론 플레이나 높으신 분들의 무책임한 모습 등 언뜻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착실히 반영한 모습이 비춰집니다.
또한 인물들이 마주하는 문제는 악과의 대립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에 기인한 것들입니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들키지 않으려 전전긍긍하거나,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없는 좌절감을 느끼거나, 외면해온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은 악과 대치하는 장면보다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어린이나 청소년과는 달리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 더해져서, 그럼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나아가는 철없는 주인공의 행보가 겹쳐져서 요새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는데 그 조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면 알게 될 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3월 8일을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3화, 한국에서는 4화가 남아 있는데(이 글은 한국 방영 화수 기준(18화)으로 서술했습니다.) 매 화 초전개로 진행되다보니 도대체 이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플라멩코』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철없는 어른인 저는 이 철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을 조금은 납득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미숙한 실력으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애니플러스 방송 영상 스크린샷
공식 홈페이지 http://www.samumenco.com/
オトナアニメ vol.32 오오모리 타카히로X쿠라타 히데유키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