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저도 평범한 17살 여자애처럼 살고 싶어요..
게시물ID : bestofbest_207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06th
추천 : 342
조회수 : 15784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8/02/03 01:57:45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2/02 22:39:28
2008년이 됐다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 마자 희망이고 뭐고 없이 그냥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제가 17살이 됐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절 압박해 왔어요..엄마도 그 순간엔 말이 없어지시더군요..

초등학교 4학년때, 소위 말하는 집이 망하는 상황이 일어났었어요
옥탑방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좋아했었죠
하늘도 보이고 풍경도 예쁘고 참 좋다..하고..
그때부터 아빠는 일을 더 자주 나갔고, 정말 곱게 살았던 우리 엄마는 손이 다 부르트도록 일을 했습니다.. 장사한 번 해본적 없던 엄마는 조그마한 문방구를 꾸려나갔죠..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엄마와 아빠가 크게 싸운 날이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아빠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서 저한테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아빠는 그길로 집을 나갔습니다. 이제 제가 17 살이니까 4년 쯤 됐네요. 용케 그후로 아빠와 전화를 해본적도, 얼굴을 본적도 없는데 참 밝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은..아빠가 제 전화를 피할 때 눈물이 나곤 하네요.. 우린 이렇게 힘든데..돈한번 보내 준 적도 없이.. 지금 전라도에 있다는 것밖엔 알 수가 없는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착하고 순하기만 한 아빠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게 아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는 정말 독해지셨습니다..
그래도 장사가 좀 되던 문방구였는데, 주변에 큰 문방구가 생기고, 더이상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위한다고 준비물을 정말 대폭 줄여버리고 나서는 장사가 전혀 되지 않았거든요..

결국 문방구를 처분하고..엄마는 한칸짜리 옥탑방의 구석에서 매일 웅크려 계셨습니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닐까 싶네요...그렇게 친구가 많은데도.. 주말에도 놀러나가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엄마는 다행히도 작년에 개인 병원의 주방에 취직을 하셨습니다. 한달 120만원을 벌면서, 엄마는 자기 일이 좋다고.. 혼자서 조용히 일에 집중하고, 낮잠도 잘 수 있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고..그렇게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이런 상황에서 엄마를 더 힘들게 할 순 없겠다 싶어서 공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결국 중3 겨울방학 때 받은 최종 성적표에는 만족스러운 %와 성적이 적혀 있었구요.
엄마는 그걸 보고 "이제 완전히 널 믿는다" 며 손을 꼭 잡아 주셨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계신듯 해요..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세요. 미안하다고..우리집이 조금만 더 돈만 있었어도..넌 외고에도 충분히 갈수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달 37만원 짜리 종합학원을 보내주는 것 조차 힘에 부쳐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또 항상 말씀하세요. 넌 내 우주다..네가 없으면 엄마는 살 이유가 없다.. 이렇게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버셨고.. 2007년 10월쯤 엄마와 전 두칸짜리 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제 곧 고등학생인데 제 방을 꼭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이예요..
정말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늘 그랬듯 밝고 행복하게 친구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학교도 재밌게 다니고..

남들 앞에서 힘들어도 웃는 게 가장 힘들었고, 아빠의 부재도 정말 힘들었지만
소중한 친구들과 많은 주위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곧 힘든 생활에 지치셨는지 머리도 잘 빠지게 되셨고
담배, 술을 가까이 하게 되셨어요..

아직도 절 너무나 사랑해주는 엄마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적의 엄마와 비교해 보면....너무나 눈물이 납니다........

누구보다 빛났던 우리 엄마를 이렇게 만든.........
돈이라는 것이 너무나 원망스럽고.....이 나라가 싫습니다........

방송에서....매일 서민경제 살린다 살린다...하고.....
한부모 가정을 돕는다 돕는다...
그런 걸 볼때마다 오히려 더 가슴이 미어집니다.....

앞에서 말했듯..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때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교복값에, 학원비에, 고등학교 등록금....
기대감과 희망은 온데간데 없이 절망만 남더군요..

아까 전에..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없다... 차압이 들어와서 국가에서 통장에 있던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다 빼 가 버렸다.... 미안하지만 학원을 끊어야 겠다....."


정말 엄마가 괴로울까봐 숨죽여 울었습니다...
아빠가 떠난 날......엄마가 담배를 핀다는 것을 안 날........
그런 날들보다 더 서럽게요.........

정말 공부가 하고 싶습니다......
다른건 바라지도 않아요...고등학교 생활 동안 놀러가지 말라고 하고 공부만 하라고 해도 끄덕일 수 있을 만큼....그렇게.....공부가 하고 싶어요.....

비록 아빠도 없고 돈도 없는 저이지만 남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걸 배우고 싶고, 가장 좋아하는 영어 국어 수학....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만큼 잘 가르쳐 주는 곳도, 맞는 선생님도 없는데.....
이 학원을 끊게 되면.... 뭐 동영상 강의나 독학으로 할수도 있겠지만
학원을 끊는다는 것 이전에....희망이 모두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정말....절 이렇게 만든건 그 누구도 아니지만...........
그냥......그냥 상대도 없이 너무나 원망스럽네요..........

저와 가장 친하고 소중한 4년지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자면
부러움과 눈물이 납니다.... 
그 친구 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정말 부럽습니다

용돈이 줄었다고 툴툴대기도 하고..학원을 끊고싶다고 하고..
아빠랑 싸웠다고 화내고.. 가족 여행을 간다고 하고...

저는.....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부럽습니다..............

아까.. 작아진 엄마의 어깨와 몸을 보면서
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미안하다고....하는 엄마를 보면서.....더이상 무슨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그 앞에서 어떻게....싫다...난 이 학원 계속 다니고 공부할거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새학기 신발도 가방도.....저와는 너무 먼 얘기입니다.......

통장 잔고를 남김없이 가져가 버렸다는 국가.......
그 얘기를 들은게 한두시간 전이건만...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무일푼이라는 얘기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평범한 17살 친구들 처럼......
공부하고 싶어요.......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요..........
이런 얘기....몇년간 한번도 누구한테 해본 적 없는데

몇년간 힘이 되어줬던 오유에...처음으로 살며시 올려봅니다.......

댓글로 위로라는 걸 받아보고 싶어서........

앞뒤없는 하소연뿐인 글이지만.....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은 마음편히 잠들 수 있을것 같네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