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12년 연말쯤 되었을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때 쯤입니다.
그 때 저희 아버지는 췌장암 투병중이셨습니다. 그래서 거의 주말마다 서울에서 경남 양산까지 왕복하고 했습니다.
왕복 800km에 달하는 길을 매주 주말마다 왕복하곤 했으니 저와 아내의 피로도도 극에 달해있었죠...
제 차는 액티언이었는데 후륜이었습니다. 차를 자주 탈 일은 없어서 후륜이라도 괜찮겠거니 하고 샀던 차죠.
그 전 달이었나... 그 때쯤 저희 집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낳았습니다. 여섯마리나 낳았죠...
그 주 주말에도 아내와 저는 귀성길에 올랐습니다. 금요일 밤이었는데 날씨는 괜찮았습니다.
제가 운전석에 앉고, 아내는 뭐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여섯 꼬물이들을
이동장에 단단히 솜쿠션을 깔고 거기에 앉혀서, 뒷좌석에 태우고 길을 나섰습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청주쯤 갔을까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후륜이라서 너무너무 걱정이 되어서, 일단은 좀 천천히 가자... 라고 맘먹은 찰라 차가 미끄러졌습니다!!!
차선이동 중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중앙분리대에 운전석 앞범퍼를 갖다박았습니다!! 철공소에서 선반에 강판 자를
때처럼 화려한 불꽃이 튀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였습니다! 차는 이미 제 컨트롤을 벗어
났고, 운전석 범퍼를 강하게 갈아먹더니 이내 튕겨나와선 뒷범퍼도 갈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핸들을 꺾어도 차는 제 통제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방팔방 들이박더니 이내 갓길로 튕겨나와 또다시 한번 들이박고 나서야 겨우 멈춰섰습니다.
다행히 저는 다친 곳이 없었습니다.
차가 멈춘 후, 뒷좌석의 아내를 돌아보니 아내도 정신이 반쯤 나간 모습으로 저를 마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친데는 없능교?
당신은예?
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안다쳤능교?
나도 괜찮아예...
천만다행이다 하면서 내려서 차를 돌아보는데
어우
이건 정말
조상님이 도우셨나 싶더군요
차는 그냥 작살이 났더군요 ;;;;;;;;;;;
이렇게 작살났는데 사람이 하나도 안다쳤다는 게 하늘의 도움 아니면 불가능이다 싶더군요.
게다가 어미 고양이도 물론이고 꼬물이들도 하나도 안다치고 잘 꼬물거리고 있더군요 ;;;;;;;
차는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해서, 보험사 통해 근처 정비소에 입고시키고 다음날 어찌어찌 친구를 불러서
양산으로 가긴 했지요.
아내가 나중에 그러더군요.
차가 그렇게 쾅쾅 들이박고 휘청대는 가운데 제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네요.
여보 꽉 잡아라 여보 꽉 잡아 꽉 잡아!
계속 핸들잡고 애쓰면서 자기 걱정만 하는 거 보면서 그 와중에도 아 내가 결혼을 참 잘했구나 하고 생각했대요
ㅎㅎㅎㅎㅎ
네 이거 자랑글입니다
ㅈㅅ...
;;;;
그리고 저 뒤로는 제가 쌍용차를 참 좋아합니다. 차 수리비가 거의 차량가액과 맞먹는 비용이 나왔는데, 사람은
멍도 안들었거든요. 연비 안좋다고 툴툴대며 타던 차인데, 사고 한번 나보니까 연비고 뭐고 이 차가 나 대신 크게
다쳤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도 쭉 쌍용차만 탈 생각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