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뭉게구름 사이로 그 빛을 내리쬐고, 언덕위에 가득 피어난 초록색 풀들이 싱그러운 봄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오후였습니다. 언덕 위에는 커다랗고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의 꼭대기 부분에 길쭉하게 옆으로 뻗어 있는 굵은 나뭇가지 위에 아름다운 깃털과 커다랗고 멋진 날개를 가진 어린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커다랗고 아름다운 어린 새는 날개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나뭇가지 위해서 종종거리며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 곳곳에 깃털이 빠져서 보고 있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노쇠한 새 한 마리가 그 나뭇가지 위로 날아와 앉았습니다.
늙은 새는 숨을 고르며 어린 새에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왜 날지 못하고 그렇게 머뭇거리고만 있는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저 파란 하늘을 날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을텐데?”
어린 새는 늙은 새의 질문에 “하늘을 날 수 있을 만큼 성장은 했습니다만, 제가 날지 못하는 이유는 땅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늙은 새는 “쯧쯧쯧”하고 혀를 차며 젊은 새에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그 크고 멋진 날개를 가졌으면서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도전조차 해 보지 않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자네의 모습을 도무지 나는 이해할 수 없네.”
어린 새는 말했습니다. “제가 날 수 없는 이유는 땅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잡혀 관상용 동물이 되어버리거나, 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는 제 친구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죽는 것도 물론 슬픈 일이지만, 사람에게 잡혀 평생 새장 안에 갇힌 채 먹이만 얻어먹으며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사실 또한 저를 날지 못하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랍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지요. 이 자리에 꼼짝 말고 있는 것이 남은 생을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늙은 새는 잠시 어린 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노쇠한 날개를 쫙 뻗으며 어린 새에게 말했습니다. “자네의 날개는 분명 나의 것보다 크지? 나는 이 작은 날개로 세상을 돌아다녔네.” 늙은 새는 날개를 접고 어린 새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나 역시 아까 자네가 얘기했던 것처럼 안타까운 내 친구들의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더 높이 날갯짓을 하며 추락하는 내 친구들의 모습을 잊곤 했다네.”
늙은 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어린 새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늙은 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며 나는 더욱 더 먼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깨닫게 됐지. 그리고 나는, 나는 말일세.. 늙어서 더 이상 날갯짓을 할 수 없게 되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를 생각이라네.”
어린 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떨궜습니다.
“만일 자네가 이 나뭇가지 위에서 평생을 산다면 자네의 인생이 그 불행한 친구들의 인생과 도대체 뭐가 다르겠는가? 평생 잡기 쉬운 먹잇감만을 찾아 헤매고, 하늘을 향해 날아볼 생각조차 안 하는 자네의 인생이야 말로 자네의 불행한 친구들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인다네.”
늙은 새는 날아오를 태세를 갖추려는 듯 날개를 펼쳐 올린다음 어린 새를 돌아보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추락하는 것이 그렇게도 무서운가? 자네는 한 번이라도 높은 곳에서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세상을 바라 본 적이 있나? 그 세상은 말일세.. 자네의 그 사소한 걱정들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지.”
“하, 하지만..” 어린 새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말을 잇지는 못하고 커다란 몸만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자네는 추락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자네의 그 막연한 두려움이 자네를 더 겁쟁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야. 용기가 없으면 그 어떤 가치 있는 것도 얻을 수 없는 법이지. 쯧쯧..난 이만 가겠네.”라고 늙은 새는 말하고 푸드득거리며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
고등학교때 적어봤던 글입니다. 제가 적고 아는 형이 조금 수정해서 학교내에 잡지같은 그런 책에 냈었는데 편집부에서 모르고 빼버린 바람에 나오지도 못해버린 씁쓸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