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9년 추석.
저는 당시 최신작이던 SD 건담 G 제네레이션 제로를 구입하기 위해 중앙로의 게임샵에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당시 이 게임 시리즈는 정말정말 몇 안되는 게임같은 건담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반다이 남코의 게임들이 '재미가 없다' 정도로 욕을 먹는다면 그때는 '이건 일단 게임이다.'라고 정의할수만 있으면 명작 건담 게임이 될수 있을정도로 반다이 게임들은 똥겜이었습니다.-_-;;;
물론 SFC에 엔드리스 듀얼 같은 진짜 잘 만든 게임도 있었지만 하여간...
근데 그때 저희 집에 명절을 쉬려고 와 있던 친척 동생들이 절 따라가겠답니다.
저는 그 전날 얘들을 데리고 우방타워랜드(지금은 이랜드라고 하지요...)를 다녀와서 엄청나게 시달렸던지라 어지간하면 얘들이랑 엮이고 싶질 않았는데...
뭐 울고불고 난리인데 별수 있나요...가야죠.(...)
그래서 결국 얘들을 데리고 중앙로로 갔는데...
진짜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상가에 있는 게임샵까지 가는 고 짧은 거리동안 뭐 그렇게 먹고 싶은게 많냐 이것들아...;;;
하여간 아득바득 애들 추스려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 진열장에서 얘들을 사로잡은게 하나 있었으니...
...여동생들이라...(...)
얘들이 갑자기 이걸 사자면서 그 사람많은 중앙 지하상가에서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어쩝니까? 수습은 해야지.;;;
부끄러운 일 입니다만 그때는 정품을 주문하면 짧아도 1주일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카피판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라 저도 복제판을 이용하고 있었는데...(제가 FF7 정품을 사 보겠다고 열흘을 기다렸습니다.;;;)
당시 PS나 SS용 불법 복제판 CD 한장 가격이 5천원이던가 4천원이던가...하여간 그랬습니다.
뭐 하여간 G 제네 살 돈만 가져간건 아니었던지라 그걸 또 샀죠.
그리고 애들이 PS를 점거하고 그걸 열심히 하는데...
플레이 화면.(...)
실제로 해 보면 입력 딜레이 장난 아닙니다. 그 덕인지 기술은 좀 쉽게 나가는 느낌이긴 한데 그나마도 간단한 커맨드 한정이고 꼭 이상한 변태 커맨드가 하나씩 끼어 있어요.
거기다 원작 연출을 지나치게 충실히 재연하다 보니 필살기들이 딜레이가 장난 아니라 그냥 게임 최강의 필살기가 구석에 몰아놓고 앉아 짠발.(...)
격투게임 매니아인 외가쪽 친척 남동생이 이걸 해 보고는 지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허허 웃기만 하더군요.-_-;;;
저 게임같지도 않은걸 단순히 세일러 문이 나온다는 이유로 세시간을 넘게 잡고 있는걸 보고 저는 멘탈이 나갔습니다.-_-;;;
지금 생각 해 보면 이런거 때문에 반다이가 그렇게 돈을 잘 버는구나...싶기도 했고...
P.S. 당시 애니메이션 용품들을 보따리로 들여와서 판매하던 소위 블랙 마켓에 잠깐 들렀다가 애들이 비싼 정품 피규어를 사 내라고 때를 쓰는통에 진땀 뺐었죠.(물론 여기서도 복제품을 취급 했습니다. 심지어 뭔 짝퉁 명품마냥 정품과 구분이 안되는 복제를 판매 하기도 했고...)
내가 미쳤다고 걔들을 데리고 거길 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