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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호러 판타지)럭키 나이트 4
게시물ID : panic_207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7
조회수 : 17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0/26 22:23:38
* A LUCKY NIGHT (운수 좋은 밤) *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밤...... 아내가 실성을 하고, 아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리고...... 그 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운 수 좋 은 밤! 현관문은 삐죽이 열려 있었고, 그 열린 사이로 슬리퍼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 불길한 느낌은 그 광경 하나만으로 충분히 전달되어 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 제쳤다. 거실 안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온갖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바닥에는 신발자국들과 모래가 가득했다. 누군가가 신발을 신은 채로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꽤 섬뜩했다. 정수리부분이 터졌는지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 검붉은 핏자국이 이마를 거쳐 오른쪽 눈 아래로 눈물처럼 길게 뻗어 있었다. 언뜻 보면 얼굴이 반으로 깨어지려고 붉게 금이 간 모양 같았다. 흘러내린 피는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어느 정도 말라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상처를 입고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거실 한 쪽 벽에 기대어 태연히, 혹은 망연자실하게 앉아만 있는 아내의 태도였다. 아내는 내가 들어와 거실을 서성거리는데도 내겐 눈길한번 주지 않고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가 텅 비어 있음을 나는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한마디로 약간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주영아! 무슨 일이야? 응? 왜 그래?" 그러나 아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대답은커녕 내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있었다. 점점 더 불안하고 답답해 졌다. 그러자 대뜸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주영아!" 하지만 여전히 아내의 조금 벌어진 입에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서 턱까지 길게 그어진 붉은 선만이 유독 눈에 띌 뿐이었다. 일단 포기를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녀의 입에서 더 이상 무슨 대답을 요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리석은 짓일지도 몰랐다. 난 주영이가 계속 허공을 응시하도록 놔두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집안은 작은 태풍이라도 한차례 지나간 듯,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다. 그러다가 나의 눈은 하민이의 방문으로 향했고, 그것이 조금 열려 있음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순간 속이 뜨끔했다. 침을 삼키는데 유리조각을 넘기는 것만 같았다. 기분 나쁜 상상이 머릿속을 멋대로 지배해왔고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여전히 나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하민이에게 무슨 일이......' 그러나 나의 머릿속은 이미 하민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감정이 그것을 부인하려해도 이성이 알아서 판단을 하고 있었다. 하민이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지만 역시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응당 예쁘장한 매트 위에서 고이 잠을 자고 있어야 할 하민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짐작을 했었지만 눈앞에서 확인을 하게 되자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몸은 감전이라도 된 듯, 격렬히 떨려 왔고 세포 하나 하나가 곤두서는 듯 했다. 가까스로 감정을 가라앉히며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왔다. 속에선 용광로같은 울화가 치솟았지만 참아야만 했다. 여기서 나까지 흥분해 버리면 상황은 완전히 개판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격앙되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영아...... 잘 들어......" "......" "하민이 어디 있어? 응?" "......" "제발 대답해 주영아. 하민이 어디 있냐구?" "......" "대답해!" 마침내 나의 울분이 폭발했다. 그러자 목소리는 벼락치듯 터져 나오며 집안을 쩌렁쩌렁 울려 댔고, 거친 두 손은 아내의 어깨를 앞뒤로 마구 흔들어 댔다. 아내는 연신 몸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있었다. "하민이......" 나는 그만 지쳐 버렸다. 내가 아무리 발광을 한다 해도 아내에게서 속시원한 대답을 얻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 말고는 지금의 상황을 내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없었기에 나로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아내의 어깨를 놓아주며 힘없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도대체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게 지금 무슨 엿 같은 경우인가...... 원고도 마감되었고 이제 아내와 앞으로 잘 해 보겠다고 새롭게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왜 이런 엉뚱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여전히 백지처럼 하얀 얼굴로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는 아내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울화통은 울화통대로 터지고, 상황은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지라 정말 울고만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아내 곁에서 울 듯 말 듯 묘하게 인상을 구기고 앉아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경찰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하니 정신나간 아내는 지금껏 허공만을 열심히 응시하고 있느라 분명 경찰에 신고도 못했을 듯 싶었다. 나는 전화를 걸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전화기는 안방에 있었다. 그런데 또 한번 놀라운 일이 벌어 졌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막 수화기를 들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에~~~~~~' 하는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들리면서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강시처럼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아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모습이 그때처럼 무섭게 보인 적은 없었다. 풀어헤쳐 헝클어진 머리 결에 쭉 뻗은 두 팔, 호랑이 발톱이라도 흉내 내려는 양 잔뜩 구부린 열 개의 손가락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에~~~~~~' 라는 괴성을 지르며 심장이라도 파내겠다는 듯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아내의 살기 가득한 얼굴은 그 순간 차라리 귀신이었다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나는 그만 수화기를 떨어뜨려 버렸고, 아내는 강한 힘으로 나를 밀어 버렸다. 나는 어이없이 침대위로 벌렁 쓰러졌고, 아내는 전화기를 번쩍 들더니 벽을 향해서 힘껏 내던져 버렸다. 전화기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깨어졌고, 그 파편들은 나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나는 이제 조금 두려운 눈빛으로 아내를 조심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완전히 실성을 한 것인가...... 그런데 그 때 아내의 입이 열렸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처음으로 듣는 아내의 제대로 된 목소리였다. "전화는 안돼...... 우리 하민이...... 전화는 안돼......" "......!" "전화는 안돼...... 우리 하민이...... 전화는 안돼......" 아내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우연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나의 예리한 직감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다. 아내의 반복되는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나는 즉시 거실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지럽게 뒤섞이고, 나뒹구는 물건들 사이로 무언가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랬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분명히 저 자리에 기분 나쁜 무언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바로 일전에 누나가 남기고 갔던 여행용 가방! 그 검은 색 트렁크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새삼 골치가 아파왔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 일...... 하민이까지 사라져 버린 이 기절 초풍할 소동에 누나가 개입되어 있었단 말인가...... 나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부서진 전화기 주위를 맴돌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전화는 안돼...... 우리 하민이...... 전화는 안돼......" 나는 살며시 다가가 그런 아내의 어깨를 다시 한번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이어서 억지로 아내의 얼굴을 붙들고는 나와 시선을 맞추게 했다. 하지만 아내의 시선은 역시 자꾸만 빗나가고 있었다. "주영아. 누나가 다녀갔던 거니?" "......" "아님 매형이야?" "......" "하민이 보고 싶지?" ".....!" 마침내 아내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민이는 내가 구해 올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내가 이번에도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고무된 나는 탐정이라도 되는 양, 쉬지 않고 다시 질문을 퍼부었다. "누나가 다녀갔었니?" 아내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 졌다. 그 고개 짓에 가슴이 시큼하게 저려 왔다. 누나가...... "누나하고 매형하고 같이 왔었니?" 아내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졌다. 역시...... "그들이 하민이를 데려갔니?" 끄덕끄덕...... "그들이 신고하면 하민이를 죽이겠다고 하던?" 끄덕끄덕...... 고개짓에 힘이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아내의 감정이 다시 격해지고 있었다. 다시 실성한 상태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물어 봐야 할 것이 있었다. "주영아. 그들이 원하는 게 뭐였니?" ...... "주영아......" ...... 그러나 더 이상 아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끄덕이지도 않았고 설레설레 젓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내 시선을 벗어났다.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더니 멍하게 허공을 응시했다. 아내는 처음의 모습을 되돌아 간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시선은 주영을 벗어나 즉시 화장대 서랍으로 향했다. 세 번째 서랍이 보란 듯이 삐죽이 열려 있었다. 거칠게 서랍을 빼 내었다. 이곳에는 언제나 나의 통장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안을 뒤져봐도 통장들은 보이지 않았다. 천 만원이 들어있는 정기 예탁금 통장과 정기적금 통장 모두가...... "이런 제기랄......!" 나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고작 이 돈을 뺏기 위해 하민이를 볼모로 데려갔단 말인가?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누나가......? 도무지 믿을 수 없고,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이상 주영이처럼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주영아 꼼짝 말고 여기에 있어. 알았지? 문 잘 잠그고, 누가 두드려도 절대 열어주지마! 경찰에 신고를 해서도 안돼! 전화기가 박살났으니 신고도 못하겠지만...... 아무튼 일은 내가 잘 처리하고 올 테니까 넌 그냥 여기 가만히 있어. 행여 밖으로 돌아다닐 생각은 말구." 난 마지막으로 주영의 어깨를 힘있게 붙들고선 그녀의 멍한 시선에 눈을 맞추어 보았다. 그러나 주영의 눈동자는 여전히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아내의 모습이 문득 애처롭게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난 일어서야 했다. 하민이를 찾아 와야만 아내의 정신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에. 반드시 그래야만 하기에. 하지만 안방 문을 나서려다가 다시 아내를 돌아다 봤다. 내가 이대로 집을 나가면 아내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내 발길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주영아...... 모든 게 다 괜찮아 질 거야. 내가 얼른 가서 하민이 데려 올 거니까 아무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 될 수 있는 데로 빨리 올 거야." 역시 아내는 나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현관을 빠져 나와 밖에서 문을 잠궈 버렸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폭풍이야기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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