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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창작/연재] 메우크 자서전서 3장(7/24일 수정본)
게시물ID : readers_20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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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3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20 0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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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http://todayhumor.com/?readers_20616
2장: http://todayhumor.com/?readers_20713

귀찮으시겠지만 1,2 장을 읽으셔야 이해가 되실거 같아 링크를 겁니다.
담주에는 안보고도 이해될 수 있도록 정리를 해서 같이 올리겠습니다.

3장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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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마카트 지방(2)

 데에리에서 붉은 연어군의 반란이 있었던 건 크우란에서 하베크 축제*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삼 일째 되는 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오타르 인들은 하베크 시기가 되면 연어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 시장을 열어 화산재가 더 이상 날리지 않을때까지 필요한 물품들을 사둔다. 시장을 여는 첫째 날에는 동네마다 축제를 여는데, 동네마다 축제가 끝난 다음에는 마카트 지방의 스투일드 일족은 메데브*에서 했던 풍습대로 흩어져 살던 온 일족이 모여 또 한 번 잔치를 열였다. 어릴 때의 크우란에서의 잔치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데에리에서 있었던 나의 세 번째 하베크 축제가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크우란에서의 세 번째 잔치를 기대하면서 크우란으로 갔다.

* 하베크 축제 : 데마간데아그 산의 화산 폭발 주기를 1 하베크라고 하는데, 데마간데아그 산의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은 1 하베크가 끝남과 동시에 1 하베크가 끝나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화산이 폭발한 후 약 2주 정도 북부로는 드라딘 산맥 근처부터 남쪽으로는 로우치의 채보 해변까지 재로 덮인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화산재가 날리기 시작하는데, 로우치 족속을 제외한 나머지 족속은 각자의 신께 제사를 지낸 후 축제를 열고, 2주 정도 시장을 열어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로우치 족은 제사를 드리고, 시장을 열지만, 축제를 지내지는 않는다.

* 메데브 : 아오타르의 중심도시. 붉은 연어의 강 중류에 있으며, 동쪽의 아에글라 족속의 땅과 매우 가까이 있다. 아오타르의 다섯 다리오가가 거주하는 곳으로 원래 마카트에 있는 스투일드 일족도 메데브에서 거주하다가 저자인 저자인 다비에드 스투일드, 곧 작타르 에아딕의 외고조 할아버지인 모구드 스투일드 때에 마카트 지방으로 이주하였다. (이주 이유는 2장 참고.  http://r.humoruniv.com/novel18417


 하지만 아버지는 크우란으로 가는 삼일 밤낮으로 내내 표정이 매우 어두우셨는데, 그 이유가 아버지는 크우란에 사는 스투일드 일족이 멸시하는 카브헥 인이셨기 때문이다. 아오타르 족속에게는 카브헥 족속이란 더러운 곳에 살며 탐욕스럽고 거짓이 많아서 거지와 상인들이 많은 족속이라고 알려져서 아오타르 인들은 일단 경계부터 하는 족속이었다. 그리고 카브헥 인 대부분이 아오타르 인들보다 작아서 쉽게 무시당하곤 하였다.


 아버지는 이런 천대와 멸시를 이곳 마카트 지방으로 와서 처음 당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카브헥에서는 바카둑 연합* 일가 중 하나인 에아딕 일가셨기 때문에 카브헥에서는 존경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셨지만 어머니와 결혼하기 위하여 이 척박한 마카트 지방으로 오셔서는 스투일드 일족에게서 온갖 조롱을 당하셨고, 붉은 연어군과 시종들 중 일부도 아버지를 무시하곤 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우아보테하케토고티기 축제'*에서 봤던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델피안느 스투일드, 곧 나의 어머니와의 결혼 서약을 굳게 지키시면서 이 척박한 땅 마카트 지방을 드라단으로부터 지키는 드라딘 성채의 수문장으로써의 사명을 다하셨다. 하지만 그러한 아버지도 사람이셨던지라 가서 조롱만 당하는 잔치에 가시기가 싫으셨지만, 워낙에 어머니가 크우란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마지못해 일족의 수장이신 큰외할아버지 마테이드 스투일드의 성이 있는 크우란으로 향하셨다.

* 바카둑 연합 : 카브헥의 신흥 부자 일가의 연합. 주로 다른 종족들과의 교역으로 부를 축적하였다.

* 우아보테하케토고티기 축제: 메사르 족속(카브헥 족속)의 언어로 님 나타하르(우아보테하케토) 죽이기 축제라는 뜻이다. 우아보테하케토, 즉 님 나타하르는 카브헥 족속의 창조 설화에서 최초의 큰 뱀인 루아두에게서 나온 도마뱀으로, 후에 루아두를 물어죽이는데 루아루가 죽으면서 했던 저주로 두 눈이 뽑힌 채로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고 한다. 카브헥 인들은 자신들의 신인 메사르가 남긴 유언(설화에 따르면 메사르는 데마간데아그(붉은 용)와 싸우다가 죽어서 그 후로 그 혼이 예언이 필요한 시기마다 인간으로 환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 님 나타하르를 죽이기 위해서 매년 여름 해변에서 루아두에게 제사를 지내고 님 나타하르를 죽이기 위한 의식을 치뤘는데, 이것이 점점 축제 형식으로 바뀌어서 카브헥의 바닷가마다 매년 여름 가장 더울때 이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가 워낙에 화려하고 퇴폐적이어서, 어머니 델피안느 스투일드가 우아보테하케토고티기 축제에 갔을 당시에는 아베온 족 중 통치자 칭호를 받은 일족들과 부자들에게는 가장 비싼 옷과 가마를 타고 이 축제를 방문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있었다.


 크우란에서의 나의 세 번째 잔치도 썩 유쾌하지 못했다. 사실 너무 괴로웠다. 도착하자마자 친척 아이들과 사촌들은 나를 '검은 돼지'라고 놀렸고 내가 쓰고 있던 쿠마레*를 빼앗고 찢어버리기까지 했다. 나는 동네 축제 때 동네 아이들과 했던 전쟁 놀이를 친척 아이들을 만나서 하려고 무척이나 들떠있었는데, 쿠마레를 찢기고 나서 너무 낙심하여 식사 전까지 한참을 울었었다. 하지만 나의 수모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축제 첫째 날 저녁 식사하러 온 일족이 모였는데, 외할아버지 상에는 없고 큰 외할아버지 상에 있었던 돼지다리튀김이 맛있어 보여서 가서 좀 달라고 하자 그 상에 같이 있던 큰 외할아버지의 아들, 곧 나의 외종숙이자 어머니의 사촌이었던 데타아르 스투일드 놈이 내 뺨을 때리면서 '검은 돼지야 꺼져라'고 조롱하였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어머니께로 와서 우는데 그 상에 있던 큰 외할아버지의 일가들이 모두 웃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게 더 서러워서 더 크게 울자,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셔서는 데타아르 스투일드 놈에게 머라머라고 고함을 지르시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아버지를 따라 나갔는데,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 쿠마레 : 붉은 연어군(마카트 지방의 스투일드 일족의 군대)들이 머리에 쓰는 붉은 두건


 아버지는 한 창고에 들어가시셔 나를 안으시더니 한참을 우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씀을 되풀이하셨었다. 난 그때 내가 뚱뚱해서 놀림을 받는구나라고만 생각해서 아버지가 왜 미안하다고 하시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내가 얼굴이 검기 때문에 그런 놀림을 당하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우시던 아버지는 삼일 밤낮으로 열리는 잔치에 끝까지 있지 말고 일찍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 말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날 밤늦도록 그 문제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괜히 그러겠다고 했나 싶어서 잠을 설쳤다. 다음날 어머니는 오히려 며칠 더 계시다가 가시겠다고 선언하셨고,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큰외할아버지께 인사도 드리지 않고 떠나려다가 외할아버지의 만류로 큰외할아버지께는 드라딘 성채 보강을 위해서 좀 일찍 떠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드라딘 성채로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드라딘 성채로 돌아가는 내내 하늘이 우중충하고 회색 재가 날렸는데, 그 재를 보니 친척 아이들이 찢어버린 쿠마레가 생각도 나고 또 어머니가 같이 오시지 않은 서운함에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짜증이 날만도 하셨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는 내내 안아주시곤 하셨다.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아버지 품에서 잠을 자다 보니 어느새 회색 재로 덮인 데에리가 보였다. 


 어머니가 같이 오시지 않아서 화가 났던 나는 어머니가 늘 계시던 데에리의 저택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드라딘 성채로 올라갔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읽는 척하면서 아버지께 놀아달라고 하셨는데, 오는 내내 그렇게 다정하게 나를 안아주셨던 아버지는 먼가 안풀리는 일이 있으셨던지 나를 아버지의 호위병 중 한 명인 티아르에게 나른 맡기시고는 서재에서 나오시지 않으셨다. 티아르는 일곱 하베크*를 막 지난 젊은 연어병으로, 얼굴은 갸름하고 몸이 좀 말랐던 이 티아르는 데에리에서 붉은 기운*을 잘 쓰기로 유명한 연어병 중 하나로 아버지를 잘 따라서 아버지가 신뢰하시던 연어병이었는데, 가끔 내가 드라딘 성채에 오면 나와 같이 잘 놀아주곤 해서 형과 같이 따랐었다. 그렇기에 드라딘 성채에서의 마지막 삼일은 티아르와 함께 전쟁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으로 가득 차있었다.

* 일곱 하베크 : 약 21~24년을 의미한다.

* 붉은 기운 : 붉은 연어의 신의 기운을 빌어서 창, 검, 혹은 주먹을 통하여 뻗어나가는 기운으로 마법의 일종 중 신의 기운을 빌리는 마법이다. 이 기운에 닿게 되면 불에 타는 것과 동일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 기운은 이 기운이 뻗어나가는 공간까지는 여러층이 있더라도 막히지 않고 그 모든 층에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어 갑옷을 입었어도 몸에도 충격이 가해짐) 그리고 다른 물질보다도 유기체(몸)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마법이다. 붉은 연어의 신의 기운을 빌리는 것은 믿음에서 나온다기보다는 오랜 수련을 통해서 빌릴 수 있는데, 그 수련의 방법은 스투일드 일족에게만 전해내려오다가 저자인 다비에드 스투일드, 곧 작타르 에아딕의 외고조 할아버지인 모구드 스투일드가 일가의 복수를 위해서 붉은 연어군을 창설하면서 이 비기의 수련 방법을 외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크우란에서 돌아온 후 세 번째 밤늦게, 드라딘 성채의 남쪽 성문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호위병들이 데에리로 나 있는 드라단 남쪽 성문 위로 뛰어가시는 것을 보고 나도 무슨 일인가 하여 티아르와 함께 그 성문 위로 갔었다. 남쪽 성문에서는 성문이 열린 채로 연어병들끼리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민란을 일으킨 지역일족처럼 쿠마레로 얼굴을 가린 연어병*들이 그러지 않은 연어병들을 죽이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티아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1층에서 고함 소리가 났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티아르에게 뭔가 귓속말을 하신 후에 나에게 티아르를 따라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울기 시작했었는데 티아르가 나를 안고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 아버지가 항상 목에 걸고 다니시던 가죽주머니에 무언가를 챙겨넣은 뒤 나에게 드라단 산맥 쪽으로 나 있는 북쪽의 르쿠나무* 방벽으로 가서 카브헥으로 가야한다고 말해주었다.

* 얼굴을 가리는 것은 지방 일족들이 민란을 일으키면서 주로 했던 행위였다.

* 르쿠나무 : 르쿠나무는 나무 줄기의 지름이 약 5센치 정도의 얇은 나무지만, 매우 빨리 자라면서 10m 이상까지 높이 자라고 도끼로도 잘 베이지 않을만큼 단단하며, 가지와 줄기에는 전부 가시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빨리, 높이 자라기 위해서 가지를 옆의 나무에 얽는 습성이 있어서 르쿠나무끼리만 심어놓으면 서로 얽어서 틈이 없을 정도로 서로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아오타르 인들은 르쿠나무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이 나무들을 심어서 방벽으로 만든다.


 하지만 북쪽 르쿠나무 방벽으로 가기 위한 길은 험난했다. 드라딘 성채의 북쪽에는 드라단의 돌격을 막기에 용이한 르쿠나무를 빽빽히 심어서 방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성문이랄게 없었다. 하지만 그 방벽의 양 가 쪽으로 아오타르인이 옆으로 몸을 돌리면 간신히 나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방벽의 왼쪽 틈으로 나가면 카브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오른쪽 틈으로 나가면 베막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성채에서 그 방벽으로 가기 위해서는 성채의 2층 양측의 복도 끝에서 방벽 바로 뒤의 경비탑까지 이어지는, 인간족* 한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내리막 계단으로만 가야만 했는데, 이는 르쿠나무 방벽과 성채 사이의 땅에 방벽을 넘어온 드라단을 잡기 위해 곳곳에 함정과 구덩이를 파놓았기 때문이었다. 방벽 바로 근처에는 함정이 없어서 방벽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으로 이동은 가능했지만, 방벽의 너비가 꽤 넓어서 도망치는 우리로서는 카브헥으로 가는 길로 가기 위하여 곧바로 2층 왼쪽 복도로 가는 것이 현명했다. 성채 3층에서 아버지 서재에서 물건들을 챙긴 후에 2층으로 내려오자마자 2층 왼쪽 복도로 가려 하였지만,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에 티아르는 나를 껴안고 계단 바로 옆의 도구 창고로 뛰어들어갔다.

* 인간족 : 아베온 족속 중에 거신족이 아닌 아오타르 족속, 로우치 족속, 카브헥 족속을 말한다. 이들의 특성은 대부분이 키가 2m 이하이고, 귀 끝이 둥글고 눈과 눈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있지 않으며, 손,발 가락이 다섯개이며 발가락이 짧고, 팔보다 다리가 긴 특성을 가진다.

 도구 창고의 문을 조금 열고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1층에서의 혼전이 치열했던지 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었지만,우리와 마주쳤던 무리의 발걸음 소리 이후에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티아르는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나를 업더니 문을 열고 2층 왼쪽 복도 방향으로 뛰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1층에서 고함 소리와 함께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얼굴을 가린 연어병 서너명이 1층에서 2층으로 밀려올라왔다. 그 중 한명이 나와 티아르를 보고 고함을 지르면서 쫓아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2층 왼쪽 복도 쪽을 가로막아서 어쩔수 없이 2층 오른쪽 복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티아르는 나를 방어하면서 그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그냥 나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한 손으로는 뚱뚱한 나를 안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창을 잡고 달리다 보니 다리에 창이 걸려서 쓰러지고 말았다.


 앞으로 고목이 쓰러지듯이 쿵 하고 쓰러지다 보니 충격이 몹시 커서 정말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누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티아르가 일어나 내 앞에서 얼굴을 가린 연어병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쫓아온 연어병들 중에 붉은 기운을 쓸 수 있는 자가 있어서 티아르가 힘겹게 대치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그 연어병들 뒤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순식간에 연어병들이 나가떨어졌다. 티아르도 얼굴을 가린 연어병을 해치운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는데, 그들은 어머니의 호위대장이었던 데르타르와 그의 소년병* 에파르였다.

* 소년병 : 스투일드 일족은 붉은 연어군의 (사망이나 부상, 노화로 인한) 퇴직 후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고, 대신에 퇴직한 연어병의 자식이나 친척 중에 한 명을 붉은 연어군이 되도록 하여 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친자식이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었는데, 5하베크(15~18세)를 지난 아들이 있으면 이들을 최우선 순위로 붉은 연어군에 편입시켰다. 이러한 소년병들은 바로 전투에 나가지 않고 스투일드 일족의 자제들을 호위하는 호위병이나 붉은 연어군 대장의 시중을 드는 일을 맡았다.


 어머니의 호위대장인 데르타르는 키가 셋 알메일*이고 팔과 손, 다리와 발이 다른 이들의 갑절이며, 머리가 크고 눈은 부리부리하고 배는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으며 갈색 머리카락은 어깨까지오고 온몸에 털이 북슬북슬 나있어 '데에리의 붉은 곰'이라고 불리던 자로 붉은 기운은 쓸 줄 몰랐지만 워낙에 힘이 좋아서 다른 이들이 무시하지 못했다. 데르타르는 소년병 때부터 어머니의 호위를 맡아서 어머니가 신뢰하고 의지하던 오빠와 같은 존재였다. 데르타르도 그의 소년병 에파르와 같이 연어군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자리에 소년병으로 붉은 연어군으로 들어와서 외할아버지 휘하의 게아타 방비병이 되었다. 게아타는 크우란에서 남쪽으로 하룻길 떨어져 있는 마을로 다른 지방에서 크우란으로 들어오려면 게에타로 나 있는 길로 오는 것이 가장 빨랐기 때문에 위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가족들을 크우란에서 살게 하려고 했는데, 이 지역 주변에 스투일드 일족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일족들이 살고 있어서 자주 민란이 일어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일가족은 함께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4남매를 데리고 게에타에서 사셨다. 외할아버지는 게에타도 지방 일족들과 마찰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동딸이었던 어머니에게 소년병들과 시녀들을 붙여서 절대 게에타 성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셨다. 그때 데르타르는 어머니를 지키는 소년병으로 차출되었는데, 어머니는 세 명의 오빠가 어린 나이지만 경비대장이 되는 바람에 또래가 없어서 데르타르가 항상 놀아주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어머니는 데르타르를 많이 의지하면서 지냈고 데에리로 오실때에 어머니가 데르타르를 어머니의 호위대장으로 임명하여 데에리로 데려왔다. 내가 드라딘 성채에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징징거릴때면 항상 어머니 대신 나를 안고 올라갔던 이가 데르타르였다.
 
* 셋(3) 알메일 : 1 알메일은 거신족 아에글라 족속의 베하인 일족 대제사장의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로 70~80cm 정도이다. 데르타르는 인간족이었기 때문에 약 2m 정도의 키로 추정된다.

 나도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몹시 아파서 울고만 있었다. 그때 데르타르가 나를 번쩍 들어 안아서 다시 2층 오른쪽 복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소년병 에파르와 티아르가 쫓아서 따라왔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2층으로 누군가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채로 튀어 올라왔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데르타르를 마구 때리면서 울기 시작했는데 나의 모습을 보고 뒤를 돌아다본 티아르와 에파르도 놀라면서 데르타르를 앞서서 복도 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복도에서 본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이는 다리가 불편해 보였는데 절뚝거리면서도 끝까지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몇 명의 연어병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도 그때쯤 2층 오른쪽 복도 끝에 도달해서 방벽의 오른쪽 경비탑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데르타르의 큰 몸집이 문제가 되어 잘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피 칠갑을 한 이가 연어병과 함께 그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티아르는 데르타르에게서 나를 받아서 소년병 에파르와 함께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데르타르는 내려오는 것을 포기하고 삼지창을 들어서 그들을 막아섰다.


 티아르에게 안겨서 계단 중간까지 내려왔을때, 경비탑의 경비병 중 하나가 활을 겨누면서 고함을 치기 시작했는데, 티아르는 그걸 듣지 못했는지 계속 달렸다. 그 후 몇 번의 위협사격에도 티아르는 멈추지 않았다. 계단이 꽤나 길어서 지칠 만도 했지만 티아르는 나를 안고 끝까지 달렸고 마침내 방벽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방벽에 거의 다다른 후에는 티아르는 나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경비탑에서 내려온 경비병 하나가 저지하자 붉은 기운으로 한 칼에 베어버리고 방벽의 틈으로 갔다. 그 틈으로 나를 밀어넣었는데 내가 뚱뚱해서 잘 들어가지 않자 사정없이 나를 밀기 시작했다. 그럴때만 르쿠나무 가시에 찔려서 몹시 아팠지만 울 기운조차 없었다. 겨우겨우 빠져나오자 곧 바로 티아르가 나를 끌어서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게 방벽에 딱 붙어있었다. 좀 뒤에 에파르가 그 틈으로 기어 나왔는데, 나오면서 경비탑의 경비병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소리쳤다.


 티아르는 에파르가 한 말을 듣자 나를 데리고 베막 산을 오르려고 했다. 그리고 에파르에게 방벽의 틈에서 경비병들이 나오지 못하게 좀 막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베막 산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비탑에서 화살이 날아와서 땅에 꽂혔다. 티아르는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화살이 날아와서 티아르와 나는 겨우 화살을 피해 옆에 있는 큰 바위 뒤에 숨을 수 있었다. 그때 틈이 소란스러웠는데 그 틈으로 연어병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파르는 연어병이 기어나오는 광경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는 것 같았는데 그 뒤로 두 명의 경비병이 더 나온 뒤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이가 그 틈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티아르는 그 광경을 보고 나를 끌어서 다시 한 번 베막 산에 올라가려고 하였다. 큰 바위 뒤로 이동한 뒤 좀 떨어진 바위로 달릴 계획이었는데 바위에서 벗어나자마자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해서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밑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와 함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에파르가 왔는가 싶어서 바위 뒤에서 옆으로 힐끔힐끔거렸는데, 달빛에 비친 큰 그림자 하나가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를 쫓아오던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사람 이 우리 앞에 나타났는데, 어둠 속에서 겨우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 나를 따로 오던 이는 나의 큰외삼촌 델피드 스투일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데르타르와 에파르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메우크 자서전서 3장- 마카트 지방(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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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워낙에 어머니가 크우란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가셨던 것이었다. ->
워낙에 어머니가 크우란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셨기 때문에 마지못해 일족의 수장이신 큰외할아버지 마테이드 스투일드의 성이 있는 크우란으로 향하셨다.

(수정사유) 큰외할아버지의 이름이나 지위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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