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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樂)을 잃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546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론에코
추천 : 0
조회수 : 2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22 08:14:16
‎"으이구 재밌냐?" 
 
"유치한짓 그만하고 좀 도움이 되는걸 해라"
 
아마 제 나이 대에서 자라면서 들은 가장 흔한 말 중 하나 아닐까요. 
한편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오늘은 저 말들이 얼마나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저는...인간에게 있어서 '즐김'은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본질적인 삶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니 뭐니...저한테는 와 닿지 않는군요. 개인주의적인 시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언제나 채찍질하며 하는 말: '미래를 위해 참는다.'  
얼마전에 이 말이 절망적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미래'를 제대로 정의할 수 없는 우리 인간에게 그것을 위해 참는다는 자세는 참혹
한 고통이 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되뇌며 젊음을 버리고. 미래를 위해 중년기를 건전히 살아간다.
 
그리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 노년을 바친다. 
 
여기에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분명 저는 저 단계들을 인생을 걸고 추구할 이상으로써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네요.

저 이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학원과 학교를 전전긍긍하며...마치 갖고놀기위해 잡힌 개미같이 이리저리 거대한 손가락에
의해 여기저기 놓여지는 것 같이 살아온 제 인생이,
앞으로 자유로워 지는 것이 아니라
더더욱 커다란 손에 의해 더더욱 작은 우리안으로 던져지는 것 같아서.
답답해지더군요.

생각해보면 저는 무엇인가에 의해 심어진 '올라가야만 한다'는 
목적의식만을 갖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얼마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기생곰팡이중에는 곤충의 정신을 지배하여 풀로 기어오르게 만들어 
이윽고 지나가던 대형생물에게 잡아먹히게 해 번식을 꾀하는 무리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이 미친듯한 경쟁의식은 실로 그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자기희생의 승격화겠네요. 
물론 자신을 깎으며 업적을 이루는 사람들은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사회는 우리모두에게 이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행하고있는 자기희생들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타의라고 밖에 설명 할 수가 없군요.

대충 기억이 날 때부터 저는 부모님에게 의해서, 학교에 의해서, 사회에 의해서,
일종의 거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심어졌습니다.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그래서 저는 자기희생을 당연시하며...다른 모든 것을 깎아냈습니다. 
그러면서 듣는 말이 바로 처음에 한 저 둘.
다른 애들도 같은 가치관 밑에서 사고하는지, 걔들도 그런 소리들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는...아마 우리는 서서히 즐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된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지만, 인간으로써는 부숴져 가는 것이죠.
어느새 즐거움에 대해 즐겁다고 하는 표현을 부정하며 숨기는 자신이 형성되었더군요.
그래서 순수히 즐겁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조차 부끄러워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웃기지도 않은 현재의 제가 있습니다. 

외국 대학교에 와서 보니 세상은 정말 넓습니다. 
저같이 공부아니면 죽음이라고 생각하던 애들도 물론 있고 
그저 학교에서 내주는 것만 하면서 학교를 즐기다보니 와있는 애들도 있습니다. 
내성적인 애들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애들도 있습니다다. 
취미도 가지각색입니다. 승마. 양궁. 사냥. 행글라이딩. 덕질. 요리. 스케이드보드. 
파쿠르. 춤. 격투기. 사이클링. 노젓기. 풋볼. 축구. 바이올린. 피아노. 밴드. 발레.
스노클링. 스키. 보드게임.
 
이런 취미를 들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갖고있던 가치관으로 '한심하긴 공부는 안하고'라고 생각했
었을까요.
 
...그저 분하고, 서럽고, 부러웠습니다...
 
즐기는 것을 참고, 참고, 또 참으며, 결국 즐김을 부정까지 하게 되버린 제가 분하고...
...나도 저렇게 살아도 됬을텐데,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부숴져버린 제 유년기와 청소년기
가 서러워서...이력서에 쓰는 취미가 아닌 자신이 마음으로 즐기는 것을 취미로 갖고 그
것 을 당당히 즐기는 그들이 너무 부러워서...결국에는 두려움까지 느껴지더군요.
 
모든 것을 버리면서 억지로 걸어온 저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즐겁게 걸어온 그 친구들의 
'삶의 격'과 '살아가는 힘'은 비교조차 안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도 이제...20대가 된 이제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즐거움이라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제 시각과 사고는 상당히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여과없이 마음이 내키는대로 사물과 사람을 정의내리고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주변의 시선에 대한 의식에서 비롯된 판단을 내립니다.
어디선가 마음은 아니라고, 혹은 좋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판단을 내립니다.
그러면서 제 마음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이 하자는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버려온 마음이 다시 붙으면, 
저는 조금 더 자신있는 '인간'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순수하게 웃을 수 있는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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