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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케이스
게시물ID : readers_20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시야스
추천 : 2
조회수 : 2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21 12:02:57
내 새 휴대폰 케이스는 깨끗했다.
새하얀 색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서  한가할 때면 케이스를 그저 보았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시달리던 일상에서 벗어나 그 깨끗함에 집중하고 나면, 어느새 뒤틀려있던 마음도 누그러지고 창 밖의 평온한 구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좁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들도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나는 뒤늦게 잘못을 사과하거나, 아니면 생각을 다시 바로세우던가 했다. 이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 새하얀 케이스를 그렇게나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카레를 먹고 있었다. 카레는 언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휴대폰 상단에 조금 튀었고, 나는 얕은 짜증을 내며 그것을 닦았다. 카레가 워낙 노랗긴 하다만은 워낙 적어서 금방 닦였고 나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작은 일이었다. 케이스는 여전히 하얗고 깨끗해보였고 나는 눈 앞의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재앙의 시작임을 알지 못했다.
그 다음 날, 여느 날과 같이 일하던 나는  케이스를 보았는데, 카레가 튀었던 그 부분이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말 조금이었다. 새끼 손톱보다도 작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나를 미치게 했다. 티 하나 없이 하얗던 케이스는 이제 더 이상 하얗지 않았다. 단지 얼룩이 있는 하얀색일 뿐이었다. 그것도 산 지 일주일도 안된 얼룩 케이스인 것이다. 케이스를 보며 마음이 편해졌던 얼마 간의 행복은 얼룩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는 케이스를 볼 때마다 그 얼룩만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얼룩 케이스다.
얼룩 케이스....
연두색 얼룩 케이스.....
새하얀 케이스를 쓰고 싶었던 내 꿈은  불과 일주일만에 그렇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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