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웩!" 막상 들어간 어스름한 폐가안에서는 헛구역질이 날정도로 썩은내가 진동을 하였다. 어디서 먹을걸 찾아내는지 구더기는 2년전보다 더욱 번식하고 있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너무나 평화로울정도로 바닥을 뒹굴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쩌면 구더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화가 치밀어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콱,콱,콱,콱,.."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구더기들을 마구 밟고있었다. 순식간에 100여마리의 구더기가 죽어나갔고 방안은 구더기들의 체액과 소리없는 신음으로 가득차는 듯 했다. 끈적끈적한 바닥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입안에는 침이 고였다. "꼬로로록~" 난데없이 내뱃속에서는 지금 상황과는 도저히 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이성은 바닥에 널부러진 구더기들의 시체를 보며 너무나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육체는 그들을 원하고 있는듯 했다. 다른 동료들의 시체옆에서 살겠다고 꿈틀대는 구더기들은 어쩌면 여자의 속살처럼 보이기도 했고 어머니가 버리고 간 감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마치 사냥감을 쫓는 들짐승인냥 구더기에게로 달려가 손에 집히는대로 입안에 구더기를 쳐넣기 시작했다.
"우적, 우적, 우적" 고약한 지린내를 뒤로하고 밥알보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은밀한 육(肉)비린내가 입안을 가득채우더니 난데없이 풍겨오는 아찔한 장미향이 나의 손을 멈출수 없게 만들었다. 나의 눈과 코에서는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체액들이 흘러나왔고 그것들이 구더기들의 체액과 뒤섞이고 나의 침과 뒤섞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오스적인 중독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 했다. "우적, 우적, 우적" 구더기는 먹어도 먹어도 어디선가 끝이 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고 나는 아주 탐욕스럽게 그것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집이었다. '꿈이었을까?' 하지만 입에서 풍기는 은근한 비린내와 이사이에 거북하게 끼어있는 이물질은 그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좀있다가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신 얼굴로 밥상을 차려오셨고 나도 전에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