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사직서 내려갑니다(원글 링크). ※ 댓글로 남기려다 글이 길어져 게시판에 남깁니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퇴사하지 마시기 전에 한번 돌이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나가서 싸우실 준비가 다 되어 있나요?
그리고 개인으로서 싸우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판세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필요도 있어요.
어제, 오늘 촛불집회를 나갔습니다. JTBC와 인터넷언론, 그리고 SNS와 오유를 통해서 소식들을 계속 접하고 있고요.
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아직 이 흐름을 끌고 나갈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직 저는 미숙합니다. 논리와 말, 열정과 신념.. 모든 면에서 부족합니다.
지원하는 사람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겠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정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집단에서..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란 것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역량으로 집단과 조직을 움직이려면... 리더가 탁월할 때보다.. 배는 힘듭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개인의 역량들이 뛰어나서 바람직한 집단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수준이 돼야 합니다.
집단의 지성은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이성의 최소공통분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체계, 절차와 프로그램)의 수준도 향상되어야 합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소통의 한계로 인하여 정보손실과 대응능력의 정체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와 분노가 있을지라도... 그 에너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지속가능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불완성인 채로 끝났는지 고찰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한계에 관해서는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지성집단의 결속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상이니.. 정치력이니... 여러가지 단어들로 표현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통찰력과 추진력입니다.
뛰어난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들을 규합할만한 구심점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럴만한 흐름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켜보고,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겠지만... 아직 올인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싸움은 장기전입니다. 어제 광화문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지 35년이 지났다고 하였습니다.
슬퍼도 뒤에서 울고... 끝까지 누가 질긴지.. 버티고 살아남아서 대한민국의 정의로 바로 세우자고 하였습니다.
배수의 진은 필요할 때 쳐야지... 아니면 활로조차 없어 고사할 것입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 하였습니다.
스스로의 힘을 갖출 수 있는 안정성을 쉬이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신이 시정잡배들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갔던 과하지욕의 고사를 통해 생각을 깊게 하시길 바랍니다.
때때로는 구정물도 들이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연꽃을 틔울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가 연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더러운 흙탕물이라도... 철만큼 단단한 껍질일지라도..
뚫고 나와 세상을 정화하고 향기를 뿜을 연꽃임을 잊지 맙시다.
p.s. 마지막으로 어제 4월 26일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정봉주 전의원의 발언 동영상을 올립니다.
(바쁘신 분들은 7:09부터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