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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몇 편
게시물ID : readers_20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CHIAVELLI
추천 : 6
조회수 : 28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4 00:41:52
소싯적(?)에 썻던 시 몇 편 올립니다.
부끄러운 작품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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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부

  지하 공사장에서 낡은 등산화 두 켤레와
  하루 종일 등 굽어 시퍼런 잠바가
  새빨갛게 물든 장갑과 함께 나타났다
  네온사인의 빛이 차갑게 불어올 때
  붉은 땀에 얼어붙은 장갑을
  아무것도 없는 잠바 주머니가 맞잡았다
  바람구멍이 휑 한 잠바를 짊어지고서
  등산화 두 켤레는 아무도 없는 밤길을 조용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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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치의 자궁

  썩은 자궁에서 눈을 뜨는 밤
  시체 냄새가 난다며 코를 잡는 아버지를 보며 담벼락에 도끼를 던졌다
  오늘은 꿈자리가 사납다고
  내일은 저 혈관이 달리는 담벼락을 치워 버려야겠다고
  여동생은 아침부터 난리다
  형광등이 스모그처럼 새하얀 빛을 내려쬐고 있다
  오랫동안 기름칠 하지 않은 관절은 태엽이 풀린 듯 삐걱거린다
  벽장을 열어 차가운 철판을 장착한다
  철로 된 숟가락으로 못을 퍼먹는다
  식탁 위에서 온갖 스피커들이 기름이 맛없다며 난리다
  그래, 기름 한 톨 안 나오는 이 땅에선 시계를 돌리는 것조차 사치다
  오늘도 입안 가득히 못을 씹으며 돌아다니는 기계장치의 나날
  자궁에서 태어나기라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어보기라도 하기 위해
  오늘도 달리는 시계에 기름칠해 본다
  시계바늘에 손가락을 찔렸다
  몸에서 기름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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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 인사법

  힘줄로 만든 송곳니를 봤는가?
  모든 육식동물의 송곳니는 힘줄이다
  그 힘줄로 근육을 움직여 고기를 뜯는다
  송곳니의 시대에 모든 송곳니과 동물은 송곳니를 과시한다
  입을 벌려 내가 바로 송곳니를 가진 짐승이라며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며 주장한다
  근육통처럼 송곳니가 간지러우면 딱딱한 발톱으로 송곳니를 갉는다
  늑대가 개를 싫어하고
  고릴라가 인간을 싫어하듯이
  호랑이는 고양이를 싫어한다.

  고기를 먹고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졌을 때
  고양이가 한 마리가 다가왔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손등을 문지르고 지나갔다
  손등으로 송곳니를 갈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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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단추를 다는 법

  단추 여섯 개를 손에 쥐고
  소의 등에 올라
  하늘에 단추를 단다

  소의 등은 딱딱하지만
  무릎은 가볍고 말랑한 것
  소의 진노를 사지 않으려면
  무릎을 세워선 안 된다
  무릎을 요추에 대면 예의가 없고
  견갑에 대면 오만하다
  요추와 견갑, 그 사이의 흉추
  그 작은 틈새에 무릎을 대고서
  비로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단추를 달며 손을 내려선 안 된다
  겨드랑이와 상완 사이의 거리
  그것이 겸손함의 거리
  손 안에서 떨리는 단추를
  하나 둘 달아 본다

  모든 단추는 여섯 개
  두 단추는 허리로 달아야 하며
  두 단추는 손가락으로 달아야 한다
  등으로 무릎을 가다듬고
  눈부심에 눈물을 흘리고
  곳곳이 세운 겸손함으로 달아야 한다

  비로소 모든 단추를 달았을 때
  한숨을 내쉬기 전에
  소의 등에서 빨리 내려와야 한다
  꼬리를 밟아 등에서 떨어지기 전에
출처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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