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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이어지면 재앙이 됩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0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작
추천 : 173
조회수 : 5531회
댓글수 : 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8/02/12 20:35:58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2/12 03:25:04

1. 숭례문 개방의 의도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방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경비는 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작은 빌딩 하나도 밤낮 누군가가 지키고 있는데, 국보1호를 아무도 안 지킨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어느 토스트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더군요. 
 미 대사관, 미군부대는 전경들이 잘 지켜주면서 우리 국보는 왜 안 지키는 것인지... 2MB가 개방을 추진할 때 문화재청은 방화 등의 문제로 반대했다고 합니다. 2MB는 강행했다죠. 우려가 있는데도 강행을 해야했다면, 최소한의 대비책은 만들고서 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불행히도 당시 서울시장은 2MB짜리였죠. 
 이것이 말이 안 되는 첫번째 고리이며, 모든 일의 시발점입니다.

2. 숭례문을 경비하기로 서울 중구청과 계약을 맺은 KT 텔레캅은, 기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더군요. 이전의 경비업체였던 삼성 에스원에 비해 훨씬 질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무인경비시스템>을 빙자하여 일주일에 대여섯 차례 순찰이 고작이었는데, 내면을 보면 그 거창한 <무인경비>라는 게 <무경비>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CCTV 숫자도 줄였고, 적외선 탐지센서에 사람이 걸려도 대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말이 안 되는 두번째 고리입니다.

3. 소방대원들은 초반에 지붕을 뜯어 진화할 것을 제안했다가 문화재청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1차 진화에는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방심한 틈을 타(?) 불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방대원들의 대응과 문화재청의 대응, 둘다 말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사건을 더 키워 준 세번째 고리입니다.

이 세 가지 연결고리들이 이어지자 숭례문은 홀랑 타버렸습니다. 그 중에 하나의 연결고리만 없었어도 '숭례문 전소'라는 황당한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관련자 중에서 자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한 사람이 1명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상의 세가지 연결고리들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것 같아 보이나, 그렇지 않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조직적이며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게 한국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삼풍백화점도, 성수대교도, 태안에서도, 다 이런식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네번째 연결고리입니다. 이른바 '안봐도비디오'식으로 처리될 것입니다.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2MB, 서울 중구청장, 문화재청장, KT 텔레캅스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권도 바뀌고 하니 유홍준 아저씨를 비롯해 몇몇은 아마 책임을 지고 자진사임할 것이고, 그 외에는 정말 말단들만 몇몇 피를 볼 것입니다.

옛 시대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최소한 두세명은 효수를 당했습니다. 일벌백계이자 동시대인에 대한 경고, 후세에 대한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옛 시대가 좋았다는 말은 아니며, 효수형에 처하자는 말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런 식은 아닙니다. 책임있는 자가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좋은 세상입니다. 이것이 네번째 연결고리입니다. 네번째 연결고리는 또 다른 사건의 첫번째 연결고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말했듯이,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PS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다, 아니다, 말이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국가 수반이 국보가 망가지는 사태에 대해 어찌 책임이 없겠습니까?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딴나라당과 그 지지세력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노통의 책임은 도의적 책임이지만, 딴나라당의 책임은 직접 법적용이 되어야 마땅한 직접적인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처벌받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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