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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로 한강 다녀왔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2090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이캣☆
추천 : 1
조회수 : 232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06/06/21 06:16:07
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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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진짜 하루 종일 운 기억 밖에 없다.


아침에 눈 퉁퉁 부어 울고 준비하고 나가서 또 속상해서 지하철 한복판에서 울고
덕분에 감정이 추스려지질 않아 일터엔 늦고.
내가 좋아하는 주임님께 혼나서 너무 죄송스럽고 속상해서 완전 대성통곡 해버렸다.


" 야. 너 왜 그래. 왜 이렇게 지각을 많이 해. 
니가 그러면 주변에도 피해가 가는거 알아? 몰라??
잘하더니 왜 그래. 적어도 전화라도 주던가. "

"..죄송합니다. 연락은 드렸는데..."

" 니가 직원들끼리만 연락한다고 돼는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 자체에도 연락을 줬었어야지.
나한테 이야기하기 어려우면 어? 직원한테 이야기를 하던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

" .....예. 압니다.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지만 제가 불성실한 탓이라..
다음부터도 이런다면 그땐 그냥 사람 구해놓고 제 발로 나갈께요. 
혼내주시는것도 당연해요. 그러니까..흑. "

".....아니. 괜찮고. 다음부턴 그러지마 무조건 사유서 써야 하는거야. 아주 작은 거라도. "

"예..죄송....합니다..."



이러고 나오는데 친한 매대 언니들 보니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 이러면 밖에서 울고 온 의미가 없다.

참으려는데 참으려는데 자꾸만 눈물이 난다.
나 걱정하듯 바라보는 얼굴이 더 슬프다. 



" 정민아 왜 그래. 왜. 무슨일이야? 주임님이 많이 뭐라 그러셨어? "


"....아뇨..아뇨. 언니. 저 혼나는 거 당연해서 그런건 관계없는데.
...흑..흐윽! 어떻게해요! 어떻게 해....!!!!! 제가 어떻게 하면..
흐으으윽...으어엉...친구 아버지 많이 아프시대요. 암이래.
....다른 친구 하나는 너무 사는게 힘들어서 토할것 같대요.
가난한게 너무너무 싫다고..제가 뭘 할 수 있어요?? 네????? 
저는! 아무것도 못해요. 아무것도.."

이러면서 오열해 버렸다.
원래 내 목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사람들 다 쳐다보더라.

하지만...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희만큼은 아니겠지만.
주변 매대 언니들한테도 죄송스러워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다들 놀라셔서 안아주시고 난리시다. 안에 들어가서 진정 좀 하라고. 
고마워요..죄송해요.

너무 울어서 진짜 탈진할것 같더라. 

몸이 너무 무겁다.
밥 못 먹어서 물만 꿀꺽꿀꺽 마셨더니 속이 쓰리다.

"정민씨. 이거~...먹어요. "

"어..어어어; 언니. 저 괜찮은데. 아..놔 이러면 감동받아버릴거야."

옆 매대 언니가 밖에 나갔다가 먹을 걸 좀 사오셨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감동받아 눈물 찔끔 나오려는거 다시 한번 곱씹고
언니 너무 좋아서 꽈악 안아드렸다.

...고마워요.


마음도 무겁고 몸도 물 먹은 솜처럼 축축하다.

아...내일 비온댔던가. 한강가야지.
찬 바람 들이쐬고 소주로 나발 불면서 이 녀석들 위해서 기도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주임님도 나 괜찮냐고 여쭤보셨다던데.
불성실한게 너무 죄송해서 전에 호프 좋다하시던게 기억나 편의점 들러 슈나페하고
하이트 하나 사서 갈때 드리면서 주임님 땜에 그렇게 운 거 아니라고.
친구들 땜에 속상해서 그랬다고..죄송하니까 이거 드시라고.
했더니 웃으며 어깨 꽉 잡으시면서 다음에 밥 한번 꼭 사신단다.
하여튼 여러모로 진상이라고 ^ ^

갈 때 과자 주셔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시간 11시 45분. 한강 도착했다.

벌써 눈 앞이 뿌옇다.


...울지말자.

지금만큼은 그 녀석들을 위해 기도하자.

사람들 많은 가운데 벤치에 혼자 앉아 소주 한 모금. 초콜렛 한 조각.

마음을 담아서 손 꼭 모으고 기도해본다.

...안 아프게 해주세요.

저는 하나님을 믿진 않지만.
신이 계시다면 이런 일들은 그 착한 아이들에겐 너무나 가혹하다고.
힘든 아이들..이젠 좀 놓아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제발...

마음을 담아 한명한명 정성껏 기도해본다.

.........이번만큼은 꼭 닿았으면 좋겠다.

밤새려는데 빗방울 치길래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한참 비 내리는 거 보다가
그냥 택시 잡아타고 기사분이랑 두런두런 세상이야기.

그 분은 운전 하신지도 10년이 넘으셨다는데 특별한 인센티브 없으시다길래.

참 세상이 나쁘다고. 안 알아주는게 잘못된 거라고.
제가 보기엔 자랑스럽다고 저희 아버지도 막노동 20년 가까이 하셨지만 저는
너무나도 자랑스럽댔더니 나보고 생각이 꽉 찼다며 웃으신다.

그래서 아저씨 자제분들도 계시지 않느냐 그분들도 분명 아저씨를 자랑스레
여길거라 그랬더니 50 가까운 나이에도 아직 결혼을 못 하셨단다.
참 사는게 힘들다고..돈 문제도 참 크다 하시길래.
50이든 60이든 나이와 관계없이 어디엔가는 아저씨를 꼭 알아줄 그런 분이 계실거라고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그냥 잔돈은 안 받았다.

술먹고 횡설수설하는 내 이야기 들어주시니 참 고맙다.



엄마한테는 다 같이 술 먹은척. 밥 먹고 조금 눈 붙이다 일어나서
쓰는 글이네요...^ ^

글 많이 우울하죠? 헤헤~ 저 한잔 했걸랑요;

사진 첨부 합니다.
요새 확실히 한강가기 좋은 계절이 되었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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