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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설거지도 못하는 사기꾼 요리사
게시물ID : humorbest_2091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영탄
추천 : 196
조회수 : 1893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8/06 08:42:07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8/06 07:18:51

대통령과 식기세척기

[진중권의 세상읽기]

2008-08-05 08:54:32

국방부에서 복무하던 시절 가끔 사무실로 놀러온 장군들의 한담을 엿듣곤 했다. 우리 옆방으로 전보 오신 전직 21사단장님의 얘기.

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 중 중국집에서 일하던 애를 특별히 골라 요리병으로 차출했단다. 어느 날 관사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걔한테 자장면이나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얘가 두 시간이 넘도록 음식은 안 내오고 주방에서 미적거리기만 하더란다. "야, 너 중국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배달했습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설거지론'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군대 시절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국내에는 나의 경쟁자가 없다"고 했던 이명박 정권. 747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으로도 손색없을 세계적 수준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주방에 들어간 지 넉 달이 넘도록 나올 생각을 않는다. 식탁에서 기다리던 국민들이 그에게 묻는다. "야, 너 일류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설거지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전 정권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당·정·청이 합창을 한다. 하긴, 온 국민이 설거지를 요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이 범국민적 오해를 일거에 불식시킬 방법이 있다. 당·정이 하루 날 잡아 일제히 청계천 개울에 나와 자장면 그릇 설거지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거다. 말로 수십 번 떠드느니, 이렇게 화끈하게 비주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게다.


요리는 그렇다 치고 그 알량한 설거지조차 못한다. 그냥 설거지만 할 뿐이라면서 나라는 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드는지. 주방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곤 온통 그릇 깨지는 소리뿐이다.

요리 할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주방의 그릇이라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온전히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설거지만 하고 끝낼 정권, 설거지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선 차라리 3MB 인공지능 식기세척기를 청와대로 모시는 게 어떨까?

데일리노컷뉴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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