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김밥과 떡볶이 등 한국의 길거리음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던 이 음식들이 올 겨울 들어 노점에까지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칭다오 번화가에는 지난 한 달 사이 무려 10여 곳의 김밥·떡볶이 노점이 생겼다. 특히 이 노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대부분 한족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
3일 칭다오 지모루 번화가 타이동에서 만난 왕샤우지엔(27·여)은 김밥노점을 연 지 2개월 남짓 된 ‘초보’ 김밥노점상이다. 그는 한국산 고추장을 파는 조선족한테 김밥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사이 중국인 단골손님들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중국식 김밥은 밥을 고르게 편 다음 그 위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한국산 고추장을 덧칠한다. 또 중국 고유의 양념을 곁들인 소·돼지고기(로우송)를 넣는다.
왕샤우지엔이 김밥을 만드는 방법은 한국의 요리법과 약간 다르다. 그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김밥 만드는 법을 따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중국식 김밥은 밥을 고르게 편 다음 그 위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한국산 고추장을 덧칠한다. 그 뒤 홍당무, 단무지, 오이, 게맛살, 소시지, 그리고 중국 고유의 양념을 곁들인 소·돼지고기(로우송)를 넣어 둥글게 만다. 중국인들은 이 로우송이 들어간 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이날 왕샤우지엔의 노점을 찾은 중국인 조우샤오지에(21·여)는 “처음엔 일본 스시와 비슷하게 생겨서 먹어봤는데 지금은 스시보다 김밥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밥 속에 들어있는 마요네즈와 고추장 맛이 독특한데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로우송의 짭짤한 맛까지 곁들여져 있어 더 쉽게 김밥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밥이 양도 많아 식사대용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왕샤우지엔의 노점에서 김밥을 먹는 한국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왕샤우지엔은 “한국인들은 김밥을 보면 처음엔 무척 반가워하다가도 김밥에 왜 고추장을 바르냐며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에겐 또 중국 특유의 로우송과 한국산 김에 비해 더 질긴 중국산 김이 낯설다. 한국인들은 대개 호기심에 한번 맛을 본다고 했다. 김밥 가격은 1줄에 3~5위안(450~750원). 왕샤우지엔의 노점에선 하루에 150줄 정도의 김밥이 팔린다.
반면 ‘중국판’ 떡볶이는 한국의 ‘원조’ 떡볶이 맛을 그대로 재현한 편이다. 타이동에서 떡볶이노점을 운영하는 리우센성(35) 역시 경력 2개월의 ‘초보’다. 그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조선족한테 떡볶이 요리법을 배웠다. 리우센성은 “주위에 한국물품 도매점이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데 떡볶이를 먹어보는 이들마다 한국 떡볶이 맛과 똑같다고 감탄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국 떡볶이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비결은 간단하다. “값이 비싸도 한국산 고추장만을 고집한다”고 떡볶이노점상은 설명했다. 사진은 떡볶이를 먹고 있는 한 중국인.
리우센성이 중국에서 한국 떡볶이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비결은 간단하다. 리우센성은 “값이 비싸도 한국산 고추장만을 고집한다”고 설명했다. 또 “떡볶이를 만들기 전에 떡을 물에 미리 담가 놓아 떡볶이를 더 쫀득쫀득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떡볶이를 맛본 한국인 최재철(32)씨는 “좀 맵긴 하지만 한국의 떡볶이 맛과 다른 점이 거의 없어 신기하다”고 말했다.
리우센성의 떡볶이점에는 하루에 100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온다. 처음엔 조선족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느새 젊은이들을 위주로 한족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리우센성은 “주말에 장사가 한창일 때는 손님들이 100m 넘게 줄을 서기도 한다”며 “한국 떡볶이의 매콤하고 쫄깃한 맛이 중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떡볶이의 가격은 종이컵 1컵 분량에 3~4위안(450~6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