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죄송합니다.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시는 여러분께 용서를 빕니다.
지키지 못했습니다.
오늘 저희 KBS 직원들은 결국 이사회를 무산시키지 못하고, 더구나
어떤 세력도 들어올 수 없는 국가1급보안시설인 KBS에 정복을 입은것도 아닌
사복 경찰관에게 유린당하는 처참한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많은 글들과
동영상을 통해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저희 직원들은 이사회를 막아보려고도 했고,
경찰들을 몰아내려 나름 땀과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능멸당한 처참함에 어깨를 떨어뜨린 채 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봉순(KBS)가족들을 원망하셨죠.
그렇게 촛불을 들고 응원할 땐 침묵하더니 이제와서 우는 소릴 하냐고 탓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희 KBS직원들은 내부적으로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여러분에게 늘 감사를 드리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 KBS직원들이 일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희들이 드디어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MB가 고맙습니다. MB가 제대로 실수했습니다.
여러갈래로 나눠져있었던 KBS직원들을 하나되게 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내부에서는 아시는대로 의견이 갈려있었지요.
정연주사장을 지지하거나, 정연주사장을 지지하진 않지만
공영방송의 위상을 위해서는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거나
(사실 이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무조건 정연주사장이 물러나야한다거나.....
등으로 의견이 다양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이 개막되면 국민들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릴 것을 기대하며
공영방송에 대한 해서는 안될 만행을 펼친 2008년 8월 8일, 정권의 사주를 받은 경찰
(이때는 견찰이라 해야겠지요..)이 공영방송을 유린하는 순간 여러갈래로 찢겨져있던
KBS구성원들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겁니다.
능멸을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고나 할까요?
오늘부터 바로 행동에 들어갔고, 다음 주 월요일인 8월10일부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겁니다.
18년 전인 1990년 4월, 당시 노태우가 자신의 심복을 KBS의 사장으로 임명하자
5천여명 KBS직원들은 90일동안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방송마져 끊어버리고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던 바로 그런 양상으로 바뀔겁니다.
지금 사무실 창밖으로 1000여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토해내는 함성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촛불을 들고 계신 시민들을 KBS본관
2층 로비에 있는 시청자 광장으로 모셔서 조금은 편안하게 계실 수 있도록 애쓸 것입니다.
KBS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차량들을 빼 내도록 하겠습니다.
월요일 부터는 KBS직원들이 매일 정오(12시)와 저녁6시에 공영방송을
사수하는 집회를 끈질기게 펼치기로 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본사와 지역KBS직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도 할겁니다.
여러분이 끝까지 지켜주신다면 저희들은 큰 힘을 얻을겁니다.
저희들이 끝까지 투쟁한다면 여러분도 외롭지 않으실 것입니다.
지켜내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요.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들이 잘한거 없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정권으로 부터, 대자본으로 부터 독립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여러분 감사합니다......그리고.....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KBS직원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고싶다는
자존심과 소망은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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