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아마 "나로 인해 타인이 죽은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차장처럼 낡은 단어, 신념을 믿고 꽌시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정직하고 합리적인 상사맨에게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얼마나 큰 자책으로 다가오는지 그저 막연히 짐작만 될 뿐이다. 이성적으로 오차장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의 신념과 믿음은 그를 죄인으로 만들고 속박했을 것이다.
오차장은 장그래에서 이은지를 몇번이고 떠올렸다. 죽음이라는 건 가끔 트라우마와 같이 남는다. 아닐 걸 알면서도, 이후 장그래의 인생이 이은지처럼 될까봐 겁났을 것이다. 그래서 장그래에게 애초에 아무 희망도 주지 않기 위해 괜한 타박을 놓기도 했고.
그러던 그에게 사람 하나 살릴 수 있는 동아줄이 내려온 거다. 보상심리 아닐까? 자신의 자책감을 덜기 위함일 수도, 혹은 불행했던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