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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토끼님께 올립니다.
게시물ID : gomin_209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콜릿쌀푸딩
추천 : 4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9/21 01:21:48
지붕위의 토끼님.
9월 15일자 어느 요리인분의 글을 보고 살짝 열이 올라 적습니다.


마인드 운운하시는데 솔직히 좀 기분나쁘네요.

저도 다른 직장에서 5년간 일하다가 빵을 너무 좋아해서 30대 전에 전직 한번 했다가
개박살난 사람입니다. 연봉 사랑 모든게 다 떠나가더군요.
마인드요? 실력 생각 않하고 돈 운운한다구요?
하루에 14시간 아침 새벽 5시부터 일하기 위해 4시 반에 일어납니다.
5시 조금 전에 일터에 도착해서 반죽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1시 2시 점심시간까지 1분, 20초 이상을 못쉽니다.
쉬면 전체적으로 일이 지체되기도 하고 욕도 먹습니다.
죽어라 일하고 노곤한 몸을 끌고 한솥도시락으로 향합니다.
왜냐구요? 싸니까요. 5000원짜리 점심을 먹기엔 내 월급이 너무 적습니다.
2시까지 욕심을 내서 쉽니다. 다들 그러더군요 쉴때 쉬라고.
처음엔 일부러 점심 20분만에 먹고 들어오고 했는데 몸이 못버티덥니다.
그렇게 4시 5시까지 또 죽어라 일하고 나면 다음날 준비에 들어갑니다.
밀가루 18kg+물 10키로. xx 열손가락으로 들어보셨나요?
손가락 마디마디가 저립디다.
마무리가 대충 끝나면 청소에 들어갑니다. 
2시간가량 물청소. 뭐 일찍 끝나면 7시 8시. 처음에 들어갔을떈 10시 넘어서까지도 하더군요.
끝나고 집에 가면 신발에 가득찬 물때문에 발이 퉁퉁 부어있습니다.
저 그만둘때쯤엔 습진에 걸려서 엄청 고생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쉬는게 아니더군요. 좀비처럼 걸어다닙니다.
그리고 주말은 100% 못쉽니다.
그렇게 한달 일하면 93만원 나옵니다.
연봉협상? 그딴거 없습니다. 그냥 이직이 답이랍니다.

뭐 물론, 마인드는 잘 가져야죠.
장인의 마인드로, 내가 사장이다 라는 생각 말입니다.
열심히 만들고 또 만들고....가게 쉐프님이 만드신 케이크.
라는 블로그 글을 보았었습니다. 올라간 날짜를 보고나서 딱 생각이 나더군요.
"저거 내가 만든건데..."
그렇게 노력하지만 내가 노력한 댓가는 너무나도 적더군요.
실력? 돈? 제가 보기엔 실력에 비례해서 돈을 받는것도 아닌듯 하더군요.
결국 돈을 벌려면 제가 가게를 여는게 답이였는데 중요한건 개인가게들은 점점
망해가더군요. 그분들은 실력이 없으셨던건가요?

'내'가 그렇게 빵집에서 노예 아닌 노예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야 정상입니까?
물론 빵쪽에선 이리 말하죠.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까지 주는데 얼마나 좋냐고.

토끼님 자신도 많은 어려움과 힘든 일들을 겪으셨는진 모르겠지만
그 요리사님도 자신의 힘든 상황을 울분과 함께 토해내신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역시도, 그분과 마찮가지로 빵이든 요리든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술자보다도 앉아서 펜대를 돌리는 쪽이 더 인정받거든요.


참고로, 그곳을 그만둔 뒤에 참 많은 방황을 하였습니다.
고민하던 여행도 다니고 여러 일도 하다 지금은 처음에 하던 직종과 비슷한 곳으로 왔는데
연봉이 500만원이나 깎이고 아무리 더럽고 힘들고 냄새가 나도 빵집보단 좋습니다.

지붕위의 토끼님.
간곡히 부탁드리지만, 어떤 인생을 사셨는지 저는 모릅니다만
당신만의 생각을 남에게 주장하지 마세요.
결국 토끼님도 자기가 겪은 일이 제일 힘든 일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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