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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Finder [스릴러 / 연재] #Prologue
게시물ID : readers_20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놀부멱살
추천 : 1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31 0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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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The View Finder #Prologue
 
2017.12.25 09:27:31 pm
서울, 명동 어딘가.
 
추운 겨울, 그리고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나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도,
정말 맞이하고 싶지 않은 날이 될 수도,
 
그리고..... 말 못할 끔찍한 날이 될 수 있다.
 
2년 전, 난 이 자리에서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차인 이유는 없다.
뭐, 슬픈 이야기는 아니고 싸운 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단지, 그녀에게 말 못할 끔찍했던 사건을 이야기 할 수 없었을 뿐이였다.
 
그 때, 내가 그녀에게 이 사건을 꺼냈다면
이 이야기를 할 수 도,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두 남자의 끔찍하고 지루했던 이야기다.
 
2015.12.24 01:17:39 pm
서울, 서울역.
 
누군가에게 뷰파인더를 묻는다면 그저 사진을 찍을때 눈을 갖다대는 곳이라던가 혹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도구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피사체와 소통하는 공간.
빛과 시간, 그리고 피사체에 담긴 이야기를 한장의 멈춰진 시간으로 남기는 숭고한 공간이요 사진기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것을 잡아내는 타이밍과 손가락의 감각.
그리고 피사체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춘 유능한 사진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있어서 그저 허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추운 겨울이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두툼하게 무장한채로 돌아다녔다.
 
회사에는 오늘 하루 연차를 낸 덕분에 여자친구와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른바 선택받은 자의 여유랄까, 오늘 연차를 내기 위해 나와 가위바위보로 운명이 갈린 김대리님한테 미안했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묵념할 뿐, 오늘을 알차게 보내리라 마음먹었다.
 
여자친구와의 약속은 3시에 만나자였지만, 일부러 여유있게 나왔다.
 
찬 바람이 깨운 나의 야생본능이 이끄는대로 '차가운 도시'라는 컨셉의 사진을 찍어보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추운 겨울은 노숙자들로 하여금 대동단결하게 만들었고,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종을 울려대며 모금을 하는 구세군들.
 
그리고 분주히 지나다니는 회색분자들로 가득한 이 서울역에서는 내가 원하는 작품은 나올 수 없을것 같았다.
 
그렇게 자리를 떴다.
 
남대문 지하통로를 거쳐, 남대문 시장을 지나 서울시청 광장까지 걸었다.
 
그 동안 셔터는 쉬지않고 돌아갔고, 손가락을 얼어왔고 볼은 빨개졌다.
 
결국 나는 발길을 돌려 약속된 사진의 땅, 광화문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달리 이유는 없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광화문 광장에 가서도 딱히 찍을 것이 없었다.
 
그저 입김을 날리며 좋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이나, 추운겨울 순찰을 도는 경찰관들과
불신지옥을 외치는 예수쟁이, 튀겨버리고 싶은 닭살커플들, 그리고 나.
 
광화문이 보이는 광장의 끝에서야 나는 Me, 나, 자신과의 3자대면 끝에 오늘은 '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여자친구와의 만날 시간도 다 되어가고 무엇보다 출출했다.
 
'인간을 먹기위해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살기위해 먹는 것일까?'
꼬르륵 소리를 내는 배를 부여잡고 나는 생각했다.
 
처량해 보이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발길을 돌리던 찰나, 두 남자가 부축을 하며 돌아다니는 뒷모습이 보였다.
 
인생에 지쳐 서로를 부축하는 모습을 본 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이들은 광화문 지하보도로 내려갔다.
 
내 이성은 그들에게 주목했고, 나의 예술혼은 포텐이 터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통로와 제한된 형광등, 그리고 저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계산된 나는 그들을 향해 달렸다.
 
신이 나의 노력에 감동했는지 신호등 타이밍도 죽여줬다.
 
지금대로라면, 그들은 지하도 중간쯤에 있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 모서리를 돌자마자 숨을 고르고 카메라를 잡고 자세를 했을 쯤.
 
그들은 내 계산대로 중간에 서있었다.
 
뷰파인더에 그들의 모습을 담고 나는 셔텨에 손가락을 올렸다.
 
사진의 제목을 뭐가 좋을까?
 
'친구여'? '인생에 지지마라'?
 
뭐가 되었든 아마 내 인생의 마스터피스가 되리라.
 
손가락 끝에 스위치의 감촉이 느껴지고 약간의 압력을 가했다.
모터드라이브가 가동되는 감각이 손에 전해졌고 셔터가 여러번 열리고 닫히며 이들을 한장의 이미지로 남기고 있었다.
 
초당 7장씩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 반짝이는 섬광, 그리고 터져나가는 살점.
 
내 눈에서 쓰러지는 사람의 잔상이 남고 내 두 발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의 정점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건 꿈이야.......'
 
View Finder #1. 도망자(1)에서 계속.......
 
출처 심심한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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