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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유격포상 받은 사연
게시물ID : humorstory_2097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LGD
추천 : 5
조회수 : 1046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0/12/24 10:54:25
뒷북 이런 거 없고 본인 얘김다...
같은 부대 나온 분이면 이 글 보고 제가 누군지 알 수도 있을듯?


제가 08년 8월말 군번이고 2010년 7월 11일 전역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 5월은 유격이었지요.
7월 전역자이니 5월 쯤이면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시점인데 유격(두번째)을 해야 한다니 끔찍했습니다. 

군생활 초에 전 군생활에 적응을 정말 못해서 관심병사가 됬고, 
그렇게 관리되다 보니까 그간 포상같은 걸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사고 쳐서 영창 갔다오거나 그런 적은 또 딱히 없고(휴가는 신나게 짤렸지만;;) 어떻게 어영부영 지나가던 군생활이었는데 전역 전까지 포상 한번 못 받아본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상병 들어서면서부터는 별 트러블 없이 훈련도 잘 받고 전우들과도 잘 지내왔는데 결국엔 이렇게 포상없이 전역인가 싶었더랍니다.

암튼 포상 관련해선 이미 거의 포기,낙담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시국이 시국인지라(천안함 사태 이후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 그나마 있는 포상도 밀리거나 짤려나간(전역 임박할때까지 안써두고 놔뒀다가 결국 천안함 사태로 휴가가 밀려버리다 보니 자연스레 짤려버린 경우) 사람도 있었던지라 일말의 바람 같은 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군생활 마지막 훈련이 될 유격훈련이었기에 작년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올해는 유종의 미를 거두어보자' 란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맘먹게 됬지요. 작년에는 선임과 시비가 붙어서 선임은 영창가고 저는 징계로 휴가 짤리고 근신처리된 직후라서 유격이 몸도 마음도 매우 힘들었었거든요. 올해만큼은 몸은 비록 힘들지라도 마음은 즐겁게 해보자!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5월이 되서 유격준비하는 과정 중엔 아무생각 없이 평소처럼 늘어져 보냈지만 막상 유격장에 도착해서는 생각한 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진짜 열심히 했었어요. 친한 후임이 'OOO병장님 말년에 뭐 그리 열심히 하십니까'라고 했었을 정도였습니다. 진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소리지르고 열심히 뛰고 그랬는데 역시 PT 8번은 계속 열외되더군요.  

그래도 정렬할때마다 맨 앞에 서서 교관 앞에서 바락바락 소리질렀는데(제가 소리를 정말 크게 지르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등병때는 관심병사 되기 전에 단순히 목소리 크다고 다들 좋아했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교관이 PT를 금새금새 끝내줘서 좋기도 좋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질러대던 차에 산악장애물 타던 산꼭대기에서 갑자기 입에서 무슨 쇠비린맛이 나는 겁니다. 뭔가 하고 이상했는데 갑자기 잘 나오던 목소리가 안나오고 입에서 주르륵 흐르는 피;;;
조교에게 바람 빠지는 소리로 뭔가 이상하다고 알렸더니 약간 당황하는 듯 싶다가 바로 무전으로 의무장교 소환하더군요.

의무장교가 올 때까지 계속 피가 줄줄 흐르길래 열심히 뱉고 뱉고 또 뱉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피침(...)
의무장교 온 후 현장에서 간단하게 검진 후 바로 이후 훈련 열외타고 후송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훈련은 그게 끝이었지요.

후송간 군병원에서 내시경으로 목을 보는데 다행히도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무슨 폴립이 생겼느니 뭐니 하는데 전문용어라 모르겠고 암튼 출혈이 좀 있대서 약먹고 안정 좀 한다음 다시 유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그새 소문이 다 나서 'OOO 소리지르다가 피토했대'라며 웅성웅성... 본근대장도 알고 있더군요.
뭔가 뻘쭘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왔으니 남은 훈련 다 받기로 하고 다음날 마지막 날 훈련도 열외없이 다 받았습니다.

아, 하나 빼구요 화생방-ㅅ-;
그 목으로 화생방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도 하고 의무장교도 다른 건 해도 그건 안된다 그래서
다행히도 화생방은 열외타고 교장 옆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그리고 짐 다 챙기고 복귀행군...


그렇게 군생활 마지막 큰 훈련이었던 유격이 끝났고 이후 한달 정도 별거 없이 훈련 후 정리나 하면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근데 한달 후 유격관련 포상 수여식에서 포상 받는다고 얘기 나오더니 제가 받게 되더군요. 

포상 상장 내용을 보면서 참 만감이 교차했던 것이 뭐냐면 '유격훈련'에 있어서 다른 병사의 모범이 된다는 내용이 쓰여져있더군요. 군생활 지내면서 단 한번도 다른 병사의 모범이 되본 적이 없는 인간이었는데 기분 참 오묘했습니다.
부상으로 4박5일 포상휴가를 받게 되었고 군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인 포상휴가를 무사히 나갔다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군생활을 끝내면서 하나 느낀 게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하면 인정해주는 경우가 있긴 있구나 란 거였습니다. 그간 늘 기회주의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로 '인생은 타이밍과 운의 승부지 노력같은 건 정말 모르는 거다' 란 식으로 살아왔었는데 군생활 하면서 노력의 열매라는 걸 하나 느껴보게 되서 참 값진 경험이 됬다고 생각이 듭니다.


불과 반년정도 밖에 안된 때인데 벌써 그때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동시에 전우들이나 그때 당시의 열심이었던 저 자신, 그리고 저를 인정해준 간부들이 그리운 듯 생각나네요.

예비군 수년차, 민방위이신 형님들이 보시면 손발퇴갤하는 글 써서 죄송합니다-,.-;;;
1년차도 못채운 풋내기 예비역의 사소한 군생활 회상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요약
1.군생활 초기에 관심병사였는데 말년에 유종에 미를 거두고 싶어서 유격을 앞두고 마음을 다졌음
2.유격 때 목이 찢어져라 소리지르다가 진짜 목에서 피 토했음
3.피 토한게 소문나서 본근대장이 포상 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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