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지하에서 그것을 듣고 있다. 옴짝달싹할수가 없는 상태로. 아무래도 나는 영화에서나 보던 생매장을 당한 것 같다.
흠…..' 보통사람 같으면 미칠듯이 소리를 치고 발작을 일으킬 상황이겠지만 나는 다르다.
온몸에 아무리 신경을 집중해보아도 특별히 아픈데가 없는 걸보면 큰상처는 없는 듯하고..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리는 것으로보아 도심은 아닌것 같다. 주위가 어둡긴 하지만 약간의 공간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관속인 듯 하고. 몸은 붕대같은 것으로 꽁꽁 묶여있는지 손가락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다. 나는 최대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기위해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잠시후 나는 피식하고 웃고만다. 대략적으로 파악해보아도 모든면에서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특별히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이 모든 것을 정리해 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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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사. 그것이 나의 직업이었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부를때 사용하는 호칭이었다.
죽은 동물의 피와 살을 발라내고 건조시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탈바꿈시키는 그 과정을 나는 너무도 사랑하였다 작은 곤충에서부터 거대한 육식동물에 이르기까지… 나의 손을 거친 죽은 동물들은 어떤의미에서는 또다른 삶을 얻곤 하였던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한동안 세상 누구보다도 만족스런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손대지 말아야 하는것을 갈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세상 어느 동물보다도 신에게 많은 권력을 부여받은 존재.. 나는 그 존재를 파괴시키고 새로운 나만의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 욕망은 이성을 넘어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욱 나를 괴롭혔고 마침내 나는 그것에 굴복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