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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호러 판타지)럭키 나이트 1
게시물ID : panic_20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5
조회수 : 27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26 22:10:45
* A LUCKY NIGHT (운수 좋은 밤) *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밤...... 아내가 실성을 하고, 아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리고...... 그 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운 수 좋 은 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처절하고 기막혔던 하루 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그로부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분명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 1 - 12월 4 일. 그 날 아침은 유난히 추웠었다. 찬바람은 마치 거인의 손바닥이라도 되어, 사정없이 내 뺨을 갈겨대는 듯 했고, 바닥에서는 끊임없이 냉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지겹도록 꾸역꾸역 내리던 겨울비는 새벽사이에 거짓말처럼 뚝 그쳤지만 대신에 길바닥을 온통 축축이 적셨던 그 빗물들은 마법에라도 걸린 듯,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 바람에 하루아침에 거리는 빙판 길로 변해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싫었지만 그런 빙판 길도 만만찮게 짜증난다는 것을 나는 그 날 아침 출근길에서 여섯 번이나 미끄러지며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스케이트장도 아닌데 비계 조각처럼 넓적한 얼음들이 길거리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던 그 날의 출근길이 이미 앞으로 닥쳐올 불행들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직장은 버스로 열 두 코스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늦잠을 자게 되는 날을 제외하곤 그 거리를 늘 걸어 다녔다. 나의 직업은 남들이 보기엔 별로 보잘 것이 없다면 보잘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P라는 꽤 이름 있는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나의 꿈은 만화가였던지라 처음엔 들어오는 돈은 한 푼도 없지만 대신 고생은 지겹도록 해야만 하는 심부름맨으로 시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한번도 불평 불만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은 어언 7년이라는 경력을 자랑하는 예비 만화가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P씨 최고의 수제자인지라, 잡다한 심부름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잔심부름을 맘껏 시킬 순 있었다. 직장에서의 나의 서열은 이제 꽤 높았다. 아직 정식 만화가로 데뷔를 한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밑에서 일하는 나의 문하생들도 둘이나 있었다. 지금 내가 정확히 하는 일은 P씨가 초안을 잡아 놓은 대부분의 만화를 실제로 그려내는 것 이었다.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의 만화가 사실은 대부분 나의 손을 통해 완성되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만화책의 겉표지에 내 이름이 실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나는 매달 적지 않은 보수를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을 시작한 후, 5년이 지나도록 나의 연봉은 400만원을 넘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1년 간은 아예 월급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매달 8~9십 만원씩의 수입은 들어왔고 책이 잘 팔리면 어김없이 보너스도 따라 온다. 물론 그래봐야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돈을 구두쇠처럼 아끼고 모아서 3개월 전에는 천 만원 짜리 적금을 탈 수 가 있었고, 17평짜리 자그마한 전세 아파트도 구할 수 있었다. 변두리의 산동네 입구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아파트였지만 나와 나의 아내 주영, 그리고 이제 돌을 갓 지난 귀여운 아들녀석 하민이에겐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하고 행복한 보금자리였으며 무엇보다도 직장이 근처-사실 그다지 근처는 아니지만-에 있어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참, 나는 결혼을 했었다. 약 2년 전에, 그러니까 내가 P씨의 수제자로써 막 인정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시 P씨의 문하생으로 이제 막 입문을 했던 동갑내기 주영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녀 역시 나를 좋아했던지라 우리는 만난 지 석 달도 안되어서 교회에서 초라하게 결혼식을 올려 버렸다. 결혼을 하고도 아내는 한동안 문하생으로 일을 했었지만 사실 주영은 그쪽으로 별 소질이 없었고, 예전에 내가 했던 돈 안 되는 고생을 아내가 하고 있으니 나 또한 마음이 편하지 못해 하민이를 임신하자 즉시 그만두게 했었다. 아내도 별 서운함 없이 자연스레 가정 일에 전념을 했었고 지금까지 우리는 별 탈 없이 잘 살아오고 있다. 어쩌다가 나의 인생발자취를 더듬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버렸는데 다시 12월 4일, 그러니까 사건 발단의 시발점으로 돌아가야겠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그 날은 유난히도 추웠고, 빙판이 되어버린 출근길을 초보 스케이터처럼 거의 구르다시피 하며 힘들게 직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늘이 조각나 버릴 것만 같은 청천벽력이었다. 그것은 어찌나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한동안 도무지 믿을 수조차 없었다. 밤새 우리들의 호프 P씨가 세상과 영영 굿바이를 했다고 해도 그보다 더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쯤에서 아내가 모르는 나의 비밀 하나를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언제부터인가 난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었다. 아마 5~6개월 정도는 된 것 같다. 원래 그 쪽으로는 전혀 취미도, 관심도, 정보도 없었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주식으로 짭짤한 이익을 봤다는 고등학교 친구 녀석을 우연히 만나서 K사의 주식시세에 대해 알게 되고, 그저 그 녀석을 따라 반강제적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몇 백 주 사게 되었는데, 이게 한 달만에 두 배로 뛰어 오르게 되자 주식이란 이름은 완전히 날 사로잡고 말았다. 그 때부터 난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친구 녀석의 말대로 K사의 주식은 날로 오름세를 보였고, 나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그 쪽 주식을 꾸준히 더 사두게 되었었다. 그런 식으로 꽤 수지가 맞아 가자 나는 K사와 같은 계열에 있는 S와 M사의 주식도 열심히 사 들이게 되었다. 이후로 난 출근을 하면 즉각 주식시세를 알아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며, 해가 기울면 그것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쳤다. 주식 값이 날로 오름세를 보이자 자연히 본연의 업무인 만화 그리기는 등한시하게 되었고, 내가 주식에 빠져 있다는 것을 눈치챈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들도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나의 주식들을 보면 그런 시선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가 있었다. 불과 6개월간 손을 대었던 주식의 총 값은 지금껏 7년간이나 손을 대고 노력을 기울여 왔던 그 잘난 만화로 벌어들인 돈의 액수를 이미 한참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만 나가면 앞으로 1년이면 지금의 내 아파트가 전세가 아니라 내 소유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차하면 궁색한 만화가의 꿈도 접어 버리고 완전히 이쪽방면으로 눈을 돌려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K와 S사가 그 날 아침 부로 깨끗이 부도 처리 되어버린 것이었다. M사도 부도 직전으로 주가가 폭락해 있었다. 그로 인해 나의 주식들은 하루아침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루 밤사이에 고여있던 빗물들이 딱딱한 얼음으로 바뀌어 버리고 찬바람이 씽씽 불어 대던 나의 출근길처럼 갑작스럽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다. 인터넷으로 그 소식을 확인하고, 한동안 나는 거의 실성한 사람마냥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 다. K사와 S, M사로 수십 번도 넘게 전화를 걸어 보았고, 친구녀석에게도 음성과 문자를 수도없이 날렸지만 모두 다 감감 무소식일 뿐이었다. 회사는 계속 통화중이었고, 녀석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날 오후, 결국 조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원고 마감은 얼마 남지 않았고, 일은 산더미 같이 쌓인 판국이라 사무실은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는 것은 나도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출근하자마자 오전 내내 원고엔 손가락 하나 안대고 대신에 죽어 라고 전화질만 해대다가는 끝내 슬쩍 빠져나가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얌체같은 짓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한심하고 짜증난다는 투로 바라보는 주위의 매서운 시선들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에 일일이 신경 쓰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아파트 한 채 값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판국인데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 그깟 만화 원고 따위에나 매달리고 있을 수 있겠느냐 말이다. 안보면 그 뿐일 그깟 사무실 식구들의 눈총 따위가 제대로 느껴졌겠느냐 말이다. 나는 사무실을 나와 즉시 가장 가까운 S사로 가 보았다. 그런데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 이었다. 나처럼 종이조각이 되어버린 주식에 눈알이 뒤집혀진 인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시뻘겋게 흥분되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인간들의 무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뜨악한 느낌이 들어 그 사이에 끼여들고 싶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런 곳에선 시시 비비를 따지려야 따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자 결국 친구녀석의 집으로 쳐들어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구녀석은 이미 줄행랑을 치고 난 후였다. 녀석의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는 지겹다는 듯이 친구의 행방은 모른다고 했다. 녀석이 주식사와 짜고 나에게 사기를 쳤던 것인지, 아님 녀석도 나처럼 하루아침에 재산을 말아먹었기 때문에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을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곳을 나와 답답한 마음에 발걸음이 옮겨진 곳은 주점이었다. 그곳에서 몇 잔 소주를 들이키며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나의 주식들과 도망간 친구녀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니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취기가 오를수록 친구녀석이 나처럼 당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작당을 하고 나에게 사기를 쳤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이 주식이 곧 부도가 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지금껏 주식 투자로 밥을 먹고살아 왔던 녀석이 자신이 보유했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때까지 낌새를 못 알아 차렸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녀석은 이미 며칠 전에 도망을 갔었다. 녀석이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다면 응당 친구인 나에게 뭔가 귀뜸을 해 두었어야만 했었다. 그리하여 내가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내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녀석에게 뭔가 이익이 돌아가게 되어 있었던 것 이 틀림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장에라도 녀석을 붙잡아, 그 자리에서 놈의 심장을 빼내어 갈아 마시고만 싶었다.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지만 취기가 오르지는 않았다. 지독하게도 정신은 말짱했었다. 차라리 알코올의 기운에 지배당해 현실을 잊고 싶었건만...... 참담한 심정으로 선술집을 나섰을 때,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슬픈 눈을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만화고 뭐고 이젠 다 때려치우고만 싶은 자 포자기의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으나, 냉정하게 생각을 고쳐먹어야만 했다. 나에겐 나만 바라보고 있는 주영이와 어린 아들 하민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난 오히려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더 일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사무실 일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상황도 알아보고 오늘 일에 대한 사과도 할 겸 나는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예상대로 사무실은 엄청나게 바빴다. 아무래도 철야 작업에 들어갈 모양이었다. 자칭 나의 수제자라고 하는 사무실의 막내, 동규가 전화를 받았기에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도와줄 생각은 않고 이렇게 전화질만 해대는 나에게 적지 않은 비난을 퍼부어 댔을 터였다. 나는 내일 아침에 일찍 출근하겠다는 얘기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부터의 내 생활을 상상해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비참해 졌다. 그렇게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면서 난 또다시 세 번을 넘어져야만 했다. 출근길에서 나를 골탕먹였던 빌어먹을 놈의 빙판길 때문이었다. 세 번째 넘어 졌을 땐 아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시 쉬었다가 일어서기도 했다. 마치 길바닥이 힘없이 걸어가는 나의 다리를 자꾸만 붙들어 매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날 일어났던 일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일어날 그 '사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폭풍이야기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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