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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호러 판타지)럭키 나이트 2
게시물ID : panic_20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2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26 22:17:55
* A LUCKY NIGHT (운수 좋은 밤) *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밤...... 아내가 실성을 하고, 아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리고...... 그 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운 수 좋 은 밤! - 2 - 주식건에 대해선 주영이에게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고, 또 그에 대한 어떤 감정의 표출 따위도 없었으므로 아내는 나의 참담한 기분에 대해선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나로서도 그것은 원하는 바였다. 나 혼자 알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속상해 하면 될 일을 괜히 가족들에게까지 알려 우울한 기분을 전이시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부도사건이 일어나고 일주일동안 난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다시 일에 전념했었다. 예전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에 사무실 식구들의 냉담했던 시선들에서도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했었다. 사실 그렇게 열심히 일에 파묻혀 있다가도 문득문득 주식생각이 떠올랐었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저미는 한숨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내 감정을 추슬러야만 했다. 더 이상 사무실 식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도 없었고, 더군다나 이렇게 된 이상 다시 만화로 성공을 해야만 했기에 더욱 그래야만 했었다. 그러기 위해선 주식에 얽힌 안 좋은 기억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었다. 더 이상 주식의 '주'자도 듣기가 싫었다. 아무튼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힘겹게 일에 매달리던 나에게 또다시 불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친누나로부터 말미암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 무렵, 이미 내 인생은 막판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 파국을 위한 삶의 태클이 막무가내로 들어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식 부도 건이 있고, 사흘 후의 저녁이었다. 누나가 어린 조카 유민이를 등에 엎고 느닷없이 우리 집을 방문한 때가...... "누나, 웬일이야? 이 시간에?" "응...... 잘 있었니?"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작업실에서 미처 못 다한 일거리를 처리 중이었고, 아내는 하민이를 씻기고 슬슬 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누나가 우리 집을 방문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므로 주영이와 난 동시에 하던 일을 멈추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난 현관을 들어서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뭔가 심상치 않은 불길함을 예감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제 막 돌을 지난 조카를 등에 업은 누나의 한 손에 쥐어진 검은 색깔의 꽤 큼직한 여행가방 때문이었다. 그 가방에서 단번 에 불길한 기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조금 쭈뼛거리며 현관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 누나를 나는 일단 거실로 데려와 앉혔다. 등에 바짝 붙어 있는 조카는 쥐약이라도 먹은 듯 잠에 빠져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설마 매형이랑 싸운 건 아니지?" 누나는 나의 물음에 계속해서 묵묵부답 이다가 주영이가 따끈한 레몬차를 끓여 오자 뜨겁지도 않은지 벌컥 한 모금을 마시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있네요. 하민이는 아직 안 자나 봐요?" "예에...... 이제 막 재우려구요." "하민이가 이제 곧 두 돌이 되죠?" "누나......" 나는 누나의 시선을 주영이에게서 다시 내게로 돌려놓았다. 이 늦은 저녁에 애까지 업고 찾아온 이유가 하민이 신상이나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닐 터였다. 누나는 나를 흘끔 바라보더니 다시 아내에게 억지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들어가서 하민이 재우세요. 나 신경 쓰지 말구......" 누나는 나와 단 둘이서만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것을 알아차린 주영이 조금 겸연쩍은 듯한 미소를 보이며 일어섰다. "그럼, 얘기 나누세요. 전......" 나도 주영을 바라보며 들어가 있으라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주영이 안방으로 들어가자 누나는 다시 뜸을 들이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더는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우선 현관 앞에 놓인 가방의 정체부터 알아야만 했었다. "말을 해. 누나...... 저 가방은 뭐야?" "명호야. 실은......" 누나는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내 눈치를 슬슬 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불길한 느낌...... "부탁이 있어." "뭔데?" "...... 너 적금 몇 개나 들고 있니?" "뭐?" 그때부터 누나가 하는 말들은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일단 누나가 나를 찾은 이유는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몇 십, 몇 백 정도가 아닌 내 처지로서는 감히 함부로 입에 올리지도 못할 엄청난 목돈을. "오 천 만원? 누나 미쳤어?" "명호야......" "나한테 그런 큰돈이 어디 있어? 오 백 만원 짜리 적금을 들곤 있지만, 그건 3년 짜리고, 이제 5개월 들어갔어. 지금 나 전 재산이라고 해봐야 정기 예탁금 천 만원이 다라구." "그래?" 그러나 누나의 표정은 전혀 포기하려는 빛이 아니었다. 나에 대해서 무언가를 더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그럼 일단 그것 좀 다 빌려줘. 그리고...... 너 주식으로는 돈 못 벌었니?" "뭐야?" 이렇게 나오니 기가 막히지 않고 배기겠느냐 말이다. 주식이라니...... 다시는 듣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 망할 놈의 주식 얘기를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친누나 입에서 다시 듣게 되다니. 나는 사흘 전에 느꼈던 절망감이 다시 밀려와 순간 혈압이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 "어떤 새끼가 그래? 응? 어떤 미친 새끼가 내가 주식했대?" 내 입에서 꽤나 거친 단어들이 튀어나오자 생각지도 못했던지 누나는 좀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의 기분은 이미 잡쳐 있었다. "누나, 내가 주식 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러자 누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니 매형한테 들었지." "매형?"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난 주식을 시작해서 그것이 흥하고 망할 때까지 아내는 물론이고 가족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하물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매형에게 내가 그 얘길 했을 리가 만무했다. 기껏해야 도망간 친구 놈과 사무실 식구들 정도만 알고 있을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매형이 알고, 그로인해 누나도 알고 있다니..... 그렇다면 이들말고 누군가가 또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매형은 누구한테 들었대?" "그건 나도 잘 몰라. 안 물어 봤으니...... 난 니가 얘길 해 줬는지 알았지." 내가 사나운 어투로 따지듯이 묻자 누나는 대답을 회피하려 했다. 사실 누나에게 중요한 것은 주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었다. "정말 매형이 누구한테 들었다는 얘기는 안 했지? 혹시 나한테 들었다고 직접 얘기했어?" "아니...... 그런 얘기는 안 했어." 나는 안방 문을 흘끔 바라보다가 조금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내 주식 몽땅 말아먹었다는 얘기는 안 해?" "뭐?" 누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둥그렇게 뜬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놀라움과 실망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한층 더 소리를 낮추었다. "미안하지만 그 놈의 주식 몽땅 쓰레기가 되어 버렸거든...... 부탁이니 앞으로 내 앞에서 주식이 어쩌구 하는 소리는 제발 꺼내지 말아줘." 누나는 이내 참담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이내 호소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피하고 싶은 눈이었다. "그럼 일단 천 만 원이라도 좀 찾아 줘. 응?" "누나, 그게 내 전 재산이라고 했잖아." "명호야......" "도대체 매형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매형은 벽돌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하는 일은 벽돌을 만들어서 그것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해 주는 것이었다. 매형은 벽돌 제조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지만 워낙 배우는 일에 소질이 없어 주로 운반일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천성이 술과, 놀기를 좋아하는 터라 언제나 쉬엄쉬엄 나태하게 일을 했고, 생활 자체가 상당히 루즈한 인물이었다. 어떨 땐 예전에 같이 놀던 건달 패거리까지 몰고 다니며 이런저런 말썽을 피워대곤 했었다. 그 때문에 직장도 여러 번 관뒀었지만 그나마 운전기술이라도 있어 꼬박꼬박 다음 일자리는 생겨났었다. 벽돌 공장 일도 내가 보기엔 꽤나 괜찮은 일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매형이 그 일에도 늘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아주 가끔씩 만나는 나도 충분히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런 매형이 기어이 사고를 친 것이었다. 벽돌을 잔뜩 싣고 도로를 질주하다가 교차로에서 봉고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매형의 명백한 잘못이었고,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문제는 봉고에 가득 싣고 있었던 고가의 도자기 공예품들이 상당부분 파손된 것이었다. 물론 매형의 트럭에 실려 있던 벽돌의 절반 이상도 두부 깨지듯 박살이 났었다. 피해자인 봉고차 측에서는 자신들의 치료비와 도자기 값으로 이천만원을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형은 꼼짝없이 깜방 생활을 해야만 했다. 평소 매형을 탐탁지 않게 여겨 왔던 벽돌 공장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았으며, 한푼의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깨진 벽돌 값과 트럭 수리비, 그리고 자신들의 영업 피해보상금을 매형에게 물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라며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물론 매형은 자동으로 모가지가 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괘씸한 처사이기도 했 지만 거기서 따져봐야 결국은 매형이 한심한 인간이었다는 결론밖에 나올게 없는 것은 분명했다. 이런 한심하고도 기막힌 사연을 듣고 있자니 새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게 왜 그런 인간이랑 결혼을 했느냐고, 누나에게 윽박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매형이란 인간에게 동정심따위는 전혀 일지 않았다. 다시 말해 돈이 있더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안됐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주식 말아먹은 다음 부턴 나도 누군가에게 구걸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 되고 말았으니......" "명호야, 그럼 은행 융자라도 좀 해 줘. 이번 주 안으로 돈을 구해야 하거든...... 일단 매형은 꺼내야 되잖아."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단호히 내 뜻을 밝혔다. "미안하지만 그러긴 싫어. 전 재산 톡톡 털고, 빚까지 내어서 매형 구하고 싶은 마음, 나에게 없어. 그런 기대는 하지마. 정말 미안하지만 다른 곳에서 알아보던지, 아니면 매형더러 깜방 생활 좀 하라고 해.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정말 제대로 정신 차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뭐야?" 내 말이 좀 심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시점에서 분명히 내 뜻을 전달해 줘야만 했었다. 이런 문제를 어물거리며 지체했다가는 모두가 다 피곤해 지는 법이었다. 하지만 누나의 반응은 예상외로 거칠고 매서웠다. "야 이 새끼야! 그게 지금 할 소리냐? 우리 처지가 이 모양이니까, 누나고 매형이고, 눈깔에 뵈지 않아? 넌 언제까지 잘 살 것만 같니? 나쁜 새끼야!" 이건 또 놀랄 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심한 말을 했다지만, 누나가 내게 이런 식으로 험한 말들을 맹렬히 퍼부어 댄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난 잠시 할 말을 잃고 현실감없는 눈으로 붉게 상기된 누나의 얼굴만 멍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누나는 그대로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했다. 얼결에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누나는 찬바람이 쌩 불 정도로 차갑게 돌아서 나가고 있었다. 마치 다시는 안 볼 사람을 두고 돌아서듯이. "누나......" 그렇게 현관을 나가는 누나를 나직한 목소리로 한 번 불러 보았지만 더 이상은 부르지 않았다. 불러 세워 놓는다고 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기에. 누나가 그렇게 가버리고 나자 안방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아내가 나왔다. 아내는 우리들의 얘기를 엿들은 게 틀림없었다. 주식 얘기까지도...... 아내의 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은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저 누나가 사라진 현관만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3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때서야 난 현관 앞에 동그마니 놓여 있는 검은 색 여행가방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누나가 들어서던 순간부터 불길한 기운을 뿜어 대던 그 가방.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폭풍이야기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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