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숨을 쉬는 모습을 본 건, 기억보다는 훨씬 자주 있던 일이었다. 창문이 있는 방이면 커튼이 있었고, 창문은 커튼이 숨을 쉴 수 있게 바람 몇 모금 내뿜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3년 넘게 함께 지내온 고시원 방의 저 커튼은 지금껏 한 번도 숨을 쉬어본 일이 없다. 바람 한 모금도 받아볼 수 없는 고시원 복도의 창 앞에 달려 있는 까닭이다.
일이 있어 전남에 갔을 때, 커튼이 숨 쉬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며칠 뒤 고향집에 내려갔다. 내려가자 마자 허리를 다쳤다. 그 덕에 창문맡 침대 위에서 며칠간 누워있을 수 있었다. 커튼이 숨을 쉴 때마다 퍽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커튼이 내뿜는 숨소리엔 아줌마들 웃는 소리, 개 짖는 소리,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가 퍽 시원하게 담겨 있었다. 더러는 차가우리만큼 시큼한 김치냄새가 배어나왔고 커튼이 숨을 한껏 내뱉었을 때 들어온 햇볕은 퍽 따갑다 싶을만큼 찬란했었다.
다친 허리와 함께 서울의 고시원에 돌아온 날, 선풍기 소리와 형광등 빛이 날 괴롭혔다. '커튼이 숨쉬는 소리를 듣고 싶다' 돌아오자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 훗날 로또라도 되거든 커튼이 숨쉬는 방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