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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호러 판타지)럭키 나이트 6
게시물ID : panic_20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4
조회수 : 13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27 09:43:26
* A LUCKY NIGHT (운수 좋은 밤) *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밤...... 아내가 실성을 하고, 아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리고...... 그 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운 수 좋 은 밤! 자신이 없었다. 분명 여기까지도 난 누나의 집을 찾겠다며 뛰어 왔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누나의 집은커녕 난 지금 어딘지도 모를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방망질만 해 댔을 뿐이다. 영영 누나의 집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치 누나의 집이 4차원의 미로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무렵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고개를 저었다. '......경찰이 개입되기엔 일이 너무 이상하게 꼬여 버렸어.' 하민이를 데려간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누나이다. 그렇다면 응당 성질 더러운 매형도 분명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있을 터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 치명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저들은 어떻게 설명이 될 것이며, 또 두 구의 시체는? 시체생각이 다시 들자 내 시선은 저절로 시체가 누워있는 언덕 쪽으로 돌려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의 전신이 경직되어 버리며 작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것은.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아기의 칭얼거림......! 애애애애...... 으아....... 귓속을 파고드는 아기의 울음소리! 하민이다! "하민아!" 난 귀를 쫑긋 세운 채 미친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별안간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며 그 소리가 얄밉게도 내 귓가를 어지럽혔다. 그 소리에 아기의 여린 칭얼거림은 이내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런 젠장할......" 한낱 바람소리가 이토록 성가시고 미울 수가 없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절로 입에서 거친 말들이 튀어 나왔지만 그런다고 바람은 멎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치밀면 치밀수록 바람은 더욱 더 거세게 불어 왔다. 마치 내 안의 혼란스럽고 격정적인 심정들이 바람이 되어 끊임없이 몸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온 정신을 집중시켜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람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들리지 않던 아기의 울음소리가 다시 희미하게 감지되어 졌다. 나는 놓치지 않고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건물 쪽이었다. 분명 가건물 안에서 울음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민아!" 나는 다시 소리를 버럭 지르며 지체없이 가건물 쪽으로 뛰어 갔다. 판자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문을 부수듯 차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역시 이 안이었다. 가건물 안은 직사각형으로 길쭉했는데 어림잡아 20평 정도는 될 만큼 꽤 컸다. 천장도 높았고 주위엔 박스들과 나무 상자,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드럼통들이 어지럽게 쌓이고 흩어지고 뒹굴고 있었다. 한 쪽에는 간이 탁자와 앉은뱅이 의자들이 몇 개 놓여 있었고 내 야구 방망이에 나가떨어지기 전까지 네 녀석들이 먹고 있었던 것 같은 프라이드 치킨과 구겨 진 캔맥주 깡통들이 지저분하게 탁자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 창고 같은 실내를 주황빛은 백열등 두 개가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으아아...... 애애......" 울음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 같았다. 난 문득 그때까지 나의 오른손에 야구 방망이가 쥐어져 있음을 알았다. 슬며시 방망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소리나는 쪽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걸어갔다. 아기도 이제 지친 듯, 울음소리는 점점 더 약해져 갔고 공허하게까지 들려 왔다. 하지만 나는 마침내 소리나는 곳을 정확히 찾게 되었다. 창고의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커다란 드럼통 안이었다. "이 죽일놈들......" 아기를 이런 곳에다가 가둬 두다니...... 나는 즉시 드럼통을 덮고 있는 둥근 나무뚜껑을 힘껏 열어제치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민아...... 아빠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드럼통 안을 들여다 본 나는 순간 머리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처럼 아찔해졌다. 너무 놀라서 눈앞이 다 캄캄해 졌다. 어두운 드럼통 안에서 울다 지친 눈으로 힘없이 나를 올려다보는 그 아기는 나의 아기가 아니었다. 하민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냐고......? 그야말로 기가 막혀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드럼통 속의 아기는 다름 아닌 나의 조카, 유민이, 그러니까 누나의 어린 아기였던 것이다. "이럴수가......" 도무지 감당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기막힌 광경이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으로 어린 조카가 이 드럼통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인가? 유민이는 날 알아보기나 했는지, 아니면 그저 두려움에 울음조차 달아나 버린 것인지, 칭얼거리지도 않고 그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둥그런 눈망울은 그러나 아직 촉촉이 젖어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저려왔다. 난 억지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어린 조카를 살며시 들어 올렸다. 아기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게 안겼다. "유민아, 그래, 넌 어쩌다가 여기에 갇혀 있었던 거니? 응?" 그러나 유민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이 없었다.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제 갓 돌을 넘긴 유민이는 실제로 말을 할 줄 몰랐다. 난 최대한으로 유민이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아기의 등을 천천히 쓸어 주며 잠시동안 어슴푸레한 불빛아래를 빙빙 맴돌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다시 복잡한 사념들과 씨름했다. 도대체 하민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왜 이런 곳에 조카가 버려져 있었으며 왜, 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일까? 난 분명 누나의 집으로 가고 있었던 게 아닌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이상한 일들이 더 일어나야 이 모든 의문들이 풀릴 것인가? 그리고...... 아내는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민이를 찾아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유민이를 안고 들어가면 아내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렇게 도무지 나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사념의 실타레들 속에서 고민하며 창고 속을 맴돌던 나의 발길에 무언가가 툭, 부딪혔다. 그것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피묻은 야구 방망이였다. 야구 방망이! 그렇다! 순간 끔찍한 하나의 영상이 전율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다시 내 팔에 고이 안겨 있는 유민이의 얼굴을 천천히 꿰뚫어 봤다. 유민이의 새카만 눈동자...... 그 눈동자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생각에 확신의 빛을 실어 주고 있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예상하고 있는 그것이 맞다라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아득한 공포가 밀려 왔다. 아뿔싸...... '유민이가 여기 있었다면......?' 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유민이를 다시 드럼통 속으로 집어넣고, 뚜껑은 닫지 않았다. 그리고 즉시 바닥에 버려져 있던 피묻은 야구 방망이를 힘차게 쥐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으로 나와보니 놀랍게도 바닥에 꼬꾸라져 있었던 네 명의 사내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나는 자세를 조금 낮춘 채,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도 감지할 수가 없었다. 놈들은 이미 달아난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법의 심판이 두려웠던 것일까. 그러나 놈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진짜 공포는 지금부터였다. 이제 내 머릿속에 살무사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끔찍스러운 상상을 확인할 차례인 것이었다. 확인! 나는 숨을 죽이며 떨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두 구의 시체가 누워있던 그 비탈진 언덕 쪽으로...... 그리고 마침내 시체들을 코앞에서 아주 가까이 바라보게 되었다. 확인! 그리고 확인을 하였다. 질펀하게 온몸이 터져 버리고, 비틀어진 닭 모가지처럼 머리가 돌아가 버린 참혹한 그 두 구의 시체가 바로 내가 찾아가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나의 누나와 매형이라는 것을...... 난 누나의 집을 찾지는 못했지만 결국 누나와 이렇게 어이없이 조우하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누나와 매형에게선 결코 그 어떤 설명도, 해명도 들을 수가 없었다. 단지 그날의 기막히고 처절한 내 인생 최악의 사건에 의문만 더 가중시킬 뿐이었다. 창고로 다시 돌아와 보니 유민이는 여전히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맞았다. 어린 조카는 엄마와 아빠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드럼통 속에 갇혀서 그저 처절한 비명소리만 들었던 것일까? 유민이를 의자에 앉히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또 어떤 불행이 내게 닥칠 것인지...... 무언가를 해 보겠다고 어설프게 나섰다간 또다시 새로운 충격과 공포만을 경험할 것 같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하기 싫었다. 나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사람처럼 턱을 괸 채로 그저 시간만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째깍째깍 잘도 흘러 어느새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 이곳은 다른 세계인 것 같았다. 바깥세상과는 차단되어 있는 이상한 세계...... 혹시 난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차원의 다른 세계 속으로 뛰어든 것은 아닐까......? 그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불빛이 비쳤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곁에 있던 유민이도 덩달아 내 시선을 쫓았다. 불빛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였다. 이어서 자동차 바퀴가 지면을 달리다가 멈추는 소리도 감지할 수 있었다. 난 유민이를 다시 드럼통 속으로 집어넣으며, 검지를 치켜세워 조용히 있으라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야구 방망이를 집어들고는 문을 살며시 걸어 잠근 후, 그 앞에서 귀를 쫑긋 세운 채, 자세를 낮추었다. 차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누군가가 저벅저벅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차 문이 닫히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로 보아 차는 봉고차인 것 같았고, 사람은 한 명인 것 같았다. 저벅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에는 분명 성급함이 묻어 있었다. 방망이를 쥔 손아귀에 절로 힘이 가해졌다. 마침내 퉁탕거리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야, 나야! 어서 나와! 뭐하고 들 있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인생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만났다가 또 뜻하지 않은 찰나에 좀 어이없게 그것이 해결되어버리는 만화같은 사건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번의 이 기막혔던 하루 밤의 사건이 거기서 종지부를 찍게 될 줄을 내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으랴......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폭풍이야기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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