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펌][장편,브금](호러 판타지)럭키 나이트 完
게시물ID : panic_20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8
조회수 : 25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10/27 09:46:56
* A LUCKY NIGHT (운수 좋은 밤) * 억세게 운수 좋은 날 밤...... 아내가 실성을 하고, 아이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는 알 수 없는 곳까지 와 버리고...... 그 날 밤은 정말 내 생애 최고로 운 수 좋 은 밤! 문이 열리면서 동시에 나의 방망이가 바람을 갈랐다. 퍽, 하는 탁한 소리가 밤 공기를 울리며 녀석은 한 방에 쓰러졌다. 난 천천히 다가가 쓰러진 녀석의 옆구리를 다시 한 번 걷어찼다. 녀석은 지렁이처럼 심하게 몸을 꿈틀거리며 고통스런 비명을 토했다. 난 다시 한 번 방망이를 휘둘러 녀석의 머리통을 깨부수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녀석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 방망이를 집어던지고 끙끙거리며 몸을 꿈틀거리는 녀석의 이마를 발로 짓밟았다. 녀석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녀석도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썩은 동태눈으로 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난 똑똑히 확인하라는 듯이 몸을 숙여 내 얼굴을 녀석에게 자세히 보여 주었다. 이윽고 내 얼굴을 제대로 인식한 녀석의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마치 저승사자와 대면이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난 우악스럽게 녀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녀석의 눈동자에 비친 내 눈빛엔 분명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며...... 명호야......" 녀석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물론 나도 녀석에 대해서 제법 알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서 덫에 걸린 쥐새끼 마냥 진땀을 흘리며 벌벌 떨고 있는 이 녀석이 바로 얼마 전, 주식이라는 것으로 내 돈을 몽땅 잃게 만들고, 그로 인해 아내와의 사이를 악화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니까 말이다. 난 정말로 비장하고 살기 어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여차하면 녀석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기세였고, 그런 기세는 분명 녀석에게 똑똑히 전달되어 지고 있었다. "하민이 어디 있어? 이자식아......" "뭐? 하민이?" - 6 - 다음 날 새벽. 난 완전히 맥이 빠진 모습으로 힘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한 시간 후에 세상이 멸망한다고 한 들, 그 때의 내 모습보다 더 허탈하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관문은 전 날 밤과 마찬가지로 삐죽이 열려 있었고 여전히 슬리퍼 하나는 튀어 나와 있었다. 문을 열자 거실도 아직 엉망인 채로 그대로 있었다. 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냥 안으로 들어섰다. 왠지 그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집안엔 전쟁이라도 한바탕 휩쓸고 간 듯한, 적막함과 황량함이 잔뜩 베어 있었다. 나는 방 안 이곳 저곳을 둘러 볼 생각도 않고 그저 소파위로 몸을 내 던지듯 주저앉았다. 바로 그 때였다. 안방 문이 조용히 열리면 주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내를 잠깐 응시하는 나의 눈은 처음엔 조금 놀란 듯한 빛을 내뿜었으나 그것도 잠깐, 이내 처연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아내의 한 손엔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누나가 가지고 왔다가 두고 갔던 검은 색의 트렁크.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불길함의 원흉. 그러나 그것은 아직도 버젓이 내 집에 머물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불길한 에너지를 뿜어 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어제 밤에 보여 주었던 실성한 이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눈에 보아도 그녀는 지금 지극히 정상임이 분명했다. 아내에게서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나는 묵묵히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흰 벽이 보였고, 그 위로 벽시계는 15분 전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내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없이 늪 같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아내는 우두커니 선 채, 나를 바라보며, 나는 그 시선을 외면한 채, 벽시계를 바라보며...... 분명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만 할 상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렇게 입을 굳게 다물고만 있었다. 또, 자존심 싸움인가...... 그러나 난 이번만큼은 끝까지 버티기로 했다. 그러면 분명 아내가 먼저 입을 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응당 그래야만 했었고 또, 실제로 그랬다. "하민이는 어디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못해 차갑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지극한 정상인이라는 나의 생각에 다시 한번 확신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냉담한 목소리로 그녀는 하민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민이라...... 나는 비로소 아내와 다시 시선을 맞추었다. 이번에 다시 아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그저 처연하지만은 않았다. 조금 이글거리고 있었다. "하민이를 왜 나한테서 찾아? 네가 잘 알고 있잖아?" "......" 아내의 안색이 조금 더 굳어 졌다. 내 말이 그녀의 심경에 어떤 충격을 가한 모양이었다. 난 침착 하려고 애섰다. 흥분해봐야 상황이 좋아질 리가 없었기에. "주영아, 말해 봐. 너 도대체 무슨 일을 꾸몄던 거니?" "......" "주영아......" 그녀는 마침내 들고 있던 가방을 조용히 내려놓고는 자신도 그 옆에 살며시 주저앉았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시선을 외면한 채, 벽을 바라본다. 벽을 바라보면서도 한 손은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쓰다듬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의식적인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 왜 주식 같은 것에 손을 댔어?" 주영의 손에 잠깐 빠져 있던 나는 어느 순간 느닷없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얼른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 거 전혀 할 줄 몰랐잖아? 더구나 내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비밀스럽게......" 역시...... 시작은 거기서부터 였구나...... 주식 따위에다 손을 대는 게 아니었다. 그 때부터 이미 지금의 불행이 시작되고 있었다니...... 주영은 아까부터 계속 한 손으로 쓰다듬고 있던 가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긴, 나도 당신에게 이런 얘기 할 자격 없지......" 그녀의 표정이 조금 자조적으로 변해 가는 듯 보였다. "6개월 전쯤이었어. 하봉민이라는 사람이 우리 집을 방문했던 게......" 하봉민...... 아내의 얘기는 조금씩 계속 되었고, 난 그에 맞추어서 내가 몰랐던 크고 작은 진실들을 조금씩 얻게 되었다. 그 진실들 중에서는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것도 끼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시키자 비로소 이번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었다. 아내의 이야기 - 하봉민은 예전에 나랑 잠깐 동거를 했던 사람이야. 약 일년 정도 같이 살았었는데 언제 헤어졌냐면 당신과 결혼하기 바로 전이야. 그 사람은 원래 K사에서 인정받는 엘리트 사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술과, 도박에 빠져들면서 회사로부터 신임을 잃게 되고, 그와 함께 나 역시 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식어가게 되었지. 결국 그는 파면을 당하게 되고, 그렇게 되자 난 당장에 마련해야할 월세를 위해서라도 취직을 해야만 했어. 그 무렵 만화가 P씨의 문하생을 구한다는 광고지를 접하게 되고, 난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곳으로 달려갔어. 그 곳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었던 거야. 당신이 아니었음 난 분명 그만 두었을 거야. 내가 만화에 소질이나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곳이 월급을 넉넉히 주는 곳도 아닌데, 계속 다녔던 것은 당신과의 관계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난 당신을 놓치고 싶지가 않았어. 이미 한번의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던 나로서는 어떡해서든 지 당신을 붙잡고만 싶었어. 난 당신과의 결혼을 서둘렀고, 결혼과 동시에 하봉민과는 완전히 연락을 끊어 버렸어. 그런데 그것이 하봉민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었던 가봐. 미친 듯이 날 찾아 다녔었데. 이 후,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S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주식투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러 집집을 방문하던 중 어느 날 우리 집을 찾게 된 것이었어. 6개월 전, 당신이 사무실에 나가고 없던 오후, 어느 날이었지. 우린 서로를 보며 한동안 뭐라 말을 꺼내지 못 할 만큼 놀라고만 있었지. 하봉민은 겉보기에도 많이 변해 보였어. 얼굴도 많이 핼쑥해 졌고, 목소리도 조용조용하고, 침착해 져 있었어. 예전에 엘리트 사원이었을 때의 기고만장함은 찾을 수가 없었어. 그는 그런 식으로 우연찮게 날 보게 되자 놀라워도 하며, 또 한편으로 반가워도 하더라. 내가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또 실망스런 표정도 보였어. 하지만 난 그저 옛정을 생각해서 잘 살라는 말만을 남기며 그를 보냈어. 물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부탁도 했었지. 그런데 다음 날 하봉민은 다시 우리 집을 찾아 왔었고, 하민이를 보게 된 거야. 그는 단번에 하민이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더라. 난 미쳤냐고 펄쩍 뛰었지만 그는 집요하게 하민이에게 집착을 보였어.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하여 계속해서 우리 집을 들락거렸어.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밖에서 큰 소리로 하민이를 불러 댔어. 그 때 당신에게 그런 얘길 모두 다 털어놓았더라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아 졌을까? 하지만 당시로선 절대 당신에게만은 비밀을 유지하고 싶었지. 당신을 위해서도 우리 가정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될 것 같았어. 그런데 일이 안되려니 점점 더 꼬여만 가더라. 당신 매형과 하봉민이 친구 사이더라구. 어느 날 하봉민이 당신 매형과 함께 심각한 얼굴로 날 찾아 와서는 자신과 하민이와 함께 먼 곳으로 가서 살자고 했어. 자신은 곧 큰돈을 벌게 되는 데, 그 걸로 아주 먼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자는 거야. 만일 그게 안 된다면 법적 절차를 거치거나, 유전자 감식이라도 받아서 하민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겠다고 했어. 그렇게 된다면 어차피 당신과 나와의 관계는 깨어 질 것이니 자신의 말대로 하자며 협박 반, 회유 반으로 얘길 하는 거야. 나로선 어쩔 수가 없었어. 당신한테 모든 걸 얘기했다가는 당신도 분명 나와 헤어지길 원할 것이며, 대신에 하민이만 데려갈 것임이 분명했지. 하지만 나 역시 하민이와는 도저히 떨어져서 살 자신이 없었어. 생각 끝에 난 일단 하봉민에게 그의 말을 따르겠노라고 말했지. 그러면서 난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당신에겐 좀 미안하지만 난 하민이와 둘이서만 떠나기로 결심을 했던 거야. 당신 매형과 하봉민은 주식사기를 꾀하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어. M사와 K, S사의 주식들을 왕창 사들여 일시적으로 주가를 조작시켰던 거야. 그러자 주식값은 정신없이 오르기 시작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속으로 쾌재를 불러 댔겠지. 그렇게 정신없이 올라가던 주식 값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어. 하봉민과 당신 매형이 갑자기 엄청난 수의 주식을 모조리 팔아 버렸기 때문이지. 하봉민과 당신 매형은 일을 분담했었어. 하봉민은 머리를 쓰는 쪽의 일을 맡았고, 당신 매형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일과, 돈을 찾는 일을...... 그 날, 당신 누나가 우리 집을 방문했던 그 저녁에, 당신 누나는 하봉민 몫의 돈을 내게로 전달했던 거야. 그러면서 당신의 심정을 떠 본 것이야. 혹시 당신도 이 일에 관여가 되어 있는지를 말야. 하지만 당신은 그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겠지. 그저 당신은 그 때까지 나 몰래 손대었던 주식이 몽땅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는 것에 대해서 간간이 분개만 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것이 결국 당신 매형의 짓이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야. 그리고 그 날 누나가 두고 갔던 가방 속에 엄청난 돈이 들어 돈이 들어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야. 당신 누나는 이 곳을 떠나기 전에 당신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겠지. 당신마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러나 난 당신도 이번 주식에 투자를 했었다는 사실을 그 날 저녁 처음 알게 되었어. 그 순간부터 내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원래 내 계획은 누나로부터 돈이 전달되면 다음 날 곧바로 하민이를 데리고 여기를 떠날 생각이었지. 당신과 하봉민이 찾지 못할 아주 먼 곳으로 말야. 그런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 막상 당신을 두고 떠나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어. 더군다나 당신도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는 사실이 자꾸만 걸렸어. 그러고도 나와 하민이를 위해 아무런 내색 없이 열심히 만화를 그렸던 당신의 모습이 자꾸만 내 발목을 붙잡아 도저히 당신을 두고 야속하게 떠날 수가 없었어. 결국 계획은 다시 수정되고 말았지. 난 하봉민에게 당신의 매형이 우리 몫의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어. 그러자 하봉민은 노발대발하며 당신 매형을 찾아 나섰고, 난 그사이 당신에게 모든 것을 실토하고 같이 떠나려고 했어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어. 웬일인지 당신은 내게 전에 없던 쌀쌀한 모습을 보였고, 말은 고사하고 시선조차 제대로 맞출 수가 없었으니. 난 그래서 당신이 혹시 사건의 전말을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 그래서 날 말없이 경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들었어. 그러는 사이에 정말로 일이 터져 버린 거야. 바로 그 날 오후, 당신이 집으로 오기 약 두 시간 전, 느닷없이 당신 누나와 매형과 하봉민이 동시에 집으로 쳐들어 왔어. 누나는 상기된 표정으로 날 몰아 세웠어. 왜 거짓말을 치냐고......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자 내 자신조차 무서워 질 만큼 난 악독스럽게 변해 가더라. 그게 내 본연의 모습인가......? 난 끝까지 잡아 땠지. 당신이 준 가방은 분명 빈 가방이었다고. 그러자 결국 티격태격 하던 싸움은 주먹질로 바뀌어 갔고, 그 와중에 내가 집어던진 유리병이 당신 조카 유민이에게 날아갔어. 유민이가 쓰러지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자, 당신 누나와 매형은 날 죽이려 들었지. 그러나 그보다 먼 저 하봉민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매형과 누나가 쓰러졌어. 곧 당신이 돌아올 시간이었고, 하봉민은 이렇게 된 이상 우리끼리 그냥 달아 나자며 어딘 가로 전화질을 해 댔어. 얼마 후에 하봉민의 친구들로 보이는 험상궂은 사람들이 집으로 오더니 쓰러진 누나와 매형을 데리고 나갔어. 그리고 하민이도 데리고 가더라. 하봉민은 자신이 아는 장기 매매인에게 누나와 매형을 팔아 넘기면 꽤 큰돈을 받을 수 있다며 날더러 당신이 오면 당신 누나가 하민이를 볼모로 통장을 가져갔다고 말해라고 하더군. 그러면 분명 당신은 누나의 집으로 달려 갈 테고 그 사이 자신은 일을 끝내겠다는 거였어. 일이 끝나는 즉시 내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 그리고 당신이 왔지. 난 일단 하봉민의 말대로 당신을 내 보낸 다음, 다시 계획을 수정했어. 그것은 하봉민을 죽이고 당신과 하민이와 같이 떠나는 것이었어. 어차피 당신 누나와 매형은 장기 매매인들에게 팔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고, 그렇다면 하봉민만 없앤다면 더 이상 이 돈가방을 차지하는 데 장애물이 없겠더라구. 난 정말 당신과 살고 싶었어. 하봉민 같은 사람과는 다시는 살기 싫었어. 하민이에게 그같은 사람을 아버지로 두게 할 순 없었어. 명호씨...... 내 이야기 모두 믿어 줄 수 있어? 난 정말 당신과 하민이와 같이 영원히 살고 싶어. 이것으로 아내, 주영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리고 난 사건의 진상을 완전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난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내에게 물었다. "주영아, 한 가지만 물을게, 정직하게 대답해 줘" "......" "하민이는 내 자식이 아니라, 하봉민의 자식이지?" "......" "만일 하민이가 내 자식이 맞다면 넌 일이 이지경이 되기 전에 진작에 내게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만 했고, 또 분명 그랬을 거야." "......" 난 아내의 대답이 나오기를 오래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은 긍정이나 다름없었고, 난 조금 길게 한숨을 내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영은 좀 의아한 표정으로 내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런 주영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이글거리는 눈빛의 하봉민이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품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유민이가 안겨 있었다. 유민이를 안고 서 있는 하봉민의 모습은 묘하게도 섬뜩해 보였다. 아니 적어도 주영에겐 그렇게 보였을 터였다. 주영은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며 얼음처럼 굳은 표정으로 하봉민과 유민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구원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난 담담히 아내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죽였다는 유민이가 귀신이 되어서 돌아 왔어." 아내는 사색이 되어 천식환자처럼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향해 난 다시 입을 열었다. "유민이가 귀신이 되어 돌아온 게 아니라면 그 옆에 있는 하민이가 귀신이겠지?" "하민이라니......?" 아내는 완전히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어 유민이의 주위를 열심히 살펴 댔다. 그러나 하민이는 없었다. 하봉민의 품에 안긴 유민이만이 빤짝거리는 눈망울로 아내를 쏘아 볼 뿐이었다. "주영아......" 아내는 내 쪽으로 홱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아내를 무섭게 노려봤다. 내 표정이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정말 무섭게 보이고 싶었다. "니가 보고싶어 하던 하민이가 왔잖아. 바로 니 앞에 있어. 엄마를 부르고 있잖아...... 어서 안아 줘야지." "......!" 순간 정말로 싸늘한 찬바람이 현관을 통해 거실로 불어 닥쳤다. 그것은 나를 스치고 지나가 주영의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그 느낌은 마치 누군가의 차가운 체온과도 같았다. 차가운 체온이라면 그것은 필시 죽은 자의 것이리라...... 아내는 실성한 사람마냥 단발적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팔을 내 저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그녀의 동작이 뚝 멈추어 졌다. 그녀의 눈에 비로소 무언가가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유민이를 안고 있는 하봉민의 손목에 굳게 채워져 있는 수갑이었다. 주영이 몸을 움찔 떨면서 나를 쏘아보는 순간, 현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하봉민을 스치고 들이 닥쳤다. 아내는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경찰에 제압되어 졌다. 난 최대한 감정을 죽이며 그 과정을 착잡하게 지켜만 봤다. 그녀가 경찰의 손에 이끌리며 내 앞을 지나 칠 때, 난 다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주영아...... 두려워하지마. 하민이 곁으로 곧 가게 될 거야." 어제 밤, 내 발 밑에 깔린 망할 놈의 친구, 하봉민으로부터 들은 진실은 이러했다. 어제 저녁, 주영이가 던진 유리병은 매형을 향해 던진 것이었는데, 매형이 피하는 바람에 뒤에서 겁에 질려 상황을 훔쳐보고 있던 하민이를 죽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아들을 죽여 놓고 그 충격으로 순간 정신이 나간 그녀는 무시무시한 힘으로 옆에 있던 야구 방망이를 들어 누나와 매형을 난타해 죽여 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누나와 매형 때문에 하민이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반 실성한 눈으로 어린 유민이까지 죽이려는 것을 자신이 간신히 말렸다고 했었다. 그대로 뒀다간 유민이마저 죽일 것 같아서 하봉민은 누나와 매형의 시체를 처리하러 가면서 유민이도 데리고 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주영이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해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하민이는 분명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것 외에는 주영이의 말과 하봉민의 말은 거의 일치를 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이들의 말속에서 또 거짓이 도사리고 있을지...... 난 더 이상의 진실은 경찰이 알아서 처리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봉민을 데리고 경찰서를 찾았던 나는 어쩌면 아직 아내가 집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내로부터 또 다른 진실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므로 난 경찰들을 문 밖에 대기 시켜 놓고, 집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 7 - 그 사건이 있고, 두 달이 지났다. 그 동안 사건의 정밀한 재조사가 있었고, 재판이 있었다. 아내와 하봉민은 각각, 살인죄와 주가조작 사기 및, 장기 매매, 살인 공범죄를 물어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 후 아내는 무기징역을 하봉민은 15년형을 받게 되었다. 달아났던 하봉민의 네 친구들도 모두 검거가 되어, 실형을 언도 받았다. 난 결국, 아들을 잃고, 매형과 누나도 잃고, 친구 같지 않은 친구도 잃고, 아내까지 잃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것이 과연 슬픈 사건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되었다. 물론 내 가족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니 응당 슬퍼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내 아들이라고 믿어 왔던 하민이 - 그 애는 사실 내 아들이 아니라, 하봉민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내 아내였지만 하봉민의 아내이기도 했던 주영의 손에 의해 죽은 것이다. 다음, 나의 누나와 매형 - 그들은 이미 하봉민이 주영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겐 일언도 없었고, 오히려 하봉민을 도와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다. 물론 나의 누나는 친동생인 나를 속이며 그런 일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나와의 인연을 끊을 결심까지 하며, 남편을 도왔다. 그리 고 결국 그들도 하민이의 엄마인 주영의 손에 죽은 것이다. 다음, 하봉민 - 이 자식은 거론의 가치조차 없는 놈이다. 이 자식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이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내, 주영 - 그녀는 나의 아내였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서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부분이었다. 난 주식에 손을 대면서 그것을 아내에게 비밀로 했었지만 아내는 그 보다 훨씬 더 큰 비밀을 내게 숨기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에겐 서로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 없었다는 것을 확연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는 하봉민과 하민이와 나와 돈가방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시로 계획을 수정했었다. 그러다가 하민이를 죽이고, 나의 누나와 매형을 죽이고, 하봉민도 곧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어쩌면 결국 나까지도 죽일 생각을 했을 지 모른다. 누가 그 속을 알겠는가? 이런 여자와 평생을 같이 살 생각을 했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간담이 서늘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난 별로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난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녀석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감옥에 가 버렸는데, 나만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니 말이다. 난 이 기막힌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출판을 하게 되었다. 정식 만화가로 데뷔를 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만화는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순식간에 나를 스타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그날 밤의 기막혔던 사건은 이렇게 내 인생을 도와주고 있었다. 난 지금 유민이와 둘이서 살고 있다. 꽤 좋은 원룸으로 집을 옮겼고, 여기저기서 원고청탁이 쇄도하며, 수입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난 아직도 간혹 그 날의 사건을 떠올릴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아마 이 글을 모두 읽은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 무엇이 궁금한가? 그 날 밤...... 과연 내가 어떻게 그 창고 쪽으로 가게 되었던 것인지...... 난 분명 누나의 집을 향해서 뛰었는데 말이다. 만일 내가 그 때 그 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아마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유민이가 어떻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난 아무 것도 모른 채, 하봉민이나 주영의 손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난 유민이를 구할 수 있었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극적인 일이었다. 그 사건을 담은 만화 속에서는 내가 누나의 집을 찾으러 헤매다가 허름한 창고 쪽으로 가게 되는 부분을 이렇게 처리하고 있다. 죽은 하민이의 혼이 유민이의 몸 속으로 잠깐 들어가, 그 곳에서 끊임없이 나를 부르고 있었던 것으로. 그리하여 나의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절로 그 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명 그것은 현실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이렇게 처리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너무 황당하다고? 그러면 또 어떤가. 그것은 만화 속의 한 장면일 뿐인데...... - fin.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폭풍이야기 님 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