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고 저도 글 하나 적어봅니다.
이하 존칭이 생략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로 인맥은 나쁜 걸까?
인맥 때문에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만 부각되어서 그렇지, 사실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물론, 공채의 경우라면 인맥이 작용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다.
공채라는 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인맥이 개입하는 순간 형평성은 무너지고, 이 행위가 나쁘다는 건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그러나 특채는 어떨까? 상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 말이다.
이 경우에는 인맥, 아니면 그걸 뛰어넘는 능력이 작용해야 한다.
우선 능력이 뛰어난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이 일을 잘 한다는데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을까?
그러나 웹툰이나 장르소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측에서는 능력보다 더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의 성실함이다.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매일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작화가 좋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웹툰 작가라도 주당 풀 컬러 60컷을 소화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런 사람은 혼자서 동인지나 만들면 된다.
(이 기준이 가혹한지 아닌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노잼인 게 연재중지보다는 낫다는 소리다.
(그리고 누가 노잼을 판가름할 것인가? 웹툰은 기호의 영역인 것을. 오로지 윤리적 옳고 그름만을 논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성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사람과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을 수소문하거나, 아니면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을 소개받으면 된다.
그리고 이 한 다리 건너는 걸 인맥이라고 부른다.
보통 소개받고 온 사람은 소개해준 사람 욕을 먹이기 싫어서라도 열심히 한다.
교수가 소개해준 학생이 교수 욕을 먹이지 않으려 노력할 거라는 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주 능력이 좋은 사람보다는 중간 레벨이지만 이미 성실성이 검증되었거나, 성실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선택된다.
그리고 인맥은 그의 성실성을 검증하거나 담보로 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자신이 괜찮은 인맥을 쌓아두었거나(보통 이 괜찮은 인맥이라는 건 본인의 인성과 성실성에 따라 질이 결정된다.) 자신의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인맥 통해 들어와서 뒤통수를 치는 인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은 본인이 그 분야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제대로 된 기회를 다시 잡기는 어렵다.
소문은 빠르게 돌고 도니까.
(비교적 그렇다는 얘기다. 사기꾼은 어디에나 있다.)
분명 이 글을 읽은 사람 중에는 ‘이 논리면 성실히 도전만화 연재하는 작가들은 전부 데뷔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성실함이 동등하다면 그 다음은 작품의 질일 것이다.
그 질이 조금 더 나은 만화들이 차례대로 수렁에서 탈출하는 거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혹한 얘기지만, 새로 만화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더 뛰어난 능력과 성실함을 가지고 있다면 순서는 더 뒤로 밀릴 것이다.
결국 선택받을 때까지 작품을 갈고 닦으며 성실함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나...
링크의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할 작가 지망생들께 감히 읍소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부조리를 탓하는 건 쉽다.
날선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실제로 그것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부조리인지 파악할 재간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부정확한 것을 난타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는 점이다.
부디 근거 없는 억측에 휘둘리지 말고 정진하시어 건승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