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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게시물ID : history_21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킬라칸
추천 : 0
조회수 : 5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5/30 0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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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건국"은 어느 나라든 많은 사람들이 특히나 중요한 사실로 여깁니다. 뭐,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어떠한 과정을 통해 나라가 만들어졌는지, 어떠한 시련을 국가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등의 사실은 그 나라의 국민으로써 가지게 되는 자부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요. 그런 이유로, 어느 나라든 자신의 나라가 만들어졌을 때 그것이 무언가 숭고한 이상이나 대의 아래, 영웅적인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고 믿고싶어 합니다.
 
그런데 종종 "사실"이라는 녀석은 "희망"과는 무관하게 매우 냉정무비하게 움직이지요.
 
우리 나라는 과연,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적인 과정을 겪었을까요.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대한민국 이전에 있던 한반도 국가들의 역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흠숭할 수 있는 영웅들이 많이 있었나요. 특히,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정치사의 부문에 있어 뭐, 미국이 영웅으로 떠받드는 1대 대통령 워싱턴이라든지,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마련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라든지.. 독립을 결정한 대륙회의의 영웅들이라든지.. 그에 비견될 사람들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로 답답한 현실임을 실감하게 되지요.
 
조선이 망하고 일제의 식민지배가 될 무렵, 우리는 상해임시정부 및 독립운동에서 우리의 정통성을 찾습니다. 하지만 이 정통성은 '애국은 중요하다'라고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부정하고 나서는 희극이 벌어지고 있지요. 사실, 독립운동도 우리에게는 매우 지대한 의미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독립의 대의를 위해 나선 활동과 행동의 규모는 오늘날 군소 테러단체가 벌이는 정도와 비등한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독립군운동이 현실적으로 한반도 상에서 일제의 군사적 지배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규모와 의미가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결과적으로 독립의 모든 과정은 냉정히 따지자면 오로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더라면 현실적으로는 대체 어느 세월에나 일본의 압제를 뒤흔들만큼 컸을런지 생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Sinn Fein 주의자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영국/아일랜드 내부 정치에 준 압력이라든지, IRA가 영국에 끼친 위협에 비한다면 지극히 작디 작은 것이 독립운동이었지요.
 
결국 '독립운동가'들이 한 것이라고는, 조금 박하게 평가하자면, 연합군의 위력 앞에 일제가 무릎을 꿇고 그 지배의 영역에서 모든 권위가 무너진 이래, "일본놈들 물러갔으니 말하지만, 사실 여기에서는 내가 짱 먹어야 함"하는 수준의 '알박기' 레벨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지배권이 붕 떠버렸으니, 그렇다면 누가 한반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 라고 미군이 둘러봤을 때 "저요~ 제가 제일 대표성을 띄고 있어요~"라고 손을 든 것이 임시정부고, 그 임시정부가 해 놓은 미미한 일 위에 자기 PR과 인맥의 영향력으로 (본질적으로 일종의 '사기행위'라고 생각합니다만...) '숟가락 얹기'를 시전한 것이 이승만이었고 말이지요.
 
사실 이 시점에서 이승만의 급부상은 솔직히 말해서, 해방 후 조선반도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주요 인사'로 소련을 등에 업고 급부상한 김일성과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 밖에 없잖습니까.
 
결국 그 이후로는 아시다시피의 매우, 매우 어글리한, 추하디 추한 이전투구 난장판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대한민국이고, 새로 만들어진 나라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될 최초의 지도자는 결국 "욥 트류니히트" 레벨의 에고이스트이자 사기꾼인 이승만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1987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그야말로 폭력, 살인, 억압, 민간독재, 군사독재, 쿠데타... 솔직히 지금 와서 "우리가 동남아라든지 아프리카 제3세계 국가들과 뭐가 다르냐?"라고 자문할 수 밖에 없는, 정말로 '듣보잡화된 제3세계 신생독립국'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똑같이 추하디 추한 역사만을 겪어왔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사실"은 항상 "전설"보다 어둡고딥다크하죠.
 
오늘날 프랑스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프랑스 대혁명은 그야말로 '이럴거면 혁명 왜 했냐'라는 삽질에 삽질을 거듭하는 혼란을 프랑스 사회에 100년 넘게 불러일으켰지만, 적어도 대혁명은 그 자체로 유럽의 사상적/정신적 지평을 바꾸어놓은 역할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민중의 힘으로 억압받던 구체제를 스스로 파괴하여 극복해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회자되지요. 말하자면 100년이 넘는 세월의 혼란 그 전부가 "길게 본 대혁명"의 과정이라고도 하니까요.
 
87년 동안 이어진 소련의 역사가 끝장이 나면서 러시아 혁명은 "처절하게 실패한 사회적 실험"이자 수 많은 비극과 참사의 진원으로 평가받게 되었지만 적어도 그 시초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꿈도 희망도 없는 러시아에서 숱한 사람들의 영웅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것 조차 폄하하려는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만...) 최초의 소비에트 -- 평의회 민주주의 -- 가 수립되었을 때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감동의 눈물바다라고 전해지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초기 건국사의 대체 어느 부분에서 자부심의 근원을 찾아야 하는걸까요.
 
우리 손으로 독립을 이루지도 못했고, 진행되던 독립운동도 실상은 매우 미약한 세력이었고, 그 와중에 권력을 잡은 사람은 그야말로 혹세무민 레벨의 사기꾼이자 에고매니악, 이후 '나는 왕이다' 멘탈리티로 독재와 폭압으로 민중을 짓밟고, 그 이후 민중의 힘으로 그 사람을 몰아내었더니 곧바로 군대가 총칼로 나라의 권력을 휘어잡고...
 
미국같은 극적인 독립전쟁이 있던 것도 아니오, 그런 전쟁에서의 영웅이 탄생한 것도 아니고, 프랑스와 같이 '세계 역사를 바꿨다'는 대의를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러시아 혁명처럼 '민중의 손으로 권력을 이루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후 '빛나는 지도자'를 칭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해방정국에서 각자 삽질을 해대는 흑역사를 찍었고, 새로 태어난 나라의 최초의 지도자는 사기꾼이자 독재자가 되어 민중에 총칼을 돌렸고...
 
...
 
바로 "꿈도 희망도 없는" 시궁창 같은 시작을 했기 때문에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온 위업과 영광은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 나라 건국에서 자부심을 찾을 것이 아니라, 암울했던 역사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앞으로 만들어나갈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곧 우리의 자부심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처럼 이 나라의 혼란이 거듭되는 것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정말 '좆도 아닌' 풋내기 같은 나라와 그 국민이, 최근 수 십년 경제 좀 성장했답시고 마치 오래 전부터 선진국이었던 양 "자기 분수"를 모르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새로운 나라일 수록, 특히 그 태생이 '미천'할 수록,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와 앞으로 다시는 그런 미천한 현실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미래를 인도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는 커녕 그냥 어느새 '나이 든 나라'들 흉내내느라 걍 수동적으로 퍼져버린게 아닌가.. 싶네요.
 
"너무 빨리 축배를 터뜨렸다"라는 자괴감 섞인 비아냥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국민으로써 스스로에게 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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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새 뭔가 좀 많이 답답한 차에 이런 글을 접해 올려봅니다만...
출처 http://cafe.daum.net/Europa/38b2/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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