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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기황후가 욕을 먹는 이유는
게시물ID : star_210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실리콘밸리
추천 : 2
조회수 : 9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02 12:43:35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귀찮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불쾌하게 느껴지는건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제시한 컨셉 듣자마자 든 생각이 '이젠 사극으로도 정권 헌정 방송을 찍네'

이거였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연말에 상 싹싹 몰아주는거 보고 더더욱 쳐다보기도 싫어졌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박근혜 댓통령 정권 첫해였을 뿐만 아니라 제작발표회에서 떠든 말이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당찬 여성' 뭐 어쩌고 저쩌고 이런 류의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뻔하잖아요.

그놈의 여성 리더십인지 뭔지 강조해보겠다고ㅋㅋ

현대 이전의 역사는 주로 남성들에 의해 지배되고 기록되어진 측면이 있는 데다가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 등으로 인해 정치분야에선 역사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여성을 찾기가 쉽지가 않음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이야 여럿 있지만 '정치적으로 리더' 격인 자리에 앉았던 여성으로 한정해보자면 손에 꼽죠.

공식적으로 '여왕' 타이틀을 달았던건 신라의 세 여왕(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 뿐인데

선덕여왕은 이미 얼마 전에 MBC 자사에서 드라마 소재로 써먹었으니 패스.

진덕여왕은 선덕여왕 바로 뒤의 인물이라 이미지도 겹치고 역사적으로도 나당동맹 성립을 위해 시 지어 바친거 빼고는 기록이 없다시피 해서 패스.

진성여왕은 신라 말아먹고 환락과 유흥을 즐기며 미소년들과 OO를 즐기던 막장 오브 막장이니 장희빈류의 사극으로 찍는다면 모를까

이걸 정권 헌정 드라마로 밀었다간 높으신 분들에 의해 큰일이 날테니 패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성 중심의 유교사상이 메인이던 조선시대에선 생각나는게 그나마 명성황후 정도?

(수렴청정을 했던 문정왕후 등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수렴청정은 뒤에서 조종한다는 느낌이라 밀기가 좀 그랬을수도...)

어쨌든 명성황후를 소재로 쓰자니 그동안 많이 써먹은 소재이기도 하고 정권 헌정을 위해선 성공 스토리가 필요한데

아예 판타지 소설을 쓰지 않는 한 명성황후는 결국 일제에 의해 시해되니 이것도 패스.

아예 현대로 넘어와서 새로 각본을 써보자니 이미 '대물'에서 사상 첫 여성대통령 이미지 써먹기도 했고 박근혜 일화 오마쥬한 내용도 들어갔었고

더군다나 아직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데 너무 대놓고 노골적으로 현대 배경 스토리 써내려가긴 뭐할거 같으니 이것도 패스.


이렇게 찾다 찾다 찾은 인물이 결국 기황후였을 거라고 봅니다.

미천한 신분에서 결혼을 통해 한순간에 높은 위치로 오르는 스토리는 현대인들의 신데렐라 컴플렉스와도 딱 들어맞고
(기황후 스토리를 현대로 옮겨놓으면 전형적인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죠ㅋㅋ 뻔하디 뻔한 재벌가 자제와의 로맨스ㅋㅋ)

기황후 본인에 대해선 역사적 평가가 어느 정도 엇갈리는 탓에 여성 리더십 어쩌고 저쩌고 좋은 이미지로 포장할 여지도 있고요.

근데 아무리 역사적 기록을 살펴봐도 기황후를 좋게 평가해줄만한 구석은 고려를 원나라로 완전히 흡수하자는 논의가 사라졌다는 거랑

공녀를 보내던 제도가 중단됐다는거 정도인데 이거조차도 기황후가 고려를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기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는 느낌?

그 외엔 아주 개판이었죠. 기황후 일족들은 고려를 손에 쥐고 흔들었고 나중엔 대놓고 자기가 미는 사람으로 정권 잡으려고도 하고.

여하튼 이런 기황후를 열심히 포장하려다보니 모두가 아는 수많은 병크를 터뜨리게 됩니다.

강간마를 사랑에 불타는 왕이라는 개소리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질 않나.

아니 애초에 이런거 다 떠나서 솔직히 외세에 의해 지배받았던 시기가 자랑은 아니잖아요?

고려라는 이름과 겉 껍질은 어느 정도 유지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내정간섭 받을거 다 받았고 왕실에 피도 섞였고

아마 그 당시에 세계지도를 그렸다면 고려는 잘 쳐줘야 속국이었을거고 아니면 아예 원나라 영토에 포함되어 있었겠죠

그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드라마 설명 보면 '대원제국의 황후' 어쩌고 저쩌고...ㅋㅋㅋ

우리가 일본 보고 '대일본제국' 이렇게 불러주는거 봤습니까?

제국주의 일본을 구분짓기 위해 '일제'라는 표현을 쓰긴 쓰지만 대일본제국 같은 단어 드라마에서 썼다간 그날로 폭파당할걸요.

근데 이 미친 드라마는 진짜 그러고 있어요ㅋㅋㅋㅋ

국사책 본지 오래되긴 했지만 원나라라고 부르거나 아니면 몽고, 몽골제국 등으로 불렀던거 같은데

기황후 하나 포장해주자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우리가 먼저 대원제국이란 호칭을 써주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진짜 까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이젠 허탈해서 그러지도 못하겠네요

아니면 저런 기황후에 상을 몰아줘야 할 정도로 올해 엠빙신 드라마 사정이 개판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ㅋㅋ





아, 근데 현실이랑 닮은 공통점이 있긴 있네요.

본인도 문제지만 주변에서 나라 쥐고 흔들려고 개판을 치고 있는거랑 성별만 여성일 뿐이지 모성이니 뭐니 하는 여성 리더십은 찾아볼 수도 없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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