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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남자와 여자 안드로이드 단둘이- 팬픽입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2104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진곰
추천 : 6
조회수 : 14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17 08:42:31
베오베에서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3394 이거 보고 오오 하다가.
 
131.png
 
그래요, 여기에 동감합니다.
 
근데, 전 그림 그리는 재주는 없으니 글로 쓴 팬픽으로 갑니다.
 
글 같은거 읽기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어쩔수 없지만...
 
내용은 본편 엔딩에서부터 이어지게 써봤습니다. 본편 보시고 읽으시는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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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함을 지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집안의 안드로이드에게 이름을 붙여 부르기를 1
년. 40년에 비교하자면 찰나와도 같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 1년이 40
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40년 동안 무인도 생활을 한 남자. 사람들의 눈에는 나라는 인간은
그런 기묘한 체험을 한 노인일 뿐이었다. 난 사람들이 내가 무인도에서 겪은 고통과 고
독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이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유일한 존재. 안드로이드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딱 한 명 뿐이니까.
 
내가 사람들을 꺼리는 만큼 사람들 역시 나에게 멀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처음에는
나에게 도움을 손길을 뻗으려던 사람들도, 혹은 내가 가진 뭔가에 눈독을 들이던 사람들
도 결국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대중속의 고독함. 섬을 탈출한 내가 새롭게 느끼던 고통의 정체를 알아차린 나는 마침내
결심했다. 사람들이 보내왔던 안드로이드를 모두 돌려보낸 나는 다시 도시를 떠났다.
 
자연스럽게, 내 발길은 내가 40년 전에 표류했던 그 무인도로 향했다.
 
그렇다곤 해도 40년 전 사고를 당했을 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내가 그 무인도에 향한
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있었고, 문명세계와도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40년 동안 무인도 생활을 한 남자’로서 벌어들인 돈이 있었다.
 
낭비. 그래, 낭비라고 해도 좋다. 무인도에 자재를 날라 와서 집을 짓고, 사람이 생활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할 쓸데없는 일이다. 아무도 날 이해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혹 누군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그건 아
무래도 좋았다. 이미 나는 타인이 날 이해해주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까.
 
바닷가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집에서 바람을 쐬며 TV를 보거나 낚시를 하는 무료한 나날
은 끝없이 계속됐다. 그렇다. 무료했다. 대중속의 고독함이 아닌, 홀로 남겨진 고독함을
되찾기 위해 내 발로 문명을 떠나긴 했지만, 단절의 고통은 없었기 때문이다. 식량이건
뭐건 위성전화 한통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이미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필요 없었다.
 
바닷바람을 쐬며 멍하니 안젤라의 데이터 디스크를 쓰다듬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불현듯 눈물이 흘렀다. 안젤라를 보고 싶다. 짓궂지은 그 천사의 미소를 다시 내 곁에
두고 싶었다. 그건 욕망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몰랐다. 결코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고 멈출 수는 없는 내 마지막 욕망이었다.
 
해석과 연구를 위해 분해되어 있던 안젤라의 몸을 돌려받았지만 부족한 부분은 많았다.
나는 부족한 나머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40년 전에 단종 된 안드로이드의 파츠나
부품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35년 전에 폐쇄된 고물상에 안젤라와 같은 연식의 바디가 있었던 것 같다는 소식에 이틀
내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스크랩을 뒤졌다. 30년 전의 전자제품에 사용되었던 부품이
안젤라에게 사용되었던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뛰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찾
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부품은 수공예 기술자들을 찾아가서 제작해야 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됐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내가 죽을 때 까지 남아있는 시간의 전부가 말이다.
 
부품과 파츠를 거의 모으자 다음 순서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수리였다. 그 단
계에 이르러서야 내가 그런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자각한 것은 꽤나 한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남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 안젤라의 몸이다. 40년간 나와 함께
살아온 동반자의 몸을, 40년 전의 그 날과 똑같이 고쳐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다. 40년 동안 안젤라를 보고 살아온 나 밖에 말이다.
 
생존 하나를 위해서 사용하던 머리를 굴려 수리기술을 배우는 건, 그리고 그걸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파츠와 부품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잘못 손댄
덕분에 겨우 모아놨던 부품이 고장나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머리와
손을 움직이며, 동시에 40년 동안 쌓아올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내 기억속에 있는 안젤
라의 100%를 현실에 짜내야 한다. 안젤라의 손가락 하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틀려서
는 안됐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도, 마침내 그 날이 왔을 때 내 수명은 아직 남아있었다. 인간 여자에 비하면 다
소 무거운 그녀를 안아 올릴 수 있는 힘도 말이다.
 
나는 더할 것 없이 완벽하게 수리된 안젤라의 몸을 안아 집 밖으로 나갔다. 45년 전과
마찬가지로 구름 하나 없이 화창한 날이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본 안젤라의 얼굴은
내 기억에 남아있는 바로 그대로였다. 그 몸과 관절의 이음새, 카추샤의 프릴 하나마져
도 말이다.
 
잠자듯 눈을 감고 있는 안젤라를 긴 의자에 눕힌 나는 그동안 소중히 보관했던 디스크를
꺼냈다. 손이 떨려왔다. 만에 하나라도 떨어트리지 않게 디스크를 양 손으로 움켜쥔 나
는 깊은 심호흡을 내쉬었다. 진정하자. 이게 마지막이다. 잠시 후 떨림이 약간 멈춰들자
나는 그녀의 몸에 디스크를 넣었다.
 
햇볕이 그녀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자, 인간의 심장소리와도 같은 구동음과 함께 그 몸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흐릿한 눈을 크게 뜨고 작게 고동치는 그녀의 몸을 내려다
봤다.
 
시간이 흘러간다. 머리위로 따스하게 내리쬐던 햇볕이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일어나 줘.
 
안젤라의 앞에 무릎을 꿇은 나는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되뇐다. 일어나달라고.
 
하지만 안젤라는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데이터가 복
구되지 않은 죽은 디스크를 넣어봤자 그 몸이 일어날 리가 없다. 안젤라가 되살아날 리
가 없다. 그건  안젤라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4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난
그 현실을 망각하듯 한쪽 구석으로 밀어놨을 뿐이다.
 
“아. 아아아아.”
 
눈앞이 일그러졌다. 5년 전 이곳에서 탈출할 때. 안젤라의 눈을 감은 얼굴을 마지막으로
봤던 그때처럼 말이다. 억지로 뭔가 소리를 내보려 해도 목에선 기괴한 신음소리만 흘러
나왔다. 마음껏 소리 내서 울지 못할 정도의 절망과 고독이 머리위에서 쏟아 붓는다.
 
나는 의자의 팔걸이를 잡고 소리를 지르듯 입을 벌린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
물을 흘렸다. 내가 뭘 더 해야, 이 이상 뭘 해야 안젤라를 다시 내 곁에 둘 수 있냔 말
이다. 대체-
 
......?
 
머리를 뭔가가 누른다?
 
온몸이 전율했다. 거짓말 같이 눈물이 멈췄다. 난 굳어있던 머리를 맹렬히 쳐들었다. 조
금 전만 해도 늘어져 있던, 인간을 흉내 내려 했지만 조금 더 딱딱한 구형 안드로이드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듯 올려져 있는 것을 느낀다. 감겨있던 그녀의 눈이 떠져 있는 것
을 보고, 그녀의 눈이 나와 마주치고 있다는 것을 본다. 그 입술에 걸쳐져 있는 작은 미
소도.
 
그 입이 작게 움직였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입술이 만드는 모습만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눈으로 읽었을 때, 안젤라의 눈이 다시 감겼다. 머리위에 올려 졌던 손도
힘없이 흘러내렸다. 안젤라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마치 잠
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았던건 아닐까? 너무나도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나는
이것이 꿈이 아닌가 의심했다. 안젤라의 소생을 바란 내 마음이 비춘 망상이 아닐까 하
고 말이다. 오히려 그쪽이 더 현실감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니다. 이 의자에 눕히기 전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던 그 얼굴에 내 기억속이 있
는 미소가 스며있다. 45년 전, 상자에서 깨어난 안젤라가 나를 보고 처음으로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짓던 그 미소가.
 
그렇다면 조금 전 내가 본 그 입술이 만들었던 말 역시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
 
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안젤라의 몸을 끌어안았다. 믿겠다. 당연히 믿어야 하지 않는
가. 45년 전 내 앞에 나타나 날 지키고 이끌어준 내 천사는, 장난을 칠지언정 결코 나에
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난 안젤라가 조금 전 했던 그 말을 반드시 지킬 거라고 믿는다.
 
조금만 더 잘게요. 라고 한 그 말을.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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