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있는 1인입니다.
최근에 짧게 여름휴가로 뉴욕에 다녀왔어요.
이 때 다녀왔던 Jungsik이라는 이름의 한식 미슐랭 레스토랑을 방문했었고,
그 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어서 그 느낌을 공유하고자 방문기를 남깁니다.
일단, 저는 이 식당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미슐랭 2스타까지 받은 식당인데, 굳이 저의 홍보가 필요할까요?ㅎㅎ
저는 여기에서 먹었던 한 끼 저녁 식사에서 한식이나 한식의 세계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느꼈습니다.
식사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물론이구요. (기분이 좋아서 팁만 $40...)
제 블로그에 남겼던 글을 복붙한 것이라 말투와 관련된 점은 미리 양해말씀 드립니다.
또한, 메뉴 중에 "푸아그라"가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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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순간이 Jungsik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을 따졌을 때 6할은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맛있는 것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른 끼니 때에 맛없는 것을 먹은 건 물론 아니다.)
Yelp와 googling을 통해 후기들을 찾아보니 괜찮다는 평이 많았다. 특기할만한 점은, 외국인들의 평가가 많고 좋았다는 점.
많이 부담되는 가격이었지만, 미국에 와서 8달 동안 수고해온 나에게 상을 주고 싶기도 했고,
찾아가는 길은... 구글 지도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
근처에 다 와서 식당을 찾는 데는 좀 걸렸는데, 화려한 간판 이런 게 없었기 때문.
(사진은 구글 스트리트뷰를 캡처한 것. 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Jungsik의 공식 홈페이지의 사진. 분위기가 이렇게 막 밝지는 않았는데...
가게 분위기 이런 건 사진을 찍기에 너무 민망하고 눈치가 보여서 찍진 않았지만, 차분하고 심플한 분위기.
그리고 한국인이라고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과 나, 이렇게 둘 뿐이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메뉴판을 탐구해보자.
사실, 메뉴판은 인터넷으로 미리 보고 가서 SEASONAL MENU를 먹을 생각이었다.
서버분이 성게와 푸아그라 만두 중 택 1,
뉴욕-서울, 옥수수, 유자 타르트, 트러플 콘 중 택 1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다 주셔도 되는데...)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각 메뉴의 사진을 찾아보지 않고 간 나는,
이름만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메뉴들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나의 선택은... 푸아그라 만두와 유자 타르트!
푸아그라와 만두의 조합이 신선해서 궁금했고,
유자의 새콤한 맛으로 전체 코스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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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은 간결함 그 자체.
한국에서만 쓴다는 쇠로 만든 젓가락이 눈에 띈다.
스푼이나 포크, 나이프는 코스의 각 요리가 나오기 직전에 맞춰서 세팅해 주었다.
메뉴판과 함께 주었던 칵테일 메뉴판에는 백세주 같은 한국의 술이나,
오미자시럽 같은 한국의 향이 물씬 풍기는 재료를 활용한 여러 종류의 칵테일들이 있었는데,
마음 같아선 하나씩 다 시켜서 맛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칵테일 값이 밥값보다 더 많이 나와 통장이 나를 많이 원망할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주문한 것은 Omijagarita.
오미자시럽을 이용해서 마가리타처럼 만든 것인데,
코스가 시작하기 전에 식욕을 돋기에 좋을 것 같았다.
맛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선 산도가 떨어지고 단맛이 조금 더 돌았고,
알코올의 도수가 조금 더 높았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미자의 붉은빛과 라임의 색이 잘 어우러져서 눈이 즐겁고,
신선한 칵테일을 접한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나온 5가지 전채요리. "반찬"이라고 설명해 주신다.
구체적으로 뭐라 뭐라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반은 알아듣고 반은...
메뉴판엔 없었지만, 무엇을 시키든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좌상단의 것은 치킨!
파닭, 프라이드, 양념의 괜찮은 콜라보레이션.
얇게 채 썬 파가 올려져 있고, 치킨에 약간의 양념 소스. 부위는 닭다리 살쯤?
고급스러운 치킨 맛이었는데, 크리스피 하기보다는 닭고기 자체의 육즙이 살아있는 튀김.
우상단의 것은 잘 모르겠... 익숙한 맛에 묵 같은 느낌... 뭐였지...
좌하단의 것은 연어알과 성게알을 얇은 타르트 위에 얹은 것인데, 여기에서는 딱히 큰 감흥을 못 느꼈던 것 같다.
우하단의 것은 수박이었는데, 약간의 citrus가 가미되어 좀 더 새콤한 느낌.
가운데의 것이 이 "반찬"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커스터드 크림인데, 인삼을 넣었는지 인삼 향이 살짝 도는 것이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바닥까지 스푼으로 싹싹 긁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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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라는 이름의 샐러드.
일단 눈부터 즐거웠다. 다채로운 색깔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방어를 큐브 모양으로 썬 것과 연어알이 채소들과 잘 어우러져있다.
한 입 적당히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방어의 느낌이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한국에서 즐겨 사용하는 채소들과 재료들로 만든 요리인데, 한식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양식의 느낌.
신선해!
"푸아그라 만두"
여기서 맛본 것들 중 가장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었던 요리!
몇 알의 작은 만두 위에 얇게 썬 소고기를 얹은 상태로 왔고,
서버분이 설명해준 다음, 뜨거운 육수를 거기에 끼얹어 주신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소고기는 샤브샤브 느낌으로 익어간다.
국물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어본다.
우왓!
이건 엄청 고급스러운 사골 국물.
오랜만에 먹는 사골 국물이어서인지는 몰라도, 감동적인 국물의 맛. 고급스러운 만둣국이다...!
자극적이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적절한 밸런스의 국물이 목구멍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국물의 맛에 기대치가 한 층 올라간 상태에서, 소고기를 한 점 집어 맛본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이 좋다.
얇은 소고기 밑에 숨어있던 작은 손 만두 스타일의 푸아그라 만두.
한 스푼 국물과 함께 입에 넣어 씹어본다.
부드러운 만두피 속에 녹진한 느낌의 무언가가 혀를 자극한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이었다.
"은대구"
이름대로 정직한 대구 요리.
흰 도자기 접시에 붉은색의 소스가 얹어진 대구와 초록색의 채소와 소스가 눈을 즐겁게 한다.
한 점 잘라서 근접 샷.
한눈에 보기에도 대구살이 탱글탱글하고 촉촉해 보인다.
예상대로 식감도 탱글탱글 촉촉!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대구들은 퍼석퍼석 한 느낌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뭘 먹어왔던 거지...
살짝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가 대구살과 잘 어우러진다.
대구찜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려나...?
"오리"
메뉴의 이름 그대로 오리고기 스테이크가 짜잔!
오리 껍질은 바삭바삭하게, 살코기 부위는 부드럽게 익혀낸 것이 예술이다.
쌈장 베이스의 소스에 찍어서 순식간에 흡입.
"복분자 셔벗"
본 디저트에 앞서서 이 또한 서비스로 내어주신 디저트인데,
복분자로 만든 셔벗에 복분자 퓌레, 복분자 소스.
신나는 복분자 파티에 포도알 몇 알이 함께했다.
달다구리한 맛에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유자 타르트"
본 디저트의 등장! 두둥~
앞의 디저트가 복분자 파티였다면, 이것은 유자 파티!
유자로 만든 셔벗에, 유자로 만든 퓌레(?), 잼(?). 유자 필링이 채워진 타르트.
유자 필링을 싸고 있는 타르트를 전병으로 만들어 낸 것이 신선했다.
환상적이고 미친듯한 느낌의 디저트였달까.
"세작"
이건 따로 주문한 녹차.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의 오랜만의 한국식 녹차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지막 디저트 3종 세트.
다크초콜릿, 미니 약과와 마카롱을 귀여운 옹기에 담아 주셨는데,
이런 서비스로 내주는 디저트의 플레이팅 하나에서도 세심한 고민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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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뉴욕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고 떠나며 대문 샷.
Jungsik에서의 한 끼 식사는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한식의 느낌을 양식의 조리법을 활용해 풀어낸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흰 도자기 위에 다채로운 색상의 배치로 눈까지 즐거웠던 아름다운 플레이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