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란게 술자리 같더라. 알콜에 잔뜩 취해서 이런 말 저런 말 소란스럽게 테이블 위에 늘어놓으면서 생각없이 웃고 생각없이 울고 생각없이 얼싸 안고 그랬는데, 아침이 되면 지독한 숙취만 오지 지갑은 가벼워지지. 당신들이랑 사귄 것도 그렇더라. 처음에는 같은 업종에서 일하니까, 같은 업종을 하려고 하니까 하하호호 문자 주고 받고 전화 주고 받고 어느 정도 친해지니 그간 힘들었던 일들, 그 무거운 당신들 과거 마음대로 얹어 놔놓고 내가 그쪽 업계 떠나니까 모르쇠로 일관하더라? 참 우습다. 당신은 그랬지. 나란 사람 알게 되서 너무 고맙다고. 덕분에 솔직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당신도 그랬어. 그리고 당신은 이번 과제 어떤 거 해야될지 몰랐는데 고맙다고 했지. 그리고 당신은 여름에 같이 여행가자고 했고, 당신은 가끔 셋이 모여서 놀자고 했지. 우리 나이차 다섯 살이나 차이났어. 그래도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깔깔거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술자리처럼 딱 그때뿐이더라.
도대체 당신들이 뭔데 날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받아들이고 멋대로 버리는지 모르겠어. 나란 놈은 참 지독해서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그 신나는 테이블 분위기 지독한 숙취에 시달려도 전부 기억하고 지갑이 가벼워져도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중히 여겼어. 그런데 당신들은 아니더라. 참 덧없다. 내가 왜 당신들하고 웃고 떠들었을까. 내 일년이란 시간이 이토록 허무할 줄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