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펙트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야. 그저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한 거지”
1일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에서 들린 한 마디에 집중했다. 그동안 연예계를 다룬 작품들을 많았지만 이렇게 스타를 대하는 대중 심리의 이중성을 정확하게 짚은 경우는 ‘별그대’가 처음이다.
드라마에서 한유라(유인영)가 사망하자 평소 그녀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천송이(전지현)에게 대중의 비난이 집중됐다. 한유라가 천송이에게 무시당하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다는 루머가 마치 진실인 듯 퍼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던 톱스타 천송이였지만 대중에게 한 번 제대로 ‘밉상’으로 찍히자 CF가 끊기고 작품에서 하차하는 등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렇게 드라마에서 천송이가 당하고 있는 ‘마녀 사냥’과도 같은 대중의 광기를 2년 전 대한민국 연예계는 실제로 경험했다. 바로 화영의 탈퇴로 일어난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논란’이다. 당시 대중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떡 먹이기’ 동영상 등을 증거로 티아라 멤버들이 화영을 괴롭혔다고 믿었다. 천송이처럼 티아라 멤버들이 평소 이미지 관리를 잘 못하기는 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선동한 거짓 정보에 그대로 낚일 정도로 대중이 순진하다는 사실을 그 때 확인했다.
이는 ‘별그대’에서 그대로 묘사된다. 천송이가 한유라에게 독설을 했다고 증언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사건의 진실이 궁금한 검사(오상진)가 실제 CCTV를 확인하고 “왜 실제 본 것도 아니면서 거짓말을 했느냐”다그치자 그녀들은 발뺌을 한다. 티아라 사건 때도 그랬다. 왕따의 증거라고 철떡 같이 믿었던 영상들이 짜깁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도 대중은 한번 자신이 믿은 것에 대해서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한유라의 가짜 유서까지 만든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처럼 안티 팬들은 티아라 멤버들의 진심이 전해지려고 하자 더욱 극성스럽게 활동해 진실을 덮었다.
당시 대다수의 연예기자들도 펙트를 전달하기보다는 이런 대중 심리에 영합해 티아라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분노한 대중의 흐름을 거역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는 사람들의 안전한 선택이었다. 당시 ‘화영은 왕따를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기자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기자에게 천송이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드라마 속 기자들이 충고한다. “대중이 원하는 건 그게 진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원한다”고. “왜 그런 거냐”고 반문하자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한 거다. 한유라의 안타까운 인생에 대한 분풀이,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천송이의 안타까운 인생은 누가 책임지나. 또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는 티아라 멤버들은 어떤가. 티아라 외에도 대중의 몰아가기 선동에 상처 입은 수많은 연예인들에게 우리는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드라마를 보는 대중은 천송이가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동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의 대중은 지금도 티아라를 미워하고 있고, 사건의 진실을 호소하는 이 기사에도 여전히 ‘악플’이 달릴 것이다.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
김용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