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친구인데요 처음에는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었는데 자꾸 만나고 친해지다보니 이상하게 끌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생긴게 잘 생긴 것도(지금의 제 눈에는 잘 생겨보이지만요) 아니고 말을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목소리가 참 제겐 ...참 흐허ㅓㅡ헣ㅎ좋았지만요) 그냥 가끔 보여주는 따뜻함에 이끌린 것 같았어요 그의 진짜 모습이랄까 더 깊은 속내를 알고 싶고...
계속 미묘한 감정을 이어오다가 3월 쯤 마음을 완전히 깨달아서 쭉 좋아하다 12월에 다른 나라로 간다는 걸 듣고 잡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질러버렸습니다
남자인 친구 치고는 이렇게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는데 그 애랑 너무 가까웠던 게 화근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제 착각이 심했던 걸까요
난생 처음 하는 고백이라 혼자서 몇 번이나 연습했는데도 막상 말하려 하니 말이 제대로 안나왔네요 좋아한다고 딱 두 번 말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게 이틀 전이네요..
주위의 몇몇 사람들은 여자는 고백을 하는 게 아니라 신호만 주면서 기다렸다가 남자가 하는 고백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고백한 것 자체에 대해선 후회가 없습니다. ..다만 고백 받은 그 애 마음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 같고 앞으로 그 애가 나를 대할 때 기분이 조금 껄끄럽지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그저께 고백하고 어제 하루는 별 말 없이 지나가고 오늘 답을 해 줬어요
친구로서는 정말로 좋아해..그렇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 미안해. 하지만..우리 이 이후로도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거지? 그렇지?
라고 말하는데 처음엔 거절의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울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같이 걷다가 헤어질 때까지 태연한 척이 ...저절로 되어지네요 신기하게
그 뒤 집에 가려 탄 버스에서 실컷 울었습니다 이상한게 펑펑 우는데도 마음 한 켠은 행복하더라구요 거절할 때조차 그렇게 부드럽게 얘기해주는 그 애가 너무 뭐라 해야하지, 고마워서 평소에는 오버를 하기도 하고 일부러 성격을 밝게 보이려 하는 것 같은데 다른 때 보면 그게 아니었거든요 나이차 많이나는 여동생을 챙겨주는 자상함이라던지 분위기 띄우면서 놀다가도 할 때 몰두 제대로 해주는 진지함이라던지.. 어제 하룻동안 평소처럼 서로 보고 지냈는데 별 말이 없길래 이대로 말 안하고 넘어갈 생각인가 하고..화보다는 슬픈 게 더 컸네요 제 이름 부르면서 천천히 거절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지금도 생각날때마다 울 것 같아요
한동안 그 애 얼굴 보기도 좀 힘들 것 같지만 역시..역시 그 애가 친구로 남아달라고 했으니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겠죠? 그럼 언젠가 극복할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