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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剝製) 마지막
게시물ID : panic_20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풀뜯는사자
추천 : 11
조회수 : 362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10/29 13: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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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상념들로 채워진 잠못드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는 지쳐간다.
1평의 공간에 채워진 작은공기만으로 인간은 얼마나 살수 있을까?
죽음이라는선물이 조금이나마 빨리 찾아와 나를 편하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유일한 희망으로 다가온다.

………………..
갑자기 풀벌레 소리가 멈춘다.
저벅. 저벅. 저벅.
폐쇄된 공간너머로 들리는 발자국 소리.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작업실에 보관되어 있는 수십구의 박제들.
어떤 계기로든 누군가에 의해 그것들이 발견되기만 한다면.
그 기괴한 박제물들이  경찰로 하여금 나의 행적을 추적하게 할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 질수록 죽음이 아닌 새로운 희망이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끼익…..덜커덩. 
흡사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두사람의 대화…
온몸에 있는 나의 모든 신경이 오직 그 소리들을 듣기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야 빨리 찾자!''

" 내가 살다살다 씨발 이런 미친 사건은 처음이다.''

" 그러게 말입니다. 그 인간박제만 해도 구역질 나는데 사람잡아먹는 식인귀라니요"
" 그 미친놈은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을 생각을 했을까요?"

" 그게 나도 조사기록을 보고 알았는데 말이야.."
" 그놈이 어렸을 때 씨발 무슨 가족한테 버림받아서 거의 굶어죽을 뻔 한적이 있었대"

" 그런데요?"

" 근데 그뒤로 이상하게 사람고기가 땡기더라는 거야."
" 어릴때는 머 씨발 힘이없으니까 보틍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다가.."
" 다커가지고..외판원인척하고 온동네 돌아다니면서.. 씨발... 아 씨발 오늘따라 욕 드럽게 많이 나오네.."

" 킥킥"

" 야 시간없다 빨리 찾자"

" 어! 반장님 여기 이상한게…"
" 반장님 여기..우웩!  우웨에에엑!"

" 아 씨발 이게 머야 대가리랑 팔다리만 남기고 깨끗하게도 쳐먹었네"
" 나중에 또 처먹을라고 냉장고에다가 쳐박아놨나"
" 야 빨리 사진찍고 가자.. 뒷처리는 검시반 한테 맡기고.."

" 반장님 여기도요.. 우욱.."

" 머야 이거.. 이새끼 귀뚜라미는 왜 키우고 지랄이야"
" 아 씨발 이거 내장쪼가리 아니야? 씨발 맞네.. 이거 흔적없앨라고 키웠네" 
" 야 이거도 찍어"

#
잠시후 멀어져가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문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풀벌레 소리가 온방안을 채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미칠듯한 공포가 실체없는 나의 영혼을 감싸고 있지만 비명도 지를 수 없다.

아마도 나의 영혼은…

신의 박제가 되어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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