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쓴 걸 보여주고서 베시시 웃었다. 참 귀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미안하지만 날 도와주지 않을래?'
"뭘?"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찾아야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찾았잖아. 모니터에 있네."
동영상 처음 부분의 트와일라잇 스파클을 보여주며 말했다. 하지만 레리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그림이잖아. 나처럼 이 세계에 온 포니를 찾아야해.'
난 순간 소름이 돋았다.
"너 말고 또 다른 포니가 있어?"
'응.. 저기 등장하는 내 친구들 모두 다 여기에 있어.'
그래서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한 마리도 비싼 값에 팔릴텐데 그것이 여섯 마리라니!. 전부 다 찾아서 세트로 팔면 돈을 더 받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 트와일라잇이라는 애 어딨는지 알아?"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런 글을 썼다.
'미안해... 내 친구들이 전부 어딨는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트와일리를 찾게 된다면 나머지 친구들도 찾을 수 있을거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만약 사람이 포니를 처음 만나면 어떤 반응일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멤돌았는데 그 중에 뼈가 굵은 것을 몇 개 추려내 보았다. 하나는 포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이 애완동물처럼 기르는 것이다. 그냥 신기한 말이라면서 주변인들에게 보여주는데 그 도중에 팔려나가거나 TV나 인터넷 동영상같은 매체에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신비한 동물이라면서 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잡혀먹힐 수도 있다. 고라니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다른 하나는 나처럼 포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이다. 만약 내가 브로니이고 포니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데 그게 현실로 나타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뺏기는 게 두려워서 포니를 아무도 못 보도록 몰래 키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문득 생각이 났다. 사람 손에 있는 포니가 레리티처럼 자신의 친구들을 찾아달라며 부탁을 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순간 레리티가 자리를 박차고 내려와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스로 지퍼를 잠구었다.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눈치 하나는 빠르구나. 생각하며 아까 질문했던 글을 무심코 클릭했다. 그 글에는 의외로 많은 덧글들이 달려있었다. 그걸 왜 팔아야 한다는 둥, 만약 팔거면 자기 달라는둥.. 쓸모없는 소리 뿐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길이 가는 덧글이 있었다.
'저도 사실 어제 레인보우 대쉬를 주웠어요! 믿진 않으시겠지만. 저는 안 팔거에요.^^'
저 사람의 닉네임은 '이로리'였다. 날 놀리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까 레리티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친구들도 모두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저 사람도 나처럼 우연하게 레인보우 대쉬를 주웠을지도 모른다. 뭐, 어차피 믿져야 본전이니 닉네임을 클릭하여 쪽지를 썼다.
'지금 레리티가 레인보우 대쉬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친구들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 보내기를 클릭했다. 분명 나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물론 저 사람에게 답장은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진짜 레인보우 대쉬를 갖고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저 사람 말을 무슨 근거로 믿겠어.
발에 뭔가 툭툭 건드는 느낌이 나서 밑을 보니까 가방 안의 레리티가 머리인지 발인지 모를 부위로 날 툭툭 건들고 있었다. 가방 속에 있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급하게 숨느냐고 차마 못 챙겼던 노트 위로 글씨가 써지고 있었다. 나는 흠칫 놀라서 그것을 재빨리 가렸다. 뒷 자리에서 게임하고 있는 중학생들이 이것을 못 본 모양이어서 안심했지만 한바터면 큰일 날 뻔했다.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답답해... ㅠㅠ 이건 내게 있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야!!'
더 끔찍할 걸 보여줄까?
녀석이 들어있는 가방을 거칠게 잡고서 살짝 던지고 받았다. 그러자 가방 안에서 미약하게 '꺄앗' 하는 소리가 들렸다. PC방 곳곳에서 들리는 게임 소리 때문에 그 소리는 마치 어느 게임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서 녀석이 못챙겼던 노트와 펜을 챙겼다. 이게 없으면 소통이 안되니 다른 건 몰라도 꼭 챙겨야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과장되게 흔들면서 카운터까지 걸어갔다. 요금 계산을 마치고 피씨방 밖을 나와서 공용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퍼를 열자, 녀석은 '大' 자로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글 쓸 정신은 있는 것인지 내가 들고 있던 노트를 뺏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태가 안좋아졌는지 글씨가 엉망이었다.
'숙녀를 그렇게 취급하면 안 돼.. 무뢰한같으니!'
항의 접수 완료.
가방에 공책이랑 펜을 집어 넣고서 지퍼를 잠궜다. 그런 뒤 가방을 메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계단을 몇초만에 내려갈 수 있게?!"
이렇게 말하고서 계단을 후다다닥 내려가자 가방 속에서 '끠잉..'하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