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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우수리 강의 알파카. 오오 우수리, 우수리!
게시물ID : readers_211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땀기향딸냄새
추천 : 1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10 0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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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이 책 이야기를 즐거이 할 수 있는 치유게 책게로 오세요! 조용하지만 가장 멋진 신사숙녀들이 있는 물좋은 책게로! 

~우수리 강의 파카 - 오오 우수리! 우수리!~ 

 "뀨우우우우우우우....뀨우우우우우우...."

 신대 메카인의 도움을 원하는 이 메카인의 소리가 들리는가?
 이것은 흔적 하나 없는 이 러시아의 우수리 정거장에 내리게 되고, 결국 표류하게 된, 조금. 아주 조금 재수가 없을 뿐인 평범한 문명 메카 소녀 파카의 이야기다. 

"파카.... 신대지구의 명물인 파카타워도 파카신전도 없다 파카...이곳은 진정 문화의 불모지인 것인가 파카..???뀨유유ㅜㅇ우우우우우우...!!!"

 슬픈 비음의 윤택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온 우수리 짐승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짐승들은 신대의 소녀, 파카의 존재에 대한 무서움이 더욱 강했다. 
현 시대의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종, 인간. 그 낯선 존재의 압도적인 모습에 구시대의 동물들은 그저 풀숲 뒤에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가장 뛰어난 동물들의 수뇌 원숭이부라리스는레드레드면부라리스 3세가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두 다리로 소녀 예아스츠라 토어 파카 앞으로 걸어갔다. 원숭이부라리스은레드레드면부라리스 3세는 놀라 꽁꽁 얼어버린 신대인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한 마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 이 곳에 메카인이 오다니, 전대 원숭이힙스짝은레드레드면힙스짝 님(황제명 원숭이부라리스은레드레드면부라리스2세) 이후로 처음이로구부라리. 자네도 혹시 알파카라는 동물을 찾고있나부라리.."

 " 알파카.....알파카....그 털을 맡고 살지 않으면 전...죽고말아파카욧....!" 

 그리고 과연 파카가 주변을 둘러보니 왠갖 짐승이 가득인즉 그 사이 알파카의 그 고결하고 아름다운 목덜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내 파카는 평생토록 겪지 못했던 생소한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이럴수가....알파카가 없는 세상이라니...말도 안돼파카욧!!!"  

그렇다. 알파카의 털, 침, 귀. 그 모든 것을 갈구하는 소녀 파카가 이렇게 되기까지 이 지구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이 순천은 대한민국의 수도. 그리고 그와중에서도 절정의 손에 꼽히는 알파카의 도시 신대지구는 전국을 아우러 전세계의 메카였다. 과거, 낙타가 원인으로 지명된 메르스의 치사율이 급작 치솟아 40퍼센트를 웃돌다 60퍼센트, 그리고 이내 100퍼센트를 돌파하여 많은 인류들이 돌연사 하게 되었고, 살아남은 인류들 중 지식인을 꼽아 다시 재편성된 맛졸라없는 영국음식의UN에서는 낙타묻지마범죄법을 제정하였다.
 
서기 2016년 2월 17일이었다.  
수많은 낙타들이 이유를 말하라며 죽어나가며 마지막으로 인류를 향해 복수의 일격을 가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분사 66c/m압력 퍼미지의 메르스균이 담긴 낙타의 침이었다. 이로 인해 사냥꾼들마저 돌연사되자 UN은 저들만의 안전대피벙커에 쪼그려 꽁치파이를 씹으며 고민에 휩싸였다. 어떻게 하면 낙타를 소멸시키고 메르스도 이 지구상에서 없애버릴까 하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 살아남은 이들 중 칠레출신이자 유일한 고소득층 지식인이며 공학 엔지니어였던 야타 빠리타가 프로젝트에 전면 참여한 끝의 항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은 알파카의 털. 같은 낙타과이나 요즘들어 핫한 인기를 얻고 낙타를 이긴 별종 알파카가 그를 비견하는 천하의 미미침을 갖고있었던 것이다. 알파카의 미미침으로 인해 온 세상은 구원받았고, 알파카를 신으로 받들어 모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초이자 시착점은 야타 마이크가 한국에서 우연히 만난 관광용 알파카에서였고, 그것이 곧 서울에서 청정지역이다 직선도로인 순천으로 이어져 오늘날 최고의 알파카메카를 자랑하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 알파카의 크나큰 은혜를 받고 살던 소녀 파카는 알파카의 털을 한동안 못 맡아보았다는 것을 깨닫고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기시작했다. 

 "뀨유유유유유유융우우우우.....!!!!! 파카!!!!!!!!!!! 알파알파 알파파 알파카의 신이시여!! 어린 알파카를 보살펴 주소서!"  

그것은 부모의 품을 벗어난 갓난아기의 모습처럼 더없이 처참하고, 더없이 가련한 모습이었다. 구세대의 동물 앞에서 소녀는 더더욱 나약한 존재였고, 그에 경계심이 풀린 동물들이 조금씩 소녀, 파카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원숭이부라리스은레드레드면부라리스 3세는 이런 파카의 모습을 바라보며 동정의 낯을 표했다.

 " 어리석은 거짓된 문명의 자여,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자네는 여태껏 알파카의 미미침과 함께 수없이 흡입해 온 알파카 침 속의 '어떠한' 성분에 의해 몸이 침식당해 길들여 지게 된 거라고! " 

 "파..파카...무슨 말을 하는 파카....!"

 파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평소 종잇장처럼 하얀 피부에 곱슬곱슬했던 자신의 털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 이것이...무슨...! 뀨우우우!!! 이대로라면 나...나... 엄파카 아파카 곁으로도...돌아갈 수 없뀨우...!!!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 "

 태어났을 적 태고의 몸이 되어가는 자신. 그것은 그저 곧이곧대로 문명의 지식을 빨아들여왔던 소녀 파카에게 있어서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 미...미미침을..., 알파카의 털을...! 파....카.....!!!!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이윽고 완벽히 알몸이 되어 거품을 물고 기절한 파카와 이를 지켜본 원숭이 원숭이부라리스은레드레드면부라리스 3세는 그 눈을 크게 부릅떴다.

 " 봐라! 문명인의 본모습을! 이것이 불과 몇 년 전 까지의 인간의 모습이었다. 두뇌라는 훌륭한 무기로 또 다른 무기를 만들어 내고, 우리들을 핍박했다. 그런데 지금은 뭐지...?  알파카의 피가 이어져 있는 현재 혈통의 메카 알파카인들은 우리를 아예 한 곳에 모아놓았다. 그것이 무엇 때문이겠느냐? 우리를 데리고 오락거리로 삼았던 '동물원'이라는 곳이 어찌하여 사라졌던가...? 이것은 그들이 알파카의 미미침의 영향으로 인해 다시 역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겠는가? 가엾은 문명의 소녀여. 자네와 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아닌가? "

 " 아냐...!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란 말이야파카...!!! 단지, 알파카께서는 너희들과 차원이 달라파카! 우리를 구원해 주신 존재란 말이야파카!! "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파카의 주위를 수뇌를 비롯해 수 많은 동물들이 에워쌌고, 파카는 흠칫 놀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멸과 비웃음, 희열...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파카는 그런 동물들의 눈빛을 알아챘다.

 " 날 비웃지마파카...!!!! 규우우우우우우우!!! "  

파카는 화가 났다는 뜻의 고함을 지르며 침을 뱉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 때 침을 맞은 뱀이 s자를 그리며 파카의 다리를 순식간에 감았다.

 " 규..규우우!, 떨어져파카!!! " 

 파카가 성을 내며 발을 구르자 뱀은 파카의 허리까지 금세 감고 올라와 쉭쉭대었다.

 " 떨어지기를 바란다면 네가 떨어뜨려 봐! " 

 " 뭐파카? "  

파카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바닥에 드러눕고는 땅 위를 쿰척쿰척 대기 시작했다. 

 " 파후후후후.!!!!!쿰척쿰척!!! "  

그러자 파카의 무게에 짓눌려 압사할 것이 두려워진 뱀이 스르륵ㅡ하고 파카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제서야 파카도 흙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숨을 헐떡였다. 

 " 헉...헉... 무슨 짓이야파카! " 

 " 이전 네 또래의, 혹은 이외의 인간들이 나를 만나거나 나와 접촉했을 때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아나? "

 " 뭐...? " 

 " '손'으로 밀어내거나 아니더라도 손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거나 도망치는 것이 대다수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넌 어떻지? "  

파카는 한동안 자신의 행동을 곰곰히 생각했다. 아니, 사실 자신의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라는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녀는 알파카 이외의 동물과 분리된 삶을 살았고, 동물의 본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도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일절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전의 '미개인'들은 얼마전만 하더라도 어떠하더라~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돌연, 파카는 머릿속에서 상당히 오랜 기억을 꺼냈다. 그것을 생각하는 데에는 이상하리만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어쨌든 파카는 아가적 가지고 있었던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답답해 보이는 옷을 입고, 털이 없고, 검은 머리털이 난 짐승. '앞발'로 종이비행기를 접고 그림을 그리고 공을 주고 받으며 밥을 먹던 짐승 주인공. 그것은 너무나도 기괴하고 낯설어, 좀 어렸던 시절의 파카는 그 책을 어딘가에 던져버리고 말았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 더러운 짐승들과 다를 것이 무언가? 
그 동화책 속의 주인공은...  바로 어릴 적의 자신이었는데!

 " 알겠나, '인간' 소녀? 우리는 많은 세월의 역사 동안 인류의 모습을 지켜 봐 왔다. 우리는 늘상 내몰리고 핍박당했다. 그것은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결코 아니다.  너희 인간에게는 끝없는 욕망이라는 것이 존재했기에, 자연의 규칙까지 완전히 깨어진 지금, 미미침을 받고 본능의 지능에 눈을 뜬 문명인들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하나의 지성체로서 각성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인간의 지성이 필요하다. 그렇기에ㅡ 필요한 것이다. 네가! " 

 파카는 앞발을 내민 부라리스의 호의 앞에서 망설였다. 

 " 인간도 결국, 하나의 자연. 하나의 동물. 너 또한 하나의 종. "

 잊고있었다. 자신의 주체성을. 흰 털을 뒤집어 쓴 채 뒷발로만 살아가고, 역으로 후퇴하는 세상 속 자신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미미침을 맞던 행위도 알파카 털을 구하던 행위도 전부, 어느 새 침식당해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자 방황하는 인간 그자체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 나, 함께 해도 되는 걸까...? "  

대답 대신 그들은 완전히 소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각기 다른 형태, 모습... 그들은 다르기에 함께 뭉칠 수 있었다.

소녀는 조용히 웃음지었다.



 2050년.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해 갔다. 

인간은 미미침을 맞고 변질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들은 어느샌가 완벽한 알파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그들을 감별하고 미미침과 털을 받아내는 '알파카'들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한 여자는 그들의 형태도 받아들였다. 만약이란 것이 없듯이 이젠 그것 또한 그들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없이 융화해 간다.
 몇은 알파카가 된 자, 몇은 알파카의 생활 양식에 따르는 자, 외형이 알파카가 되었으나 문명의 이기또한 버리지 못한 자.  그리고 완벽히 인간인 자. 여자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수의 인간 또한 인간으로써의 주체를 가지고 살아간다.  

인간의 지능 자체 또한 그들의 큰 주체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능이 떨어진 그들과 이야기가 통하는 동물들을 선두로 인간과 동물간의 대화도 이루어졌다.  추상적이다. 

인간은 여전히 이상적이고 자신들의 세계를 부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동물은 여전히 본능적이고 갇혀있던 세계를 부수는 것을 원했다. 

그런 그들도 이젠 서로간의 교감이 있고 대화가 있다. 그것이 이제 동물의 신호인지 인간의 언어인지 그들에게 더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는 아직 과도기에 있는 흔들거리는 세계도 자리잡게 될 거라고 믿었다ㅡ. 
어느 새 철폐한 파카타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는 여자의 어깨에 뱀이 자리잡아 물었다.  

" 사실 난 회의적이야. 인간과 타협할 수 있을 지.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이 더는 진화의 역의 길로 들어서지 않고 서로가 후퇴한만큼, 발전한 만큼 이제는 말도 통하니까... 모르겠지만,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 지도 모르겠다고. "

 여자는 뱀의 꼬리를 매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인간이 다시 진화할 수도 있고 동물이 다시 본능만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그 역일 수도 있고. 모르는 만큼 무서워. 하지만, 이전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을 꾀하는 이 시도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결국에는 인간으로 돌아온 나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그만이야. " 

 " 아니, 그건 틀렸다고 봐. "

 " ...? "  

"너도 그렇고, 결국 현재를 만드는 건 자신이야. 만약 네가 우리와 접촉하지 않았을 경우나, 파카 메카의 성지에서 계속 살아가는 문명인이었다면? 그것 또한 자신이 원해서 만든 길이고,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 자학하는 일도 있겠지만, 결코 자신을 싫어하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

 " 맞아, 그러니까. "

 " 앞으로도 우리는 무엇이 되든 우리가 원하는 형상이 되는 거야. 그건 무척이나 설레는 일인 것 같아.  인간의 문명을 가까이 접한 요즈음 더 그것을 느껴. "

 동감하며 여자는 낡은 대형 스크린에 뜬 둘 이상의 종들의 대표가 정식으로 인사하는 순간을 바라보았다.



 " 근사한 만남이야, 예아스츠라 토어.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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