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있는 만 26세 남자 학생입니다. 상대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있는 만 25세 멕시코인 입니다.
간략하게 환경을 설명하자면. 같은 건물 안에서 함께 생활을 합니다. 함께 식사하고 함께 활동합니다. 보수적인 단체에 속해 있으며 무엇보다 봉사활동 학생 프로그램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서의 연애는 금지입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감정조절을 해야 합니다. 활동은 내년 1월에 종료되며 여자애는 2월에 멕시코로 귀국하게 됩니다.
저는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남을 예정입니다.
여자애는 한국말은 물론이고 일본어 실력도 희박합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렵구요. 영어도 거의 한마디도 할 줄 모릅니다. 일본에서 그녀와 정상적인 대화가 통하는 사람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동경에 없습니다
처음에 그녀를 보았을 때,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을 비롯한 여러 심경의 어려움을 안고 있어서 매우 어두운 아이였습니다. 매일 생각에 빠져 울기도 하고, 그 태도 때문에 최근까지도 여자 단원과 조차도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매우 사람을 지치게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이에 제가 나서서 그녀의 마음을 열고자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하기 시작했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다 보니까 단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그녀의 정신적 케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렸다 시피 보수적인 단체여서 남여 단원이 필요이상 가까이 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했습니다.
수개월 그런 상태를 유지하다가, 이후 일본어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고, 우는 날도 조금씩 줄어듦에 따라 제가 크게 그녀를 걱정하고 신경쓰는 일도 없게 되었는데요,
3주 정도 전부터 무슨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매우 쾌활해 지고, 더 이상 우는 일도 없이 무척 밝은 아이가 된 것입니다. 이 변화 자체는 저로서도 매우 기쁜 사건이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고민이 생겨나는데요, 이전부터 그녀가 저에게 다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로서도 기분 나쁜 일은 아니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밝아지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녀가 저에게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해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선이 느껴져서 돌아보면 매번 저를 보고 있고, 사람이 없을때는 끌어안기도 하고,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눈치가 있는 다른 단원이 그녀에게 진지하게 저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좋아는 하지만, 자신은 외국인이며, 언어소통도 안되고, 예쁘지도 않고, 멕시코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다] 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에게 이 아이의 호감을 받아들일 마음은 없습니다.
이 상황이 다소 특수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는데요
1. 모든 상황이 용서하지 않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비록 다른 사람의 눈을 숨어서일지라도)애정표현을 하는 것. 2.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러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 3. 2월에 귀국함으로써 두번다시 보기 어려울 거라는 점.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러한 애정표현에 대하여 부담감을 주거나, 거절을 하거나, 분명히 자르는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어차피 3개월 후면 떠나갈 아이에 대하여 박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잘해주고 받아주다 보면, 이 아이의 애정이 커져서 헤어질 때 어떻게 될지 알수가 없구요. (혹시라도 일본에 남겠다고 한다면 다소 책임감을 느끼게 되겠죠)
가능한 그녀가 멕시코로 떠나는 그 날, 저의 존재를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돌아가게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 애정을 심어준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