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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차별? 평등!
게시물ID : readers_21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0분만더
추천 : 1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8/10 16: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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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감성이 살아있는 책게로 오세요~!



차별? 평등!

 

                                                                                                            겨울의눈                                            

                


 “요즘 들어 남녀 간 차별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 여러 부분에서 여성들이 우대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오후 뉴스에서는 아직까지 해소되지 못한 남녀 차별로 인해 양성평등 정책이 시행된 결과가 예상보다 미흡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모두들 어리석다. 어리석어 보인다. 그냥 흘려듣기에는, 그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여기기에는, 더구나 퇴근시간이 다가오는 이 시간에 생각해 보기에는 결코 가벼운 얘기 거리가 아니다. 이유야 어쨌든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어떻게든 지금 그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얼핏 들던 때였다.

 무언가를 담아둔 박스를 멀리서 끙끙대며 들고 오는 자존심 강한 내 여자 친구를 보았다.

 “바보, 그런 건 다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할 것 아냐?”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짐의 3분의 2정도를 들어 주었다. 이럴 경우 여자들은 보통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어떻게 된 것이 이 사람은 여전히 자존심을 먼저 들이밀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뭐야, 내가 여자라고 깔보는 거야? 내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적게 들어야 되는 건데? “

 “바보, 네가 여자라서 무시하는 게 아니라 여자이기 때문에 평등하게 대하는 것뿐이라고.

 여자는 남자들보다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내 설교가 생각보다 지루했는지 화난 얼굴을 한 준이는 자기가 들고 있던 짐을 내가 들려고 덜어 두었던 박스 위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던져두고는 씩씩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야, 준아, 이건 남자에 대한 차별이라구. 나라고 이렇게 많은 짐을 들 수는 없잖아. 젠장.”

 녀석의 오버하는 행동과 성난 표정 때문에 황당하다. 어디다 옮길지를 듣지 못했기에 녀석에 대한 푸념은 이내 절규로 바뀐다.

 “야, 이봐, 이것 보라구. 이걸 어디다 옮기라는 거야?”

 한숨을 푹 내리깔고 보니 옆에 부대리님이 와 있다.

 “하하, 민군. 그렇게까지 억울해할 필요가 있나?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인데 까짓것 나 같으면 춤을 추며 옮겨 주겠구먼. 그러고 보니 이제 같은 대리가 됐으니 서로 말을 높여야 하겠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리가 되다니요? 제가 말입니까?”

 “그래요, 내일 있을 예정이었던 인사발령이 아까 오후 4시쯤에 미리 발표 났어요. 축하해요!”

 “이거 믿기지가 않는군요. 입사한지 2년 조금 넘은 것 같은데……. 하여튼 고맙습니다. 부대리님도 이번에 대리진급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아, 그렀죠. 나는 이번에 다른 부서로 옮겨가게 됐어요.”

 “부대리님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다음에 개인적으로 송별회를 해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부대리님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버스정거장으로 뛰어갔다. 야근을 하지 않는 준이는 분명 그곳에 있을 것이다.

 “쳇, 아무리 약한 여자라도 야근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일거리는 산더미같이 맡겨 놓고서는 언제 다 처리하라는 거야?”

 이것은 또 다른 차별에 대한 나의 푸념이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람 새는 소리를 썩어가며 중얼중얼 거리는 준이가 보였다. 나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하하, 나 오늘부로 대리로 진급했다. 너 이제 나한테 잘 보여라.”

퍽!

 순간 나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스크류 펀치!

 “으윽,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퍽! 퍼벅!

 준은 나에게 두 방의 펀치를 더 먹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실적이 더 좋은데 어째서 네가 대리가 된 거야? 에이씨! 이놈이나 저놈이나 모두 다 날 여자라고 무시하구 있어. 이젠 정말이지 여자로 태어난 게 너무 억울해. 집에 들어가도 여자라서 어쩌구, 회사에 와도 여자라서 저쩌구. 그래, 난 여자다. 여자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회에서 여자로 태어난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준의 눈에 물기가 돈다. 어쩔 줄 몰라 쭈빗쭈빗거리는 사이에 버스가 왔다. 준은 애써 눈물을 감추려는 듯 버스에 얼른 올라탄다. 나도 그녀를 따라 같이 버스에 올랐다.

 나란히 서서 같은 차창 밖을 바라보고 서 있지만 이렇게 어색한 시간일 수가 없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할 텐데……. 따지고 보면 뭐, 순전히 내 잘못은 없다. 그렇지만 뭐랄까. 남자로서, 남자로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준이에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따지고 드는 그녀의 말에 응수하지 않은 것도, 사실 그녀가 화가 난 이유가 꼭 내 탓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준의 연인으로서, 직장 동료로서가 아니라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미안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남자이기를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억울해하는 그녀의 정당한 항변을 들어주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을 듯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갑자기 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내 귀에 들린다.

 “뭐예욧! 당신도 내가 여자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앉아있는 젊은 남자가 준의 가방을 어설프게 부여잡고 황당해한다. 아무래도 그 남자가 준의 가방이 무거워 보이니 대신 들어주겠다고 한 모양이다. 남자가 벌떡 일어서서

 “아아,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것이 당신이 여자라는 사실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래, 당신은 여자라서 그렇게 잘났기 때문에 내 호의를 이따위로 무시하는 거예요. 뭐에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가 나서서 그 남자를 말렸다. 죄송하다고, 여자 친구가 오늘 화나는 일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좀 이해를 해달라고 통사정을 하다시피 하여 겨우 그 남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수군대는 주위의 눈치가 영 껄끄러웠는지 준이 이내 내린다. 나도 급하게 따라 내려서 준을 따라갔다. 한마디도 없다. 한참을 걷는다. 어째서 준이는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못할까. 호의를 왜 불평등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집 앞에 다다랐다. 말이 없던 준이는 대문 앞에 서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는 듯하다.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내게 몸을 돌려 갑자기 물었다.

 “어째서, 왜 여자라고 차별하는 거야. 왜 남자들은 호의인 척하면서 여자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건데!”

 준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가는 일이 커질지 모른다. 한참 생각하는 척하다가 대답했다.

 “그래, 사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차별하는 것은 맞아. 그렇지만 이 세상의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 지금 넌 차이와 차별을 구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남자와 여자가 서로 차이가 나서, 그 차이 때문에 다르게 대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고 난 생각해. 서로 다른 점은 다르게 대하는 것은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다른 점을 무시하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더 불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어린애들을 보고 어른이 들어야만 옮길 수 있는 짐을 들라고 시키지는 않잖아. 애랑 어른은 그 물건을 들고자 할 때 겪게 되는 능력의 차이가 있으니까. 어른이 겨우 할 수 있는 일을 어린애들에게 시키는 것이 차별이지. 남자랑 여자 사이도 마찬가진 것 같아. 여자가 어린애란 말은 절대로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준이 다시 날카롭게 물어온다.

 “그렇다면 내가 진급하지 못한 이유는 뭔데?”

 “아까 얘기했잖아. 아직 남자들이 여자들을 차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금가지는 남자들이 이 세상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의 생각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옛날보단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사실 나도 이번 인사발령은 의외였어. 네가 될 줄 알았거든. 내일 정식으로 인사팀에 문의해보자. 네가 승진대상이 될 조건이 충분하다면 난 당연히 내 승진을 무를 수 있어. 너무 억울해 하지 말고 이제 집어 들어가서 쉬어. 아직 저녁 공기가 차잖아.”

 “그래, 바래다줘서 고마워. 오늘은 정말 기분이 꽝이다……. 조심해서 집에 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다.

 들어가던 준이가 약간은 화가 풀린 표정으로 얼굴을 다시 내밀며 말한다.

 “다음에는 내가 널 바래다줄게.”

 난 그저 씽긋 웃어줄 뿐, 그리고 준이의 오해가 빨리 풀리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큰 길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암나무와 수나무 구분 없이, 그저 나무로만 여기는 은행나무를 한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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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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