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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
게시물ID : readers_21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0분만더
추천 : 5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10 17: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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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한 감성이 살아있는 책게로 오세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  

                                                               겨울의눈


 .....벌떡.
 나는 망막 너머로 햇살이 가득 침범해 오는 것을 느끼면서 급히 일어났다.
휘청~! 비틀~ 비틀~ 쿵! 쾅!
 너무 급하게 일어나서 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책상과 옷장이 왜 이리. 올라갔다 꺼졌다 하는 거야!?'
"윽...!"
쾅!...풀썩...!
 결국엔 지독한 가구들의 폭력 앞에 무릎 꿇은 나는 이불 쪽으로 쓰러져 눈만 떠서 시계를 보았다.
'11시! 주, 죽었다!!'
 다시 벌떡 일어나서 세면실로 뛰어들어서 얼굴을 씻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재빨리 현관으로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오늘은 내 여자친구 유나와 생일기념 여행을 하기로 한날인데...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최고의 힘을 짜내어 달리며 좌, 우를 열심히 살폈다.
'젠장!! 오늘은 왜 택시가 없는 거야!!'
 보통 때는 넘쳐나던 택시가 웬일인지 오늘은 한 대도 보이지가 않았다. 약속시간은 벌써 30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달려간다고 해도 최소 20분은 걸릴 텐데... 역시 난 죽었다.
"허억!! 허억! 헉...! 맞아죽기 전에 죽을지도 몰라!!"
 아... 힘들어 미칠 것 같다. 다리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고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달리고 또 달렸다.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고개를 들어보니 유나는 버스 정류장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남은 거리는 약 80여 미터, 한줄기 빛을 발견한 듯 발을 더욱 거세게 굴렸다. 순간, 시계를 보다가 고개를 든 유나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으윽...! 급속도로 굳어지는 저 표정이란..... 오늘 정말 단단히 혼나겠는걸.'
  유나에게 손을 흔들며 움직이지 않으려 저항하는 다리에 더욱 힘을 주는 그 순간이었다. 나를 굳어진 표정으로 바라보던 유나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돌았던 것은. 유나는 나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하나의 굉음에 의해 나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빠앙! 빠앙-! 끼이익~!!! 쾅!
 순간,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아릿한 느낌을 받으며 땅에서 멀어져 갔다.
'아... 내 눈에 왜 갑자기 하늘이 보이는 거지? 난 분명 유나를 보고 있었는데...'
부우웅... 털썩!
"크헙-!"
 땅에 널브러진 채로 뱉어지지 않는 신음을 흘렸다. 간신히 눈만을 떠보니 유나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힘겨워 눈을 감았다. 어렵사리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는 유나가 벌써 도착해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 .....! ....!!!"
 무슨 말을 외치는지 잘 들리지가 않는다. 몸에선 점점 힘이 빠져만 가고 있었다. 거칠게 나의 몸을 흔드는 유나의 손길만이 조금씩 느껴졌다.
"쿨럭...!"
 기침을 토해내니 피가 한 움큼이나 터져 나왔다.
"유, 유나...야... 미안...해...! 정말... 미...안……."
 유나는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아니라는 건가...?'
 다시 힘겹게 말을 뱉었다.
"나, 너 정말 좋아했어... 정...말로 사...랑 했는데.....쿨럭!"
 아... 마지막으로 하는 말 치고는 너무 식상한 대사인가? 거칠게 흔들던 유나의 손길도 이젠 느껴지지 않았다.
"오빠! 한이 오빠! 죽으면 안돼!! 제, 제발! 오빠-!"
 어렴풋이 들린 외침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의 끈을 놓았다.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죽은 건가?'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바닥에 발을 디뎠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마저 느껴지지 않아......'
 눈을 힐끗 돌려보았다. 거기에는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내가 누워 있었다. 옆에는 푸른색 약병을 달고 있는 채로.
'나는 여기 있는데......아니지, 죽었겠지...난.'
 병실을 나와 느낌이 시키는 대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의사로 보이는 사람 한 명과 나의 아버지와 유나. 그리고 얼굴을 모르는 나이 들어 보이는 아저씨가 있었다.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꺼냈다.
"수술은 완벽하게 마쳤지만, 오늘이 고비일 것 같군요... 그리고 의식이 돌아온다고 해도 오른쪽 팔은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재활을 한다고 해도 기대가 되질 않는군요."
"그, 그럴 수가...! 아, 안 돼! 한이... 오빠..."
 유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굳어지는 아버지의 얼굴.
"죄송합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가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을 꿇는다.
'저 사람이 나를 치었나 보구나...'
 이상하게도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느낌이 시키는 곳으로 계속 향했다. 그곳에는... 다른 곳과는 격리된 어둡고 깊숙한 공간의 문이 있었다.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 어두운 공간의 문 앞에 서서 나는 마지막으로 유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유나는 울고 있었다. 정말 슬프게... 하지만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휘이잉- 스오오오-
 어둠의 문 앞에 서보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조금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저곳으로 가야한다.
-안 돼!
쿠당!
'윽... 뭐지? 나는 분명 유령의 상태일 텐데...?'
 고개를 들어 나를 넘어뜨린 사람을 쳐다보았다.
-어, 엄마...!
 엄마였다. 돌아가신...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 주셨던 엄마. 엄마는 어둠의 문을 등지고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구나... 여기는 네가 갈 곳이 아니란다. 어서 돌아가렴.
-하, 하지만 몸이 짓누르는 듯 무거워 견딜 수가 없어요! 저기서, 저곳에서 나를 부르고 있어요! 가야해요!
 엄마는 고개를 저으셨다.
-안 돼... 네가 가버리면 아빠가 많이 아파하시잖니... 그리고 유나도... 많이 아플 거야.
-하지만!! 그곳으로 가지 않으면.....!
 엄마는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나를 안아주셨다.
'아.....'
 정신을 잃은 뒤 처음으로 체온이 느껴졌다. 그것은 끝이 없는 따스함이었다.
-한이야. 이 세상엔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돼는 게 있단다. 그게 뭔지 알겠니?
'잃어버려서는 안 돼는 것? 가족? 연인?'
-모, 모르겠어요.
 엄마는 나를 향해 웃어주셨다.
-그건 말이지... 희망이라는 것이란다. 어떠한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희망!
-희...망?
 엄마는 다시 꼬옥 안아주시며 말했다.
-그래... 잊어서는 안 돼 한이야.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됀 단다. 언제나 엄마가 지켜줄게.
-엄마.....
 엄마는 나를 놓아주시더니 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잃지 말렴... 엄마가 준 선물을. 그리고...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에요 엄마!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미안하단 엄마의 말에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답변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으나 결국엔 제대로 된 말이 떠오르질 않아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
-후훗...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두 팔을 펼치고선 웃으셨다.
-그럼... 안녕히...!

 


 조용히 눈을 떴다. 침대 옆에는 울다가 지쳐 잠든 듯한 유나의 얼굴이 걸쳐져 있다.
사락...
 조용히 유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가슴 따뜻한 아픔이 전해져 왔다.
'나는... 살아있구나.....'
"으...으음..."
 유나가 몇 번 몸을 뒤척이더니 고개를 들었다.
"하, 한이 오빠!"
"안녕?"
 나는 유나를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유나는 잠시 머뭇머뭇 거리더니 이윽고 말을 뱉어낸다.
"저, 저기 오빠 오른쪽 팔이 있잖아... 흐윽... 그게...!"
 나는 유나의 이마를 강하게 손가락으로 튕겨 주고는 장난스럽게 오른팔을 까닥여 보였다.
"어, 어떻게...!"
 놀란 유나의 토끼눈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유나야... 우리 엄마가 그러시던데. 살면서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돼는 것이 있데. 그게 뭔지 넌 알아?"
 유나는 놀란 눈을 한 채로 고개를 살짝 저었다.
"희망이래!!"
 와락 안겨드는 유나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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