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영화를 볼수록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의 부모님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이며 영화에서처럼 4남매 중 하나이다. 로버트 드니로가 맡은 영화 속 주인공 아버지는 아들 둘, 딸 둘을 두었으며 한창 산업화 시대에 미국 전역을 연결하던 전선의 PVC 코팅을 평생 업으로 해오다 은퇴를 했다.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서 미국 동서로 흩어져 제 갈길을 가고 있으며, 최근 아내마저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없는 첫 연휴에 아내가 늘 해오던 가족 모임을 처음으로 준비를 하며 들뜬 마음으로 마트에서 좋은 와인과 바비큐 거리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날 저녁 차례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참석하기 어렵다는 내용. 이에 로버트 드니로는 아마도 자녀들이 성장한 후 처음이었을 깜짝 방문 여행을 시작한다.
부푼 기대를 안고 자식들의 집을 차례로 찾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아버지를 하룻밤 이상을 머물게 하지 않는다. 자식들은 네 아이 중에서 아버지가 유난히 엄하게 대했던 아들 데이브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자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버지가 평생 몸담았던 전선을 통해 아버지에게만 숨긴채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영화는 가족주의가 해체된 미국 사회에서 보기에는 다소 신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시대를 살면서 자녀들을 사랑하는 방식을 모른채로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 세대들의 허탈함과 공허함을 공감하게 해 준다.
영화에서 막내 딸인 드류 베리모어가 아버지에게 젊은 시절 어떤 꿈이 있었냐고 묻는다. 아버지는 허망한 표정으로 그저 좋은 아빠가 되는 것 뿐이었다고 되풀이한다.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자녀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꿈은 희생한 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연스레 자녀들과의 진정한 대화는 어머니하고만 이루어 질 뿐 가족간의 소통에서 아버지는 늘 제 삼자이다. 로버트 드니로 역시 부인에게만 전해듣던 자녀들의 커리어, 결혼 및 연애 이야기들이 늘 자식들에게 자랑스운 존재로 크기만을 강요해 온 아버지를 위한 장및빛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식들이 어떤 모습이 되든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것임을 아버지 스스로 깨달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마음을 전하면서 아름답게 영화가 마무리된다.
비록 미국 영화이지만, 아버지가 다 큰 자녀들과 상봉하는 장면에서 어린 자녀가 달려오는 모습과 오버랩되는 장면들은 뭉클하다. 모든 부모의 눈에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늘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들인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 감추는 일들이 나 역시 많았다. 영화에서처럼 가족간의 대화에서는 소외된 채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시는 댓가로 성공에 대한 부담감 역시 안겨주신 아버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이 영화는 가족은 가족이기에 누구보다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변치않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들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이제 집에 전화해서 아버지가 받으시면 '엄마 바꿔주세요' 하기 전에 소소한 얘기들을 아버지와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