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시글 작성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냥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 조차 없을법한 오유 유저분들 특히 프로그래머 게시판을 이용하시는 분들께 제 이야기를 하고싶어 글을 씁니다.
프로그래머 게시판을 찾은 이유는 제가 프로그래머 이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머 게시판이 질문과 정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닐테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개발자의 넋두리 혹은 자랑쯤은 허용해 주실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컴공 학부2학년 때 부터 교내 영상처리 연구실에서 서식했었습니다. 현재는 비전으로 먹고살고 있고요.
같이 비전밥 먹고 계시는 오유분들 계시면.... 사..사... 그냥 화이팅.
지난달 1일..저에게는 큰 산과도 같고, 저의 모든 버팀목이자, 제 인생의 최고 지지자 이셨던 아버지께서 하늘로 가셨습니다.
..새벽 심장마비로 본인 가신다는 말 한마디 하지않으시고 무정하게 가셨습니다.
결혼 후 본가에 찾아 뵐 때면
'장남 왔나?'
하시며 웃으시던 아버지. 혹여 아들이 힘들까 더울까 추울까, 매번 안부를 물으시던 아버지.
정말 힘들고도 서럽디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가슴을 치며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결혼 2년이 다되가지만 손주를 안겨드리지 못한 불효의 자책이 제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그토록 원하셨는데.. 전 아버지가 천년만년 제 곁에 계실줄 알았나 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지금 부터라도 노력해서 내년쯤엔 꼭 어머니께 손주를 안겨 드리자고 약속한날.
임테기 해보고 오늘 병원갔다 왔습니다.
5주라 아기는 보이지 않고, 아기집만 보고 왔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내원하면 심장소리를 듣게 해주겠노라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뭔가 안오면 안들려 줄테다는 뉘앙스를..
게다가 담배를 끊으라 권유하시네요..제 직업이 먼지도 모르면서 쳇 ㅎㅎ
롤러 코스터와 같은 한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꼭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인것 같고요..
슬펐다 기뻤다.. 아니 기뻐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슬퍼하면 안되는지 묻고 싶고요.. 누구한테 인지는 모릅니다.
저의 살아가는 공식엔 이제 정답이 없습니다. 모법답안 이셨던 아버지를 보내고 나니 덜컥 겁이납디다.
이젠 제가 해쳐나가서 깨져도 보고, 기뻐도 해 보면서 답안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안지를 추려서 아들일지 딸일지 모를 제 자식에게 설명해 줘야 겠지요.
부모님 살아계실제 잘하세요..저도 보내드리고 나니 뼈저립니다.
점심먹고 프로토콜 만들다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