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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의 하루를 보고...
게시물ID : freeboard_5486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산한마음
추천 : 1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02 12:20:03
여기 음슴체는 사전 양해를 구해야하던가요?

첫글이라서 굽신굽신



내가 돈 좀 필요해서 알바 같은거 말고 직장을 잠시 다녀보자고 생각해서

운전면허증이 있으니까 택배나 해볼까하고

정말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택배회사 찾아감

이력서를 냈더니 택배회사 소장님이 나보고 물어봄...



왜 택배할 생각을 했냐고...



이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택배가 그렇게 힘든 일인지...

하여간 지금 생각하면 내가 택배하겠다고 왔던게 엄청 이해가 안 된다는 뉘앙스로 몇번 물어보셨음

어쨌든 난 일 열심히 할 생각으로 갔으니까 열심히 했음

일과

오전 6시30분 기상 7시까지 출근(눈 뜨자마자 샤워 10분하고 옷입고 출근 15분)

짐이 막 쌓여있음

까대기한다고 짐을 롤러 위로 계속 올리는 일이 있고(순수하게 베오베에 올라온 적이 있는 택배상하차알바랑 거의 똑같음)

원코스 기사들은 롤러에 밀려오는 짐들을 자기 지역의 짐을 빼고 운송장에서 택배기사용을 떼고 자기 차에 코스에 맞춰서 짐을 짬

경력 오래된 분들은 테트리스 왕들임...

손가락 까딱거리는건 테트리스가 아님... 이 3차원 테트리스는 차가 급가속 급정지에도 짐이 안전하고 무너져서 섞이지 않도록 다음에 어떤 블럭이 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짬

이걸 7시부터 10-11시까지 함

이제 사무실 들어가서 짐에서 떼어둔 운송장(송장이라고 부름)보며 코스를 짬... 가끔 주소를 동까지만 써둔 것들은 전화도 하고...

12시에 나가면 준수한 편이고 물량이 적은 날인가... 하여간 한 지역을 오래하신 분들은 잘 아니까 더 잘함

어떤 날은 조수석에도 물건 싣고 

차타고 배송지역으로 감..




화장실이 어디 아무대나 있나...

급똥 마려우면 큰 빌딩 같은데 화장실을 사용함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줌 마려워서 다 큰 어른이 비비적거림

진짜 이건 아님 ㅋ

1시간에 20개 1개에 3분 한집에 택배가 2개 이상 온 것을 복수짐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제외하고도

하루에 원코스는 평균 150개 정도 실었음

물론 베테랑 형들은 200개 220개도 싣고 가서 어떻게든 다 처리하긴 하는데... 불가사의함

개당 2분정도? 말도 안 되는 속도임 ㅋㅋㅋ

엘리베이터 타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도 2분이 넘게 걸리는데...

일하면서 항상 그 형들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했음



어쨌든 일 다 끝나면 물건 집하 받으러도 가고... 대형 거래처에 가서 물건을 받아옴

난 월급기사였으니까 소장님이 시키는 일도 어째저째해야 함



한번은 이런 적도 있는데

아침도 안 먹고 아침에 일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 12시 지나니까 배가 고프길래

근처 식당 가서 밥 먹었는데

(난 참고로 밥을 입에 들이붓는 스타일임)

어디냐고 전화가 옴... 어디라고 그랬더니 왜 아직도 거기냐고 함(코스가 있으니까... 좀 앞쪽 코스였다는거죠)

밥 먹었다고 말하기가 눈치보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얼버무림

밥 먹는 것도 눈치를 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도 베오베에 택배기사 다큐스샷 올라온거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그래요. 난 근데 그런 상황에서 밥 먹었음. 그게 눈치가 보이는거임.

어쨌든 최소 저녁 7시까지는 일함... 계속 걷고 뛰고 골목골목 조심조심 운전하면서...

7시까지 일하면 12시간이잖아요

근데 7시에 집에 가는 일이 없죠... 일찍가면 8-9시쯤 가나?

근데 이게 일이 없는 날

라디오가 8시 10시 12시 2시간 단위로 프로그램이 바뀌잖아요

그걸 기준으로 오늘은 빨리 가네 늦게 가네 했음...

이게 평범한 때 이야기고...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일요일도 배달하며, 12시 넘어서 집에 가서 7시 되서 나오고 그랬음






택배가 저렇게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가???????????????????????????????

웃기는 소리임

로또되면 뭐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잖아요

한 분이 로또되면 택배소장한다는거임... 돈 있는데 왜 택배하냐고 내가 무심결에 대답 툭 했더니 택배한지 몇달 되지도 않은 놈도 안다고 옆에서 맞장구쳐줌;;





일반인은 택배 부르면 기본이 5천원이니까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5천원이나 받아가면서 집하하고 배달하는데 문자도 친절하게 보내주고 전화도 미리미리 주고 다 그렇게 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지가 않음

내가 그... 택배회사에서 본사직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학력이 좋았을거니까

월급계산하는 엑셀서식도 만들어주고 해서 알건 알아요

홈쇼핑에서 물건 떼오는건 대량으로 가져오는거임... 대량으로 가져오게되면 택배비는 떨어짐

대통 아저씨들은 배달수수료가 쎄고 집하수수료가 적은데 본사에서는 배달하는만큼 집하받아오라고 압박하니까 저단가로 막 후림... 좀 갯수가 나온다 싶으면 1800원에 옷봉다리 다 가져갔음 배달하면 700원인가 600원인가 준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는데 난 대통에서 일 안 했으니까...

하여간 배달하면 29%의 수수료를 줬는데 7%는 영업소 소장님이 사무실 운영비로 가져감 택배기사가 22% 먹는거임

최저가가 큰 회사와 계약한 건데 1400원짜리... 22% 300원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 배달하고 300원 받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균단가가 2500원에서 3000원 사이거든요

3000원 해봐야 600원이고 그래요...

거기에 기름값이 출퇴근 빼고 하루에 못해도 만오천원 넘게 빠지니까 물건당 100원씩이 기름값으로 나간다고 보면 ㅇㅋ 한달에 전화비가 10만원쯤 나갔고...

배달해서 하나에 500원꼴로 버는거죠...





150개 배달하면 대강 7만5천원 - 기름값 대략 15000원 - 전화비 = 12시간 넘게 일하고 6만원 남짓...

이게 베이스고 여기에서 집하를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인데... 뭐...




계단 오르내림과 운전의 위험성같은거 생각하면... 어후...

근데 이것조차도

영업용 노란색 넘버(대강 천만원 인근) + 1톤 탑차(새차 사면 대강 2천만원)

저게 있어야 저렇게 벌어먹지

나같은 월급기사는 그냥 막돌려먹고 월급 150 주고 아까워하고 막 그랬음

월급기사는 경력이 있어도 200도 못 받음

월급기사를 하는 이유는 좋은 거래처를 따낼때까지 버티는거임... 내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웃긴건 급여는 10년전이나 비슷하다고 함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듯...

법의 범위 밖에서 굴려먹음

개인사업자라서 산재같은거 없음 그냥 뽑아먹다가 고장나면 끝나는거






정말... 멋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일단 이거나 해볼까 싶어서 휴학중에 해봤던 택배 시급 5천원도 안 나왔던걸로 기억함... 물론 최저임금은 넘었나... 150만원 받아서 한달에 300시간 넘게 일했으니 4500원에서 5000원 사이임...



살은 잘 빠지더라





덧붙이자면 택배사 간의 경쟁이 과열이 되어서 택배기사와 같은 엄청난 3D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적은 임금이 돌아가고 있음

택배기사와 본사와의 계약서에는 절대 갑과 나약한 을만 이 있고, 택배기사가 책임져야할 일들만이 있을뿐 택배회사가 책임져주는 건 볼 수가 없음

그와중에 대형 집하처를 가진 일부 택배기사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긴함...

그런데 그런 대형 집하처를 가지려면 최소 6-7년은 택배를 200 내외로 받으면서 버텨야 대형 집하처 하나 잡을까 말까임


뜬금없이 결론


최저임금제 이상을 받지만 일한 것만큼의 돈을 받는다고는 볼 수 없는 택배와 같은 일을 위해서 최저임금제를 사업장마다 등급을 메겨 차등적용하여 택배와 같은 수준은 최소7000원 이상 받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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