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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근성이란 건 없다
게시물ID : sewol_21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속언덕
추천 : 8
조회수 : 8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4/28 15:32:42
난 원래 냄비근성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 스웨덴 사람이라고 기억력이 더 좋고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기억력이 더 나쁜 건 아니니까..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시스템이 있느냐 없느냐다.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시스템..

쉽게 말해 학교와 미디어다. 그래서 교과서가 중요하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언론의 맨 얼굴은 내가 한국에 살면서 보았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위 진보언론인이라는 인간도 노골적으로 취재처에 촌지를 요구하는 판이다. 그래서 받은 촌지는 다시 위로 위로 상납되는 먹이사슬.. 구역질 나는 모습이었다.

세상이 꼭 알아야 할 뉴스가 촌지나 개인적인 친분, 광고주나 정부의 입김에 의해 묻혀지고, 별 시덥지도 않은 뉴스, 자극적이기만 한 기사들이 사람들의 주의력을 흐트려 잊지 말아야 할 일들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든다.

만일, 이러한 압박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언론사가 있고, 기자들 월급 넉넉하게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언론이 국민 대다수로부터 사랑받는다면 그 언론사 하나의 존재만으로 정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텐데 그런 언론은 대한민국에 없다. 

기자들 월급 넉넉하게 주는 언론사는 보도를 똑바로 안하고,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사는 기자들 월급을 넉넉하게 못준다. 신문은 공짜로 보는 거라는 인식.. 열심히 발로 뛰어서 팩트 확인하고, 소송당하고 위협당해가며 힘들게 취재한 기사에 대해 우리는 어떤 보상을 해주어왔나..

고로 결국엔 우리 책임인 거다.. 올바른 언론사 하나 가질만큼 우리의 의식이 성숙하지 못해서 계속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망각을 강요당하며 때때로 세월호같은 비극을 경험하며 살수밖에 없는 거다. 재수없으면 비극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열어놓은채..

곧 월드컵이 열린다. 세월호 사건이 던져준 충격이 워낙 크긴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 차차 잊혀질 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면 어쩌면 나중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근성 때문이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주는 시스템.. 그걸 끝끝내 못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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