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흙을 털었다
긁힌 부위에 피딱지가 생겼는지 몰라도 흙은 들러붙어 잘 털어지지 않았다
목공창고를 나서면서 윤일병이 뭐라고 말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윤일병의 여린 팔목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귀에 겨울 바람 소리가 가득 찼다
모든 겨울이 어둠에 묻힌 듯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배속에 모든 것이 뒤틀린 듯 했다
어 모자 내 모자
반쯤 얼어붙은 목소리가 겨우 기어나왔다
윤일병 군화발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얼어붙기 시작한 눈 녹은 물이 깨지면서 정강이가 부어올랐다
정신차려 씨발놈아
윤일병 목소리는 언제나 낮다
뒤에서 목공창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야 이새끼들아 지랄말고 뛰어 들어가
낮게 어둠이 등을 떠밀었다
가라앉은 충성 소리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창고 뒷 길을 정신없이 뛰어갔다
2사로 저녁마치고
두호였다
순간 흐려진 두호의 모습이 차갑게 떨어졌다
다시 고개를 드니 뛰어가는 뒷모습만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씨발 인구새낀
일과를 마치고 빨래터로 불려간 인구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