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 추리 소설 작가가 대단하다! - #0 들어가기 전에
게시물ID : readers_212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arthstone
추천 : 4
조회수 : 6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3 00:17:46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이 글은 제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차근히 정리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라 다소 불친절합니다. 만약 내용 이해가 되지 않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아는 한도에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제목은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상에서 따왔습니다.



#1 장르 구분

추리 소설 또는 추리물을 정의해보라고 하면 좁은 의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범 찾기, 트릭 찾기, 범행 이유 찾기'

이게 틀린 건 아닙니다. 추리의 큰 틀이기도 하고요. 다만, 추리 소설 장르는 이렇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소설에 들어가야 하는 필수 요소이므로 구분 방법은 아니니까요.

추리 소설은 소설 내용에 따라 본격/신본격 추리소설과 사회파 추리소설로 구분합니다.

본격/신본격 추리소설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 추리소설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범 찾기, 트릭 찾기, 범행 이유 찾기로 대변되는 그 소설들이요. 본격과 신본격은 시기로 구분합니다. 처음 추리소설이 일본에 소개되어 부흥하게 된 때가 본격, 본격이 쇠퇴하고 재부흥한 시기를 신본격이라고 부릅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은 본격 추리소설의 부흥 이후에 생긴 장르인데요. 본격 추리물이 흥행하자 너도나도 추리소설을 쓰다보니까 전반적인 질적 하락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래서 추리 장르 자체가 주춤합니다. 그래서 이 이후에 사회파 추리소설이 역으로 쏟아져나오자 본격 추리소설이 재부흥하게 되어 신본격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게 된겁니다.



#2 역사

추리 소설의 시초라 하면 보통 에드거 앨런 포로 꼽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 소설 작가는 아니고 미스테리물을 많이 썼는데 전반적으로는 공포 소설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아 물론 시도요. 다만 시는 제가 잘 모르므로 빼겠습니다... 소설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소설들 중에서 '추리'요소가 들어간 작품이 있어서 시초라 부릅니다. 

부흥은 아시다시피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로 시작해서 뒤팽 시리즈 등 시리즈물이 성행함에 따라 추리 소설이 부흥합니다. 다만 추리 소설이 영미권에서 죽은 이유는 제가 영미권 추리 소설에 대해 지식이 짧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영미권의 전반적인 소설 부흥 여부는 '작품'에 기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소설이 흥행에 성공하여 장르가 개척되고 그에 따라 좋은 작품들이 나와 시장을 형성하더라도 그 이후 작품들이 좋지 않으면 장르 자체가 죽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라고 안 그러겠냐만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장르 자체가 개척되면 흥행작이 그 이후에 나오지 않아도 그 장르의 소설이면 흥한 장르라는 이유만으로 많이 소비됩니다. 그러니까 소비 패턴이 작품 평보다는 장르 평에 기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경향이 있어 장르 부흥도 가능하니까요. 다만 단점은 그래서 신선한 소설, 장르 개척이 어렵다는 것이겠지만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성공 이후, 일본에 추리물이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추리 소설을 시작하고 부흥시킨 대표적 작가는 에도가와 란포로, 추리 소설을 소개하고 직접 쓰고 협회도 만들고... 그냥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에도가와 란포는 이것이 진정 추리 소설이라는 의미로 '본격 추리 소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그것이 장르명으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위에 썼던 것처럼 본격 추리 소설이 난립하자 추리 소설 장르가 주춤하게 되었습니다. 본격 추리 소설은 정체성이 '추리' 그리고 '신선함'에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뒷통수를 후려치는' 또는 '기발한' 소설이 아니면 기억에 남기 힘듭니다. 근데 양 자체가 많아지다 보니 추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추리가 불가능한 소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트릭도 누가 써서 흥하면 우르르 따라 써서 트릭 자체가 식상해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러한 1970년대에 마츠모토 세이초라는 거장과 그의 작품 <점과 선>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는 추리 소설에 있어 핵심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거나 미리 던져줌으로써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사회 구조나 상황에 대한 고찰을 핵심 요소로 상정하여 좀더 '소설'에 근접한 형태로 다가가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의 장점은 추리 소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입니다. 소설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쉽게 쓰여지기도 하구요. 다만 단점이라면 소설화 됨으로써 추리 요소의 의도된 배제로 인해 정체성이 흐려졌습니다.

추리 소설 장르에서 어떤 작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논쟁이 있습니다. 저는 페어/언페어 논쟁이라고 부르는데(공식 명칭 같은게 없어서 보통 일본 추리 소설 독자들이 논쟁시 이게 페어한 추리소설인가?라고 많이 말하는데 거기서 따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릅니다.) 이게 뭐냐면 추리 소설에 있어 '주어진 소설 내에서 독자가 추리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는 겁니다. 보통 녹스의 10계와 반 다인의 20칙이 많이 언급되는데 이게 추리 소설의 근반이라고 부르는 법칙들입니다. 이 10계가 절대불변으로 취급당했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지 않은 소설들은 페어하지 않거나 질이 좀 떨어진다고 취급받았습니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의도적으로 10계를 비틀어버린 이 소설들이 과연 추리 소설에 적합한가?에 대한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르 자체가 부흥하게 됨으로써 주류 추리 소설로 굳어졌고 사회파 말고도 다른 장르와 결합된 추리물이 늘어나 추리물 자체가 미스러티물 하위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논쟁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리고 10계(반 다인의 20칙은 너무 세세하여 '틀을 강제한다'는 말이 많아 10계가 주로 언급됩니다)가 나온지 시간이 흐르게 되어서 오래된 규칙 취급을 받기도 했고, 지키면 좋고 안지켜도 좋은 소설들이 충분히 나온다는게 결과로 증명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복잡한 과정에서 추리 소설의 주요 장르로 취급받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장르 부흥이겠지만요. 영미권의 하드보일드가 추리물 장르를 강제 흡수한 것처럼.

사회파 추리가 대세가 됨으로써 사회파 소설들 역시 난무하여 전반적인 추리 소설의 질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1980년대에 등장한 것이 시마다 소지로, 트릭으로 아주 유명한 <점성술 살인사건>을 출간함으로써 '본격은 아니고 새로운 본격 추리 소설이다'라는 의미의 신본격 추리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야츠지 유키토 등의 우리가 잘 알고 걸출한 '추리 소설'이 등장하는 시점입니다. 신본격 장르는 본격 추리 소설과 다르게 사회파 추리소설의 장점인 '소설화'를 흡수하였습니다. 그래서 본격 추리 소설보다는 소설 같게 드라마를 확장하여 접근성은 높지만 추리 요소가 흐려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 주요 요소입니다.

그러면 요즘 상황은 어떻냐면 뭐라고 부르기 사실 애매합니다. 대세가 장르 통합으로 굳혀졌기 때문입니다. 신본격 같은 사회파 추리소설이 등장하기도 하고 사회파 같은 신본격 추리소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장르 구분이 사실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대세가 된 책들을 봐도 추리 장르 내에서의 통합을 넘어 다른 장르와 통합된 소설이 인기를 끌고있기도 하고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