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쓰레기 더미 뒤져 반지 찾아줘
2008년 3월 6일(목) 오후 2:11 [연합뉴스]
영도구청 김종길씨 "공무원이 해야 할 일 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이 5t 분량의 쓰레기더미를 뒤진 끝에 주민이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 돌려줘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오전 7시 30분께 영도구청 환경관리과 김종길(40)씨에게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영도구 청학2동 이순례(62.여)씨. 이 씨는 "자녀들이 생일 선물로 준 오팔반지를 실수로 종량제 봉투에 넣은 채 버렸는데 이미 청소차가 수거해 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10여 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한 반지를 꼭 찾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공무원 김 씨는 매일 오후 10시 종량제 봉투를 수거해 다음 날 새벽 명지소각장에서 소각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급히 청학2동의 쓰레기를 수거한 청소차 운전기사 강상호(36)씨에게 연락했다.
소각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강씨는 연락을 받고 차를 돌려 영도구 동삼동 재활용 선별장으로 향했다.
김 씨와 강 씨는 재활용 선별장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5m 높이로 쌓여있는 5t 분량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백화점 포장용 끈으로 입구부분을 묶은 10ℓ짜리 종량제 봉투'라는 단서 하나를 근거로 1시간여 동안 쓰레기더미를 뒤진 끝에 김씨는 마침내 반지가 들어있는 종량제봉투를 찾아냈다.
김 씨가 종량제 봉투를 뜯어 반지를 확인하는 순간 함께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이 씨는 "이렇게 찾게 될 줄은 몰랐다"며 사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음료수 값을 건넸으나 김 씨는 한사코 거절했다.
김 씨는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넣어두시라"며 돈을 사양한 채 "반지를 찾게 돼 저희도 기쁘다"는 말을 남긴 채 구청으로 향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김 씨 덕분에 귀중한 반지를 되찾은 이씨는 "이렇게 주민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은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며 "반지와 더불어 공무원에 대한 믿음을 함께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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